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B
    미세먼지
  • 경기
    R
    15℃
    미세먼지
  • 인천
    R
    16℃
    미세먼지
  • 광주
    B
    미세먼지
  • 대전
    B
    미세먼지
  • 대구
    B
    미세먼지
  • 울산
    B
    미세먼지
  • 부산
    B
    미세먼지
  • 강원
    B
    미세먼지
  • 충북
    B
    미세먼지
  • 충남
    B
    미세먼지
  • 전북
    B
    미세먼지
  • 전남
    B
    미세먼지
  • 경북
    B
    미세먼지
  • 경남
    B
    미세먼지
  • 제주
    B
    미세먼지
  • 세종
    B
    미세먼지
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나를 괴롭히는 감정 찌꺼기를 없애야
나를 괴롭히는 감정 찌꺼기를 없애야
  • 김혜영 전문위원
  • 승인 2016.08.01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부득이하게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한밤중의 응급실은 만원이었고, 환자들이 대기하는 대기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였다. 보호자는 단 1명만 동행할 수 있도록 병원 측에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차후에 방문한 환자들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필자는 간단한 문진과 검사를 치르는 동안 대기실에서 3시간 이상을 대기해야만 했고, 그동안 다양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대화, 환자와 의사와의 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 아이가 있었다. 11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는 배가 아파서 엄마, 아빠와 함께 응급실을 방문했다. 의사가 문진을 시작했고, 여러 가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남자아이의 엄마는 한껏 얼굴을 찌푸린 채, 의사의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응답하기 보다는 의사에게 지속적으로 푸념과 짜증을 드러냈다. 왜 그런지는 도무지 알 수 없으나 아픈 남자아이는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정말 아픈 것도 조심스럽게 말하고, 의사의 질문에 대해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눈치를 살피던 남자아이는 배가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 다시 아플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이의 말에 그 엄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왜 안 아프냐고 다그쳤다. 의사는 조금 당황해하며 CT촬영을 할 것을 제안했다. 그 엄마는 상의 후에 결정하겠다며 의사를 돌려보냈다.

그 후 한 시간 이상을 그 엄마는 남자아이에게 짜증과 질타를 쏟아내었다. “왜 아까는 아팠는데 지금은 안 아프냐?”, “너 때문에 들어간 돈이 얼마나 비싼 줄 아냐?”, “CT 촬영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으면 너 어떻게 할꺼냐?”, “안 아파서 집에 갔다가 다시 아프다고 하면 그 때 다시 와야 되는데, 왜 지금은 괜찮냐?”, “넌 도대체 왜 그러냐”, “정말 짜증난다. 어휴~ 너는 왜 그렇게 이랬다 저랬다 하냐? 꼴 보기 싫다”…

한 시간 가량 그 엄마가 내뱉은 짜증의 말과 잔뜩 찌푸린 인상은 정말 보면 볼수록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지치게 했다. 그런 엄마와 매일 같이 살아야 하는 그 남자아이와 아빠는 과연 어떨까? 더 놀라운 광경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빠였다. 아이의 건강을 먼저 염려해야할 상황에서 그 아빠는 그 엄마의 행동을 보고 그저 지그시 웃기만 했다. 아들의 건강이 우선 되어야 할텐데… CT촬영을 해서 오히려 건강하고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더 나을법한데도 그 아빠는 그 엄마의 모든 행동을 이뻐 보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당황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눅이 들어 있는 남자아이를 보니, 필자는 한없이 마음이 아려왔다. 

또 하나의 사각지대 내몰린 외로운 존재들

왜 그 엄마는 그렇게 행동을 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직장 상사가 그러할 수 있고, 가족 중에 누군가가 이런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자신 스스로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이 뉴로시스(neurosis)에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뉴로시스(neurosis)란 흔히 노이로제라는 독일식 용어로 불리는 ‘신경증’을 지칭한다. 신경증은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현실 판단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사소한 것에서 주관적인 불편함을 갖게 되는 심리적 장애이다. 이러한 심리적 균형의 장애를 통해 강력한 욕구가 좌절되거나 자존심이 상실되거나 타인과의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뉴로시스를 지닌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각(insight)할 수 있다.

