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연결된’ 소비자 쟁탈전
‘상시 연결된’ 소비자 쟁탈전
  • 이정훈 주식회사 핑거 전략본부장
  • 승인 2016.08.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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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패러다임이 공급자인 금융기관에서 소비자 개인으로 옮겨 가고 있다. IT를 활용한 디지털 혁신과 디지털 파괴가 국내외 금융산업에도 예외없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 서비스, 특히 소비자를 위한 개인 금융 서비스도 이제는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이미 ‘상시 연결된(hyper-connected)’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으며, 소비자의 금융 행위도 이 ‘상시 연결된 시간’ 중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소비자들의 금융 행위가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금융 행위가 소비자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간편하게 결제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며, 지인과 소셜 미디어로 대화 중에도 간편하게 돈을 보내고 받으며, 사무실이나 집에서도 금융기관의 전문가와 화상으로 연결해 자산관리나 금융상품에 대한 자문을 받을 수 있다. 간단한 금융 거래 처리나 금융 상품 가입을 위해 금융기관 영업시간 중에 지점을 방문하고 번호표를 받아서 기다리기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 플랫폼

최근 국내의 한 통신사는 향후 자사의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미 센트릭(Me-centric, 나 중심)’을 내세웠다. 소비자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일상생활 주변의 모든 디지털 장치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각각의 장치들이 자신의 기호와 필요에 따라 맞춤화된 기능을 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앞으로의 금융도 이와 같이 모든 금융 정보와 서비스가 통합되고 지능화된 개인 맞춤형 금융이 될 것이다. 
소비자의 자산 상황이나 미래의 계획 또는 필요에 맞추어 예금이나 투자, 대출 등의 금융상품을 추천하거나 자문을 하고, 하루하루의 현금흐름을 모니터링해 재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알려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낼 때에도 예정된 시간이 되면 스마트폰의 알림 앱이 자동으로 알려주고 사용자가 확인을 하면 스스로 알아서 가용한 은행 계좌에서 송금해줄 것이다. 
   

은행과 고객의 관계 주도 추이

[그림1. 은행과 고객의 관계 주도 추이]
   

이와 같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소비자의 기대와 수요를 충족시키는 편리하고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가 디지털 금융이다. 그리고 디지털 금융이 가능할 수 있던 건 새롭고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핀테크 기업에 의해서이다.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기관들이 굳건하게 지켜오던 금융 서비스 시장의 틀을 깨고 새로운 지형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는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가 도맡아온 지급 결제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개인 자산관리(PFM, Personal Financial Management) 서비스는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소비자의 모든 금융자산과 거래 데이터를 한데 모아 보여줌으로써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금융자산 관리 도구가 되고 있다. 개인 간(P2P, Peer-to-Peer) 대출과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는 기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조달하기 어려웠거나 불리한 조건으로만 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소비자나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은행에 비싼 환전 수수료와 송금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해외로 돈을 송금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도 나타났다. 많은 금융 서비스 영역에서 금융의 디지털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의 출현에 대응해 기존 금융기관들도 디지털 혁신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채널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오던 온라인-인터넷과 모바일-채널을 강화해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금융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점도 소비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소규모 또는 무인 지점 형태로 설치해 간단한 금융 거래는 소비자들이 셀프서비스 방식으로 신속히 처리할 수 있게 하거나 다양한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금융과 관련된 정보를 손쉽게 얻거나 원격으로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도록 변화하고 있다. 
   

고객 관계형 모바일 지점

[그림2. 고객 관계형 모바일 지점]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금융 챗봇(Finance chatbot)을 통한 셀프서비스 상담 및 자문을 지원받을 수 있고, 비디오 컨퍼런싱이나 메신저를 이용해 금융 전문가와 상담하고 자문을 제공받을 수 있다. 소비자나 중소기업 등 기존 거래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도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전화나 이메일과 같은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 외에도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인 고객에 대한 맞춤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을 넓히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고 최적의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려고 한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금융기관을 찾기 전에, 금융기관이 먼저 소비자의 니즈와 상황을 파악하고 소비자에게 알맞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찾아갈 것이다. 새로 금융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는 핀테크 기업들에 대응하는 기존 금융기관들의 무기도 역시 핀테크다. 

“Banking is essential, but banks are not”

핀테크에 의한 금융의 혁신과 이에 따르는 금융 산업의 변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영역과 경계 없이 전개될 것이다. 기존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금융 시장 내에서 적절히 역할이 구분되어 있던 은행, 보험사, 증권사, 신용카드회사 등 금융기관 사이에서도 ‘상시연결된’ 소비자의 시간과 돈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기술고문인 빌 게이츠는 몇 년 전 “뱅킹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게 될 것(Banking is essential, but banks are not)”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표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은행 업무가 온라인상에서 가능해짐에 따라 은행 지점이 필요 없어진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소비자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며 개개인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소비자가 불편한 방식으로 금융 거래를 하도록 하는 기존 은행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은행이 아닌’ 핀테크 기업들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혁신적인 ‘뱅킹’ 서비스를 발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IT의 개발과 활용에 익숙하며, 신속하고 모험적인 의사결정을 하며,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다. 그리고 기존 금융기관과 같이 거대하고 복잡한 IT 시스템과 많은 직원들이 있는 오프라인 채널 조직이라는 과거의 유산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이제 기존 금융기관들도 생존을 위해 디지털 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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