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과 손해배상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과 손해배상
  • 박건우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 승인 2016.08.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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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계약에서 인수의 대상이 되는 대상회사의 현황과 정보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매수인은 대상회사에 대한 실사를 통하여 리스크를 파악하고, 주식인수 여부 및 적정 인수 가격을 산정하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그러나 매수인 측에서 대상회사의 법률 실사를 진행하다 보면, 상당수의 회사들이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고, 일부 회사의 경우 계약서 등 일체의 문서를 제공하지 아니한 채 직원들의 구두진술로만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매수인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정보비대칭 상황을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한데, 계약 실무에서는 영미법에서 도입된 ‘진술 및 보증(representation and warranties clause-해당 용어는 진술 및 보증, 진술 및 보장 등으로 번역되나, 본 칼럼에서는 진술 및 보증으로 용어를 통일함)’ 조항이 이용된다.
진술 및 보증 조항은 계약 체결 이전의 실사 단계에서 매도인으로 하여금 대상회사의 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기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 협상 과정에서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 또는 해제조건으로서의 기능도 한다. 즉, 진술 및 보증 위반을 이유로 거래를 종결하지 아니하거나, 거래 종결 후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술 및 보증 조항은 거래종결 이후의 면책 또는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근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매매가격이 사후 조정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악의의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 인정

그런데, 매수인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 사실을 알면서 거래를 종결한 뒤, 추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악의의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 인정 여부이다. 과연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가 허용된다고 볼 것인가?
판례는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사실에 대한 악의의 매수인에게도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 말 대법원에서 선고된 한화에너지(이후 인천정유로 상호 변경) 주식 인수 사건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해당 사례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현대오일뱅크(이하 ‘매수인’)는 1999년 4월 2일 인천정유의 주주들 및 한화에너지프라자의 주주들로부터 인천정유 및 한화에너지프라자 발행주식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주식양수도계약의 진술 및 보증 조항에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 체결일 및 양수도 실행일에 인천정유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이와 관련하여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양수도 실행일 이후 진술 및 보증조항 위반으로 인하여 매수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500억원의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을 하기로 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한편, 매수인은 인천정유를 비롯한 다른 정유사들과 함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담합행위를 한 사실이 있었는데, 위 주식양수도계약의 양수도 실행일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위 담합행위에 위반을 이유로 인천정유에게 과징금납부명령을 내렸고, 과징금납부명령에 대한 이의신청 및 취소소송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인천정유를 합병한 에스케이에너지에 대하여 과징금 약 145억원의 납부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매수인은 매도인들을 상대로 진술 및 보증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는데, 대법원은 매수인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매수인이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당시에 이미 담합행위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상액의 적정한 감액 필요

한편, 해당 사건에서 매도인들은 진술 및 보증 조항을 민법상의 하자담보책임으로 구성하여, 민법 제580조에 따라 악의 또는 과실로 하자를 알지 못한 매수인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진술 및 보증 조항에 대한 법적 성격을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아니한 채, 해당 주식양수도계약서에 매수인이 계약 체결 당시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배제한다는 내용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주식양수도계약의 당사자의 의사는 매수인의 악의와 관계없이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위 대법원 판례는 이른바 악의의 매수인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선고된 판례라는 점에서, 추후 유사 사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악의의 매수인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공평의 관점에서 적정한 것인가는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일, 악의의 매수인에게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아니할 경우, 오히려 실사를 면밀히 시행한 매수인이 불이익을 입게 된다.<김태진, M&A 계약의 진술 및 보장 조항에 관한 최근의 하급심 판결 분석, 고려법학 제72호(2014. 4.), 459면>  또한 매수인 입장에서 불확정적인 모든 리스크를 계약 초기부터 매매 금액에 반영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M&A 계약 체결이 불발되는 경우도 빈번하여 질 것이다.(특히 진술 및 보증 위반사실을 알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할 경우 이러한 현상이 극대화 될 것이다) 
반면,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에 상당한 정도 기여한 매수인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온전히 인정한다는 것도 형평의 관점에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일단 손해배상청구권은 인정하되, 배상액의 적정한 감액 문제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박건우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2009, 학사)
동 대학원 수료(2016, 상법 석사)
업무분야 : 기업 자문, M&A, 기업 소송 등 
http://www.kcllaw.com/prof/?no=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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