사회적응이 어렵기는 하지만 미약한 정도이기 때문에 직장을 가지거나 학습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이러한 뉴로시스는 흔히 말하는 정신질환하고는 차이가 있다. 뉴로시스를 겪게 되면 주요 장애로는 불안과 우울증이 나타나며 사회 부적응 정도가 경미하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에 따라 효과도 높다. 반면, 정신질환은 사회 부적응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심리적 장애로 인해 환각이나 망상이 나타나 현실을 왜곡되게 판단하며, 대부분 자신이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자각하지 못한다. 때문에 현실 판단력에 장애가 있어 직장을 다니거나 학업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신질환의 주요장애는 정신분열증이다.

뉴로시스가 발생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지속적인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이다. 아마도 현대인이라면 지속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회인은 뉴로시스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뉴로시스가 깊은 사람들의 경우, 스스로 인지하고 치료를 하고자 노력하겠지만 뉴로시스와 (정신)건강 경계에 놓은 사람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려하기 보다는 참고 견디고만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뉴로시스를 갖고 있는 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알 수 없는 우울함과 불안증 그리고 필자가 제안해 왔던 생활우울을 끌어안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로시스와 건강의 애매한 경계에 놓인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또 하나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외로운 존재들이다. 또한 대부분 사회인은 이러한 경계에 놓여 있다고 봐도 지나침이 없다.

무엇인가를 억누르고 참고만 있으면 그것은 반드시 어떤 모습으로든지 표출되게 되어 있다. 이유 없이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나 늘 가족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부모의 모습, 우울함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친구 등… 뉴로시스와 건강 경계에 놓인 그들은 사회생활 속에서 타인과 지속적인 갈등을 야기시키거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힘겨워 한다. 

만약 내 주위에 뉴로시스와 건강 경계에 놓은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갈등 없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것인가? 무조건 수용해 주어야할 것인가, 상대방보다 지위가 높다면 무조건 통제해야할 것인가? 이러한 방법으로는 궁극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왜냐하면 조직 내에서 연관된 다양한 목표달성 및 호혜적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각적으로 감정을 컨트롤하라

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크게 세 가지를 유의하여 소통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첫째, 경계에 놓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주로 신경증적으로 반응하는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서는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뉴로시스적인 표현을 지속적으로 해왔었던 무엇에는 그만한 개인적 이유가 있다. 때문에 자신과의 경험이 다르고 주관이 다르다고 해서 그 부분을 나쁘게 보는 것은 갈등만 초래할 뿐이다. 뉴로시스와 건강의 경계에 놓은 사람들은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건강한 자신의 정신으로 뉴로시스적인 자신을 되돌아보고 판단을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의 순간적인 뉴로시스적 표현에 대해서는 지지해 주고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둘째, 뉴로시스와 건강의 경계에서 뉴로시스적인 상태를 선택한 상대방에 대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상대를 비판하거나 원인을 파헤치려 하지 말고, 사실에 근거한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우울이나 불안이 발현되었을 경우, 사실에 기초한 판단을 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자신의 어려움에 집중되어 있고 그것만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과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할 여력이 없다. 이런 경우, 매우 감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에 기초하여 거부하는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뉴로시스와 건강의 경계에 놓인 사람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좋지 않은 감정을 계속 상기시키게 되고, 나 자신에게 또 다른 뉴로시스를 감염시키는 꼴이 된다. 때문에 뉴로시스 경계에 놓인 사람과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여 좋지 않은 감정 찌꺼기를 갖고 있다면 그것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노력은 커뮤니케이션이 끝난 그 자리에서 바로 실행해야 한다. 좋지 않은 감정을 그 자리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나중에 혹은 여유가 있을 때 해결해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으면, 그와 동시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듯이 자신의 정신 속에 뉴로시스가 확산되어 자리잡게 된다. 때문에 즉각적으로 감정을 컨트롤해야 하는 것이다.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마다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결하는 방법이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 자신과 해결방법을 한 가지 약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그 자리에서 실천만 하면 내 감정을 괴롭게 하는 감정찌꺼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정신과 약속을 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이 끝난 후에는 바로 가글을 한다든지, 뜨거운 핫초코를 한잔 마신다든지, 감자칩 과자를 한봉지 다 먹는다든지, 옥상에 올라가서 스마트폰 게임을 한번 한다든지… 자신과의 어떠한 사소한 약속이라도 그것을 정하고 실천함으로써 내 안의 나쁜 감정 찌꺼기를 버리는 행동으로 규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면 뉴로시스와 건강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또 다른 뉴로시스를 확산시키는 바이러스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되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인 노력과 예방은 삶의 어디에서나 간과할 수 없는 행동강령일 것이다. 수많은 선택의 상황에서 바이러스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