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이 되는 인공지능?
독약이 되는 인공지능?
  •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
  • 승인 2016.07.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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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증후군'

인공지능 로봇이 과학 기술 발전으로 주목을 받는 분야 중의 하나이지만 문제는 미래의 로봇이 인간을 위해서만 준비되지는 않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흔히 로봇이라고 하면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아톰’, ‘마징가Z', '로봇태권V', 산업체에서 작동되는 기계로봇, 가정에서 활용되는 가사용 로봇, 의료용 로봇, 전장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 등을 연상하지만 그 이면에는 악당 로봇도 함께 존재한다. 문제는 SF물과는 달리 악당로봇이 선한 로봇을 이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류사를 보면 인간에 의한 결정적인 피해를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사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원자폭탄이나 독가스 등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대량 살상은 대부분 군사적인 영역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전 인류에 치명적인 해독이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현재는 고난도의 기술이라 할지라도 이들이 군사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보 만능 시대로 들어서자 고차원의 기술이 더욱 저렴해지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대량살상 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잠재적으로 지구상의 모든 개인들이 치명적인 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갓난아기에게 총을 쥐어주는 것과 같은 예측불가한 상황이 도출된다는 우려다. 이런 우려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명령자가 누구든 소위 악당들이 인공지능 로봇이 고의적으로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도록 조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보다 한 차원 높은 위협 즉 궁극적으로 똑똑한 로봇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인간 아닌 로봇의 세상 즉 지구는 로봇 차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소 우울한 예측이지만 이들의 우려를 마냥 무시할만한 것은 아니다. 
우선 첫 번째 우려는 인간에게 해를 끼칠 아이디어가 과학자의 덕목 즉 과학자의 통제하에서만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핵폭탄은 일부 선진 국가들만 갖고 이를 통제할 수 있지만 생명공학이나 나노기술, 로봇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소규모의 집단이나 심지어 개인들까지도 엄청난 파괴적인 로봇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대형 군사무기처럼 국가가 견제하는 수단이 개인들에게도 적용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소규모 나노로봇, 또는 소형 로봇을 파괴적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기술을 일반인들이 갖게 된다면 수억, 수천 만 명에 달하는 모든 인간이 존경받을 만한 세계 시민으로 남아있게 될 확률이 거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주인은 로봇?

영화 전문가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영화가 위쇼스키 형제가 감독한「매트릭스 The Matrix」시리즈라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였다고 하더라도 14명이나 되는 세계의 석학들이 「매트릭스」가 야기한 철학적 의문을 파고드는 책까지 발간했다는 것은 보통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려준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불과한 「매트릭스」를 두고 세계의 지성들이 이와 같은 관심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미디어 비평가 리드 머서 슈셔드는 「매트릭스」가 테크놀로지 사회가 완전히 실현된 단계에서 ‘기계들이 창조해낸 인공적 현실을 공유하는 집단적 환영’이라고 평할 정도였다. ‘매트릭스’란 어머니의 자궁 즉 모체를 뜻하는 라틴어의 ‘mater'에서 나온 말로 내부에 있는 무엇 또는 그로부터 무엇인가가 기원, 발전, 형태를 만들어 나오는 것으로 정의되지만 이곳에서는 컴퓨터 내의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윌리엄 깁슨은 그의 단편소설 ‘버닝 크롬 Burning Chrome’에서 컴퓨터 네트워크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데이터 등에 구해 구축된 사이버스페이스를 ’매트릭스‘라 불렀다. 영화에서는 인공지능을 갖고 인간을 통제하는 ‘사이버스페이스’를 지칭하는데 1984년 ‘뉴로맨서 Neuromancer’에서 다시 이 내용을 다룬 것이 초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일반적으로 뉴로맨서를 사이버스페이스의 원조로 생각한다. 이후 SF장르뿐만 아니라 당대의 상상력 전반에서 볼 때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식한다.
실제 세계와 구별되지 않는 공간적 이미지, 인간과 컴퓨터의 완벽한 인터페이스가 구현되면 현실과 사이버스페이스 공극이 어느 정도로 확장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미래의 보다 발전된 정보화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 바로 「매트릭스」이다. 학자들이 이 영화에 특히 주목하는 것은 「매트릭스」가 앞에서 설명한 인공 지능을 비롯하여 미래에서의 과학이 발달했을 때에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을 소재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의 내용을 살펴보자.

