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삶과 정서 그 원형정신
남도의 삶과 정서 그 원형정신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6.07.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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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Fine Art] 남종화가 아산 조방원
▲ 좌로부터=△하경산수(夏景山水), 33.2×125.5㎝. 산수도(山水圖), 하경산수, 산수도, 하경산수

남종문인화 거장 아산 조방원(雅山 趙邦元, 1926~2014) 선생의 작품과 평생 수집한 소장품은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에 ‘도립 전라남도옥과미술관’에 보존, 전시되고 있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본지는 한국미술의 정신사를 조명하는 취지의 기획으로 화백의 작품과 발자취를 만나보고자 한다. 도립 전라남도옥과미술관(관장, 조암), (재)아산미술문화재단(이사장, 김상기)의 흔쾌한 자료제공에 감사드린다. <편집자 주>

아산 조방원(雅山 趙邦元). 그를 가리켜 사람들은 ‘이 시대 남종화(南宗畵)의 마지막 거장’이라 부른다. ‘남도화의 완성자’,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이 시대 마지막 선비화가’라고도 한다. 아산을 가리키는 수식어들인 ‘마지막’과 ‘선비’라는 말들이 간직하는 의미 속에는 ‘한 세계의 정신을 꽃피운 완결자’, 그리고 ‘올 곧음’이란 내용이 각각 담겨 있다. 이러한 내용에 걸맞게 아산은 남종화의 사의(寫意)세계를 한국적 토양 위에서 재해석, 새로운 한국화의 경지를 개척한 데서 그의 회화세계는 평가받고 있다. 아산은 1955년 제4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문교부장관상을 수상, 화단에 등단한 이래 60년 가까이 묵을 다루면서 한국 수묵산수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먹그림의 대가(大家)이다.

▲ 월귀(月歸)

전라도 그림엔 소리가 있어야 

수묵화는 채색을 되도록 쓰지 않고 먹 하나만을 사용하는 회화양식이라지만 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농묵(濃墨), 담묵(淡墨), 발묵(潑墨), 파묵(破墨)에 능하지 않고서는 먹그림을 그리기란 쉽지 않다. 먹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학이 없으면 접근하기가 어렵다. 아산은 피나는 공부와 연습 끝에 거의 먹 하나만으로 교졸(巧拙)함이 어우러진 청아유현(淸雅幽玄)한 화삼매(畵三昧), 화묵선(畵墨禪)의 세계를 이뤄낸다. 그가 평가 받는 이유다.
주지하다시피 남종화는, 즉 남화(南)는 근본이 되는 사의(寫意) 정신을 고도로 추구하기 위해 불교의 선(禪)과 노장(老壯)의 무위(無爲)사상을 받아들이고, 지향점을 삼는 회화세계다. ‘공(功)들임 없이 공을 닦는’ 무공지공(無功之功)과 ‘함이 없이 함’이 있는 무위세계를 이상의 세계로 삼고 정진하는 회화세계다. 아산이 평생 그의 손에서 책이 떠난 적이 없을 만큼 공부하고, 생활과 예술세계가 하나 되기 위해 구도자적 삶을 살아 온 것은 오직 남화의 이상세계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 관폭(觀瀑)

그가 제자들에게도 한결같이 손끝의 재주가 아닌 마음공부를 강조하고 지조, 청빈, 불의와 타협하지 말라고 얘기한 것은 수묵산수화가의 정신을 고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 스스로 “전라도 그림엔 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늘 말했다. 강인하고 구성지고 멋진 가락이 그림 속에 담겨나야 제대로 된 그림임을 강조했다. 그가 또, 풍수지리를 공부, 직접 전국을 돌며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찾아 나선 것은 그 이치를 찾아 그림에 담아냄으로써 이 땅의 남화를 그려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아산의 회화세계에는 이 땅의 삶과 정서, 좁게는 남도의 삶과 정서가 원형정신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아산의 남화(남도화)는 중국의 남화와도 다르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실경산수와 실험적인 남화의 세계와도 또 다르다. 남화가 추구하는 본래적 회화세계 정신을 잇되 이 땅의 풍토에 맞게 재해석하고, 이를 남도에 뿌리내리면서 그에 맞는 ‘아산준(?)’이라는 준법을 창안해 낸 점은 마땅히 평가 받아야 할 부분이다. 소치, 미산에 이어 의재, 남농에 의해 뿌리내린 남도화는 아산에 이르러서 비로소 완성된 셈이다. 아산을 ‘남도화의 완성자’라고 부르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아산은 화가로서의 삶과 함께 판소리 중흥에도 관심이 많았다. 국악 중흥을 위해 사재를 털어 남도국악원을 설립(1968년)하고, 국악으로 연주한 애국가 보급에 나선 것 등은 모두 우리소리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것이었다. 

△글=아산 조방원 평전-손정연(언론인) 글을 부분발췌,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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