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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바이 극적 회생시킨 허버트 졸리
베스트바이 극적 회생시킨 허버트 졸리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6.08.31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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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멈춘 상태에선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된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구한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기법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참석한 허버트 졸리(57. Hubert Joly) 베스트 바이 CEO는 ‘물려받은 기업을 변화시키는 작업’이라는 주제의 세션에서 2012년 CEO 취임 직후 새 경영진에게 보드게임인 ‘모노폴리’의 감옥탈출 카드를 나눠준 일화를 소개했다. 독자적 기업가치를 지킨다면 위험감수 투자에 대해 보상해주겠다는 뜻이었다.
졸리의 이날 연설은 “미래를 위해 과거를 유지하라”로 요약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장 급변동에 적극 대응하면서 기업 사정에 맞는 다양한 구조조정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전성기를 이끌었던 기존의 핵심 경쟁력과 기업문화는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같은 졸리의 메시지는 신성장동력 창출과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버트 졸리가 CEO로 취임한 2012년 당시 베스트바이는 온라인쇼핑 업체들과 출혈경쟁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경쟁업체들은 도산하는 중이었고 베스트바이의 차례가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있었다. 안팎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기업을 이끌게 된 졸리는 그간 베스트바이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베스트바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마존의 쇼룸’이라 불리며 이미지와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이었다. 
고객들은 베스트바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한 뒤 실제 구매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경향을 띄고 있었다. 베스트바이는 2012년 회계연도에서 12억3100만 달러(약 1조35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2009년부터 회사를 이끌던 브라이언 던(54. Brian Dunn)이 그해 4월 갑자기 사임하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던이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온 것이 내부감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베스트바이 창업자인 리처드 슐츠(75. Richrd Shulze) 회장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베스트바이는 경영공백 상태에 빠졌다.

“I Love Showrooming~”

그해 8월 베스트바이 이사회의 부름을 받은 졸리의 베스트바이는 이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마존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그가 베스트바이 회생에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한 전략은 기본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 인력에 대한 투자와 새로운 트렌드인 온라인 확충으로 ‘쇼루밍(Showrooming.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행위)’을 떨쳐 버리는 것이었다. 

쇼루밍은 베스트바이의 최대 고민이었다. 미국 전역에 1000여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아마존 등 온라인 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었다. 베스트바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장제품을 타사 사이트에서 검색하지 못하게 베스트바이 고유의 바코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어차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면 바코드가 없어도 제품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졸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쇼루밍을 베스트바이의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2012년 11월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의 질의응답에서 졸리는 “쇼루밍은 사람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사실 베스트바이에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쇼루밍을 사랑한다”며 “쇼루밍을 적극 껴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졸리는 베스트바이 혁신 계획을 내놓고 ‘리뉴 블루(Renew Blue)’라 이름 붙였다. 파랑은 베스트바이 직원들이 입고 있는 셔츠 색깔이다. 졸리는 쇼루밍 고객을 잡기 위해 최저가 보상제를 전격 도입했다. 고객이 다른 쇼핑몰에서 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팔고 있는 것을 찾아내면 베스트바이 판매가격을 그 최저가에 맞췄다.
물류혁신도 서둘렀다. 당시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49개 물류 센터를 두고 있었다. 반면 베스트바이는 23개에 불과했다. 물류 효율화를 하지 않은 채 시행하는 최저가 정책이 막대한 적자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졸리가 떠올린 것은 1000곳이 넘는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이었다. 그는 베스트바이 전 매장이 유통센터 기능도 함께 하도록 해 제조업체가 상품을 이런 유통센터로 바로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고객에게 제품을 직접 배송할 수 있게 돼 2013년 말에는 처음으로 배송시간에서 아마존을 앞서는 성과를 냈다.

군살 빼고 애플, 삼성전자 등과도 적극 협력

오프라인 매장으로 사람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졸리는 ‘숍인숍’도 도입했다. 베스트바이 매장 안에 애플이나 삼성 제품을 따로 모아 구성한 ‘매장 안 매장’이다. 졸리는 CEO 부임 첫주에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로 날아가 팀 쿡 애플 CEO를 만났다. 2013년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을 만나 협력을 도모했다. 그해 4월 24일 미국 뉴욕 베스트바이 유니언스퀘어 매장 안에 ‘삼성 익스피리언스 숍’을 열면서 베스트바이는 당시 인기를 얻던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다양한 체험공간, 제품상담, 온라인 플랫폼 확충 등에 나섰고, 그 결과 베스트바이는 골머리를 앓아오던 쇼루밍 고객들을 매장 안에 붙잡아 두고 매출로 연결시키는데 성공했다.
졸리가 오프라인 매장에만 열을 올렸던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개혁을 이루고 난 후에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그는 “베스트바이 온라인 쇼핑몰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며 “구글에서 비디오게임을 검색했을 때 첫 번째 검색 결과 페이지에 베스트바이가 뜨지 않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온라인 쇼핑몰로 주문이 몰려도 물류가 뒷받침 되지 않아 그냥 매진으로 표시한 상품이 많은 것도 문제였다. 졸리는 베스트바이 온라인 쇼핑몰을 현대화하는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베스트바이 온라인 쇼핑몰에는 ‘스토어 픽업’이란 메뉴가 있어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나태하고 방만했던 경영에도 칼을 댔다. 전용기를 팔고 심지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는 것도 중단했다. 실속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슈퍼볼과 나스카레이싱 광고협찬도 중단했다. 중복된 인력을 정리하는 한편 업무처리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베스트바이는 2014년 회계연도에서 5억3200만 달러(약 5830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2015년에는 순이익이 12억3300만 달러(약 1조 3520억 원)까지 늘었다. 

기업은 ‘옳은 일’을 반복해야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주가가 수직으로 하락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2년 만에 극적인 반등을 이끌어낸 졸리의 리더십과 경영전략은 큰 화제가 됐다. 그의 경영력에 대한 분석과 연구결과가 쏟아졌는데, 정작 졸리 자신은 성공비결은 멀리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가 멈춘 상태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며 이른바 자전거 경영론을 내세웠다. 졸리는 “기업도 거대한 계획을 세우려고 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옳은 일을 매일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우 뛰어나고 놀라운 것이 아니어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졸리는 ‘기업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해당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요건’이라는 말도 함께 했다. 그는 이어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직원들의 의사결정 속도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를 만드는 것은 ‘결정의 질’이 아니라 ‘결정의 양’이다. 옳은 결정을 더 많이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을 많이 하다 보면 나쁜 결정도 금방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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