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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행진’ 혁신 기업…부동의 1위 나이키 맹추격
‘고공 행진’ 혁신 기업…부동의 1위 나이키 맹추격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6.06.01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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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아머(Under Armour)

폭발적인 성장세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양분하던 미국 스포츠용품시장에서 ‘언더아머(Under Armour)’가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언더아머는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서 9위에 랭크됐다. 그들은 소리 없이 부동의 1인자 나이키의 아성에 다가가고 있다.

언더아머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8억5000만 달러보다 30% 증가한 10억5000만 달러로 10억 달러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순수익은 63% 증가한 1900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아디다스를 제치고 오른 업계 2위 자리를 굳히기에 충분한 숫자다. 

24분기, 6년 연속 20%를 넘는 매출 고공 행진에 언더아머는 금년 매출목표를 49억5000만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상향조정했다. 당초 모건 스탠리 등 일부 전문기관이 ‘여성 부문 매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언더아머의 성장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이를 무색케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언더아머는 1996년 탄생했으니, 올해로 꼭 20년이 된 셈이다. 언더아머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아디다스의 경우 1924년, 업계 선두인 나이키가 1964년에 설립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최근 실적과 시장의 반응을 놓고 본다면 언더아머는 이 두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수십년동안 이어온 양강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두 기업의 아성에 돌을 던진 것은 케빈 플랭크(Kevin Plank) 언더아머 CEO다.

아디다스 제치고 업계 2위로 

케빈 플랭크는 어린 시절 문제아였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학교인 조지타운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낙제와 싸움으로 퇴학당했다. 세인트 존스대 부속고등학교로 옮기고 미식축구에서 활약했지만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가까스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메릴랜드 대학에서도 미식축구 선수생활을 이어가지만 프로선수로 데뷔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학시절 발렌타인데이 때마다 장미꽃을 파는 등 뛰어난 사업수완을 보였다.

▲ 케빈플랭크의 대학시절(우)

언더아머는 이런 플랭크의 통찰력에서 시작됐다. 그는 게임을 끝내고 휴식을 취할 때마다 땀에 젖어 있는 무거운 옷이 싫었다. 선수들이 숄더패드 안에 착용하던 기존의 티셔츠는 땀에 젖을 때 무게가 1.4kg에 달했는데, 땀이 유난히 많은 플랭크는 하루에 세 차례 넘게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왜 이것보다 좋은 옷을 만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새로운 재질의 트레이닝복을 만들어 보겠다 결심했다.
플랭크는 그 길로 뉴욕의 원단시장으로 나섰다. 그곳에서 원하는 극세사 천 한 필을 구입한 후 맞춤옷 가게에서 티셔츠 제작을 주문했다. 마침내 원하는 대로 몸에 착 달라붙고, 건조했을 때 85g, 젖었을 때 200g이 되는 티셔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플랭크는 세컨드 스킨(Second Skin)의 개념을 가지고 있던 그 티셔츠를 자신이 직접 테스트 한 후 동료들에게 샘플로 나눠주면서 입도록 했다. 처음에 너무 달라붙는다고 착용을 꺼리던 팀원들 사이에서 호평이 나오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플랭크의 티셔츠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 티셔츠라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갑옷 안에 입는 옷’이라는 뜻을 붙인 이 티셔츠는 품질에서는 확실한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들은 품질 외에도 막강한 자금력, 시장 인지도, 전문인력 등을 갖추고 있었다. 이에 플랭크는 대학의 운동장비 관리자들과 직접 대면해 제품을 소개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로를 개척했다.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러나 설립 첫 해 언더아머는 티셔츠 500장 판매에 그쳤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데 대해 플랭크는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소문이 나면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제품이 됐기 때문이다.

언더아머가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다.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미국의 2011~2015년 매출을 보면 나이키는 16% 느는 데 그쳤고 아디다스는 2.9% 줄었지만 언더아머는 28% 성장했다. 2014년엔 2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아디다스(24억 달러)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언더독의 반란

언더아머의 이런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에는 언더독(Underdog) 전략이 주효했다. 언더독은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인데, 언더아머의 마케팅 방식은 철저하게 언더독 전략에 입각해 있다 해도 무방하다. 그 중 백미는 미국프로농구(NBA)의 스테판 커리(Wardell Stephen Curry II)를 모델로 내세운 것이다. 스테판 커리는 2012년까지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커리는 뛰어난 스타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는 ‘언더독’이었다. 하지만 나이키는 이미 수많은 슈퍼스타들과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고, 커리에 대한 대우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커리가 나이키와 계약을 해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재계약 과정에 있었다. 나이키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에는 커리가 아닌 다른 선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선수와 계약할 당시 사용했던 프레젠테이션을 재사용한 셈이었다.(추가적으로 ‘스테판(Stephen)’이 아닌 ‘스테폰(Stephon)’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이후 나이키에서는 자신이 절대로 일류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커리는 계약을 해지했고, 그를 눈 여겨 보던 플랭크는 커리를 잽싸게 낚아챘다.
3년이 지난 현재 커리는 NBA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역대 최초 만장일치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경제적 가치는 그의 인기 만큼이나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언더아머의 ‘스테판 커리 농구화’는 나이키의 르브론 제임스와 코비 브라이언트 농구화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모건 스탠리는 “커리 농구화는 이미 르브론과 코비 농구화 판매량을 넘어섰다”며 “최근 2개월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고 연간기준으로는 1억6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더아머도 커리의 인기 덕분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언더아머의 신발류 매출은 전년대비 57% 증가한 6억777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 농구화 매출은 무려 355% 폭증했고, 2월에는 증가속도가 더 빨라졌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미식축구에서도 언더아머는 언더독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NFL의 떠오르는 별 캠 뉴튼은 이번 시즌 우승은 실패했지만, 시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고,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세 차례(2011, 2013, 2014)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클레이튼 커쇼도 루키시절부터 언더아머의 후원을 받았다. 
골프에서는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가 언더아머의 모델로 활약중이고, 테니스선수 앤디 머레이, 아이스하키의 캐리 프라이스 등 언더아머는 거의 전 분야의 스포츠 스타를 확보해 놓고 있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는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소비패턴을 보면 소비자의 중독성・주관성 등이 관찰된다. 즉 커리가 신은 신발을 내가 신으면 나도 커리처럼 멋진 3점 슛을 날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조던의 브랜드인 에어 조던이 그랬던 것처럼 커리의 질주가 이어지면 앞으로도 언더아머의 신발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버지가 입던 옷이 아닌 내가 입는 옷

그러나 플랭크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이키와 제로섬 게임을 벌이려는 게 아니다. 언더아머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누군가 지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의 사업에만 집중할 뿐이다. 기존의 모델들과 계약을 계속 이어가면서 동시에 혁신적인 행보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업계의 성장이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나이키와 비교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작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아디다스는 올초 14년 만에 CEO를 교체했고, 나이키는 역사상 최고금액으로 르브론 제임스와 종신계약을 체결했다. 언더아머가 후원해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와의 계약도 성사직전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커리와 골든스테이트가 주가를 올리면서 나이키 입장에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기존 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언더아머의 비결에 대해 한 전문가는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잘 알려진 스포츠 브랜드지만 올드한 느낌이 난다. 젊은 사람들은 할아버지・아버지・삼촌이 즐겨 입던 브랜드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더아머는 신선하다. 이 점에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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