가상현실 ‘매트릭스’

‘매트릭스 2199년(내용은 1999년의 가상현실), 인류가 드디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를 탄생시키며 AI는 생존본능에 따라 수많은 기계족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AI를 탄생시킨 것은 인간이지만 기계족이 갖고 올 위험을 알아차리고 기계족의 에너지원인 태양빛을 차단한다. AI도 대안을 수립하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무의식 상태의 인간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하는 것이다. 
인간은 달걀처럼 생긴 컨테이너에서 죽은 사람을 액화시킨 찌꺼기를 영양액으로 받아먹으면서 에너지를 생산하여 기계들의 생명 연장을 위한 배터리로 사용되고 뇌 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 당해 평생 기계에 의해 설정된 가상현실을 살아간다. 그러므로 가상현실 속의 캐릭터들은 사실은 매트릭스의 에너지 공급창고에 사로잡힌 실제 인간들의 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들 가상현실의 캐릭터의 원래 모습은 온몸에 호스가 꽂힌 채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잠든 노예와 같은 존재로 몸을 움직이거나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건전지에 눈, 코, 귀가 없고 그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가상현실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실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기계들의 세계에서 기계들에게 재배되는 전력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지배되는 인간이 의식을 차리면 인공지능 매트릭스와 연결이 끊어지면서 죽음을 맞는다(기계족의 전력원으로서 가치를 상실했다는 뜻).’
기계족의 능력은 이뿐이 아니다. 영악한 기계족은 인간을 죽은 건전지처럼 방치해 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식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여 컴퓨터에 유지되는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을 만들었다. 가상현실 속의 캐릭터들은 사실 매트릭스의 에너지 공급창고에 사로잡힌 실제 인간들의 의식이다. 다시 말해 이들 가상현실의 캐릭터의 원래 모습은 온몸에 호스가 꽂힌 채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잠든 노예나 마찬가지인데 이들이 자신의 실체를 의식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물론 인간들도 기계족에 대항할 인간반란군들의 도시 ‘시온’을 건설하여 기계족과 대응한다. 낮에는 평범한 사무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 밤에는 인터넷 사이버공간을 헤매는 해커인 주인공 네오가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로 지목되어, 매트릭스에 대항하는 저항군의 지도자 모피어스, 트리니티와 함께 인류를 구하는 일에 나선다. 매트릭스의 지배를 벗어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을 세 사람이 나누어 갖고 있는데 모피어스는 믿음, 트리니티는 사랑, 네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첫 작품인 「매트릭스」가 흥행에 성공하자 「매트릭스2-리로이드」, 「매트릭스3-레볼루션」이 연속적으로 제작되었는데 영화자체의 내용이 매우 복잡하고 철학적인 면이 삽입되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작가는 교묘하게 인간이 기계족에 대항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제시하면서 마무리한다.

‘터미네이터’

인간의 미래가 앞으로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근거는 앞으로 모든 인간의 이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 기반을 둔다. 인간 두뇌가 갖고 있는 경이로움에 대해 기계나 로봇이 따를 수 없다고 하지만 현실 세계에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인터넷망이다.
인터넷이 일반적인 기계와 다른 점은 기계가 애초에 설계된 한계를 넘으면 작동을 멈추지만 인터넷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정보 다발을 보낼 때 가장 빠른 경로가 어디인지를 상황에 따라 제 길을 찾아낸다. 인터넷의 성장이 생물의 진화에 맞추어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결국 인간의 두뇌를 모사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학자들의 관심은 인터넷이 스스로를 의식하게 될 수 있는 가이다. 이 의문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선용이 될지 악용될지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확장된 컴퓨터 시스템이라는 단어로 바꿀 수도 있는데 인터넷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편리함을 위한 즉 인간의 입맛대로만 진행되지 않고 인간에게 악몽을 줄 문명의 이기가 되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이다. 이런 껄끄러운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흥행에 성공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이다. 「터미네이터」의 기본 틀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군수업체로 국방부 군사용 컴퓨터를 제공하는 사이버다인시스템스(Cyberdine Systems)사는 미군의 모든 스텔스 폭격기들을 컴퓨터 시스템과 연동시켜 자동화하는데 성공하고, 자동화 전투통제 시스템인 스카이넷(Sky-Net)을 표준 전략방어시스템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스카이넷의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증진되어 자가인식을 하기 시작한다. 컴퓨터의 자가인식에 놀라 인간들이 스카이넷의 전력을 끊으려 하였지만, 스카이넷은 이에 대항하여 인류와의 전쟁을 개시하고 러시아를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자 지구는 걷잡을 수 없는 핵전쟁의 혼동 속으로 들어간다.
이를 영화에서는 심판의 날(Judgement Day)이라 지칭하며 무려 30억 명이나 되는 수많은 인류가 사망한다. 이어서 기계 즉 스카이넷 프로그램에 의해 조종되는 로봇과 인간과의 혈투가 시작된다. 한마디로 전 세계를 묶어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오히려 인간을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수많은 로봇들이 서로 자아(프로그램)를 복제하면서 개성있는 개체가 되는데 이들 간의 소통은 무한히 펼쳐진 네트워크의 바다를 활용하면서 로봇의 지능과 개체를 빛의 속도로 퍼뜨리므로 인간들이 이에 적절하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터미네이터」의 후속편인 「터미네이터 2」에서 변형 터미네이터 액체금속인간 모델 T-1000이 등장하여 전 세계의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터미네이터 3」에서는 파괴된 암살기계 T-1000보다 더 발전된 형태인 터미네트릭스(T-X)가 등장한다. T-X는 섹시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냉혹하고 잔인한 성격을 갖고 있는 최첨단의 여성 로봇이다. T-X의 파괴력은 2편에서 나오는 T-1000보다 위력적인 데다가 모든 기계장비들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가장 상위 개체로서의 기계 능력을 갖고 있는 그녀는 주변의 모든 기계들을 파괴하거나 본인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있다. 
영화의 결말이야 당연히 기계의 반란에 대항하여 인간이 승리하지만 과연 로봇이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의 지능을 가진다면 영화처럼 인간이 승리할 수 있겠는가하는 의문을 던져준다. 학자들은 「터미네이터」에서 등장하는 지능적 로봇 네트워크 시스템이 매우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시스템은 로봇이 아니더라도 어느 공간을 자동화할 때 전체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것이 효율적이므로 영화에서처럼 로봇 스스로가 인간에게 위해가 되는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면 세계가 혼동에 빠질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악당 로봇?

