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R
    9℃
    미세먼지
  • 경기
    B
    미세먼지
  • 인천
    B
    미세먼지
  • 광주
    B
    미세먼지
  • 대전
    B
    미세먼지
  • 대구
    B
    미세먼지
  • 울산
    H
    9℃
    미세먼지
  • 부산
    H
    10℃
    미세먼지
  • 강원
    H
    8℃
    미세먼지
  • 충북
    B
    미세먼지
  • 충남
    B
    미세먼지
  • 전북
    B
    미세먼지
  • 전남
    R
    10℃
    미세먼지
  • 경북
    B
    미세먼지
  • 경남
    H
    10℃
    미세먼지
  • 제주
    B
    미세먼지
  • 세종
    B
    미세먼지
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A 외신기자의 추억
A 외신기자의 추억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6.08.31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다가 우연찮게 제목에 낚여 읽은 기사가 있다. 

다름 아닌 ‘교사들이 강남 학교 배정을 꺼린다’는 얘기였다. 무슨 내용인가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수년 전 만 해도 교사들이 강남 지역 공립학교 배정을 받기 위해 몇 년씩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선호 순위에서 한 참 밀린다는 것이다. 심지어 강남 지역에 거주하는 교사들까지도 말이다. 이유인 즉, 강남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자녀들 성적 시비는 물론 여교사의 화장, 옷차림까지 항의하는 등 타 지역 학부모에 비해 간섭이 너무 심하다는 얘기였다. 
같은 언론매체에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수년 전 만 해도 강남 지역에서 엄청난 호황을 누리다 이제는 빠른 속도로 몰락하고 있는 어느 업종 얘기였다. 다름 아닌 ‘룸살롱’이다. 얼핏 보면 두 기사는 전혀 상관없이 보인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모두 9월말 시행 예정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 법’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그 이유는 굳이 일일이 조목조목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짐작이 되리라 본다.

“이젠 번갈아 밥값을 냅시다~”

며칠 전 모 언론사 임원과 점심을 했다. 그는 필자가 제의한 자리였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식사 값을 내겠다고 한다. 이후 커피 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러시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지난 번에 점심 대접을 받았으니 이번에는 자기 차례라고 한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번갈아 식사값을 내자고 제의한다. 이 또한 ‘김영란 법’의 여파가 아닌가 한다.
요즘 각 언론사에서는 이 법 시행을 앞두고 자체 내부 원칙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모든 취재 기자들에게 법인카드를 발급하여 식사 값을 아예 각자가 지불하게 하는 방법도 강구 중이라고 한다. 출입처 홍보팀이나 취재원들이 기자들 식사 값을 내주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 말이다. 
문득 32년 전 대우그룹 홍보실 신입사원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대우는 국내 기업 홍보실 중에 제일 먼저 외국 언론을 상대로 하는 ‘해외홍보팀’을 만들었고 필자는 그곳에 발령을 받아 이후 3년 간 근무한 적이 있다. 서울 주재 특파원도 상대했지만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 상황을 취재하러 외국에서 출장 온 외신기자들과도 자주 상대했다. 그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간지의 A기자 생각이 난다.  
미국인인 그는 대우그룹 취재를 위해 구미와 부산에 있는 공장 방문을 원했고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인 필자에게 기자를 도와줄 겸 동행해서 1박2일 출장을 다녀오라고 했다. 출장 전날 오후였다. 국내 언론사 기자출신인 홍보실 임원이 필자를 부르더니 두둑한 봉투 하나를 건넨다. 교통비, 특급호텔 1박 투숙 비용 및 점심, 저녁 식사 값 등을 얼추 계산해 2명 분의 돈을 챙겨준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공장 취재를 가는 것이니만큼 A기자의 비용도 같이 지급해 주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비용을 반반씩 각자 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지방 공장 취재 출장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잘 마쳤다.  
그런데 비용 정산을 해보니 정확히 2분의 1이 남게 되었다. 그 돈을 임원에게 반납했더니 그 이유를 묻는다. 필자의 답변은 매우 간단했다. “모든 비용을 반반씩 각자 냈기 때문입니다”. 
출장 첫째 날 점심 식사부터 A기자는 회사에서 받았다며 비용을 내주겠다는 필자의 제의를 정중히 그리고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면서 소속 언론사 법인 카드를 내게 보여주며 “취재차 현지 출장을 갔을 경우 반드시 이 카드로 비용을 계산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취재 기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며 후에 본사로부터 엄한 징계를 받게 됩니다”라고 했다.  이후 A기자는 그 주간지에서 굵직굵직한 좋은 기사로 명성을 날리더니 기자로서는 최고위직인 편집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듯, 선진국의 전통 있는 유수의 언론사들과 소속 기자들은 30여 년 전에도 그랬듯이 현재까지도 철저히 자기 관리를 엄격히 해 온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김영란 법’의 시행을 앞두고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시행착오들은 아마도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뿐 아니라 언론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진정한 선진국가 반열에 오르기 위해 우리 모두가 감내해야 할 하나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