인간에 반하는 이런 상황은 로봇의 자아인식을 기초로 하는데 이들이 인간들 멸종을 기획하는 것은 인간들이 불합리한 존재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로봇이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될 수 있는 것은 인간과 다른 로봇이지만 인간과는 다른 진화과정을 거쳐 인간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설명을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대입하면 매우 껄끄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로봇이 어떠한 경우든 자기복제 능력을 부여받으면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된다는 주장이다. 즉 한번 증식을 시작한 한 대의 로봇이 인터넷 망 등을 통해 지구를 뒤덮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제어불능의 상태로 빠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컴퓨터바이러스로 인해 그동안 축적되었던 수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에 대항하는 컴퓨터백신이 개발되어 문제점이 있는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보이는 능력 있는 기계 즉 로봇이 태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와 같이 로봇에 심어지는 변형 또는 조작 프로그램으로 인한 정보 통제로 인해 인류의 파멸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로봇의 능력이 상향되는 자체가 결국 인간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데 누가 로봇을 만들려고 하겠는가라는 원천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학자들은 이런 우려에 대해 다소 맥빠지는 일이지만 대안은 생각보다 쉽다고 단언해 이야기한다. 과학이 인간의 두뇌를 복제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더라도 똑똑한 로봇이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키거나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로봇에게 프로그램으로 입력되지 않은 자의식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으로 로봇의 행동을 사전에 모두 예측하여 이에 대한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컴퓨터 조종에 관한 한 악당은 물론 우군도 이용한다. 아직 인간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구의 심층부의 문제점을 다룬 「코어 Core」는 난해하기 어려운 지구의 핵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는데 주제는 지구의 심장부에 있는 지구 핵, 즉 코어(CORE)가 회전이 멈추면 지구는 멸망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속성상 주인공들의 활약 즉 자기 희생 등이 합하여 지구를 구하지만 이곳에서 역사상 최고의 해커인 '렛'이 등장하여 전지구의 인터넷망을 마비시킨다. 「매트릭스」, 「터미네이터」와 다름 아닌데 다만 렛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전산망을 활용한다.
그런데 「매트릭스」에서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엉뚱하면서도 해학적이다. 「매트릭스」 영화 자체로만 국한한다면 일반전화의 시스템을 바꾸거나 보다 근원적인 방법으로 전화코드를 빼 놓는 것이다. 전화코드를 빼 놓는다는 것은 인간이 IT를 포기한다는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효율이 좋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악성 바이러스가 세계를 놀라게 할 때 대안은 악성바이러스 유포 시간에 컴퓨터를 켜지 않는 것이다. 또한 바이러스 위험이 있는 사이트나 명령어를 입력시키지 않는 것이다.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지 않느냐는 말도 있지만 혼동의 시간을 지나면 바이러스 문제가 해결되어 문제가 일단락된다.
그러나 학자들의 우려는 이러한 차원이 아니라 플러그를 뽑을 수 없을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하느냐이다. 한마디로 「매트릭스」의 인공지능 로봇이 자체 에너지를 생산하여 인간의 방해를 극복하거나 「코어」의 렛처럼 세계의 전산망을 완전히 통제하는 기술을 갖게 되었을 때를 상정하는 것이지만 학자들은 대안이 비교적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기계와 인간 즉 동물은 출발부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계는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모든 에너지가 외부로부터 주입되어야 하지만 동물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자신이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인간은 기계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 하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둘째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스템 한마디로 전력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로봇이 통제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공급 면만 보명 영화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로보캅」의 머피는 온 몸이 기계로 되어 있지만 머리를 작동시키는 에너지는 죽과 같은 음식물로 제공한다. 감독이 왜 그들에게 음식물을 공급해야하는지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과연 미친 과학자나 독재자가 탄생하여 언젠가 터미네이터나 사기꾼 로봇이 몰려올 것인지 아닌지를 예단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적어도 인간에게 마지막 카드가 있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다. 특히 한국에서 개발하는 로봇이 세계를 석권하더라도 우려할 일은 아니다. 그래도 아서 클라크는 날카로운 조언을 내놓았다.
‘컴퓨터에게 새로운 능력을 자꾸 부여하다 보면 언젠가 인간은 컴퓨터의 애완동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저 우리가 원할 때 컴퓨터의 플러그를 뽑는 능력만은 항상 보유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말은 컴퓨터의 미래 즉 인공지능의 미래를 어둡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뜻한다. 알렌 AI 연구소(Allen Institude for AI)의 CEO 오렌 엣치오니는 다소 완곡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 증후군’

‘인공지능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너무 먼 미래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에 다양한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이지, 인간을 실험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사람들이 염려하는 대로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있을 경우,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 개발을 지연시키면 된다.’ 

바둑에 관한 한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형세판단, 직관력은 물론 대담한 공격력과 바꿔치기 등 바둑 최고 고수의 성향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정원 박사는 알파고에는 상대가 공격을 걸어오면 위축되기보다는 공격으로 맞서는 알고리즘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알파고가 인류가 태어난 이래의 인류의 노력, 지식,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인류의 작품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알파고의 성공은 인공지능 로봇의 성공이 아니라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한 유능한 프로그래머의 작품이라는 것이 보다 적절한 설명이다. 그들 역시 그동안 바둑계에서 진행되었던 기초적인 자산을 토대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이는 이세돌에 대한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인간 작품의 상당부분을 해석하여 이를 판단하고 다음을 예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파고가 세계 바둑의 최강자 이세돌을 격파했다고 해서 인간의 범주를 초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알파고를 성장시킨 인간의 능력을 볼 때 앞으로 수많은 분야에서 로봇의 지능 즉 인공프로그램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결론을 말하면 인간이 두뇌와 같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두뇌의 뛰어난 작동을 인간조차 정밀하게 분석할 수 없다는 것은 인간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한계가 생긴다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브룩스 교수는 인공지능(A.I.)이 곧 인간의 인지능력을 완전히 뛰어넘을 것이란 우려에 그럴 가능성은 아직 없다고 단언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했지만 알파고와 인간의 차이는 분명하다. 가장 큰 차이는 어떤 작업을 할 때 그 과정을 일반화하고 응용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바둑을 가르칠 수 있고, 바둑 두는 법을 응용해 틱택토(tic-tac-toe·일종의 빙고 게임)도 잘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된 인공지능이 다른 사람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일’은 하지 못하고, 바둑 데이터를 활용해 틱택토 게임을 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일자리를 제외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로 발전하는 것은 100% 허구라고 단언한다. 특히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처럼 말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로 생각하는데 인공지능 로봇은 엄밀하게 말해 정보를 읽고 분석하고 실행하는 능력(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로봇이 지적 노동자들보다 일을 더 잘한다고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고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바둑에서 완패시켰지만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설명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캐플런 교수는 로봇이 지적 노동자의 일을 대체하는 것 역시 인공지능 기술 발달에 따라 자연스러운 점도 있지만 이것은 자동화의 일부로 보는 데 그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봇은 인간보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잘하는 기계일 뿐, 인간을 뛰어넘거나 지배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을지, 인간이 로봇에 종속될지와 같은 의미 없는 토론에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
앞으로 100~200년 뒤에는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도 로드니 브룩스 교수는 이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 증후군’은 오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SF물에서 묘사되는 상황은 어디까지나 ‘현재 우리 사회와 똑같은 세계’에 ‘최첨단 과학기술’을 투입한 것이다. 100년, 200년 뒤의 사회가 지금과 같을 수는 없지만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맥락도 변한다. 기술이 발전할 동안 인간도 변하므로 인간과 동등한, 또는 그 이상의 로봇이 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적절한 질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200년 후를 현재로 단언해서 설명한다는 것이 어폐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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