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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정통 언론 홍보의 추억
정통 언론 홍보의 추억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6.05.02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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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선량들을 뽑는 소위 그들만의 잔치인 20대 총선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저녁, 여야는 물론 어느 언론에서도 예측 못한 결과가 나왔다. 선거 당일 오후, 생방송으로 진행된 한 종편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느 패널리스트의 발언이 압권이었다. 전직 언론인 출신인 그는 사회자로부터 “여러 경우의 수 중에서 여당이 과반을 못 이룰 경우를 예상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질문 자체가 도대체 말도 안 된다”라고 일축해 버린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거의 모든 언론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번 선거는 여야 모두에게 채찍질을 한 준엄한 민심의 심판이라고 평했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정도의 길을 걷지 못한 정치인들에 대한 소리 없는 야유의 함성이란 것이다. 아쉽게도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결과 예측에 실패한 언론 스스로에 대한 자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근 중견 언론사 대표와 점심을 했다. 그와는 ㈜대우 출입기자와 홍보팀장으로 만났으니 20년 넘는 지기인 셈이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사장실로 갔다. 필자를 기억한 비서가 “사장님 금방 들어 오신다고 방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혼자 앉아 있기도 뭐해 사장실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그런데 방 중앙 벽에 있는 커다란 액자가 눈에 띄었다.  
다름 아닌 신문사의 경영 정신과 나아갈 방향을 정리해 놓은 일종의 포스터였다. 그런데 중심 부분에 있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윤리 경영’, ‘정도 경영’이 가장 크게, 진한 글씨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마침 외출에서 돌아온 사장에게 그 연유를 물어 보았다. “신문사의 모든 구성원 특히 모름지기 기자는 윤리 의식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이 쓴 기사가 독자들의 신뢰를 받고 그 결과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게 된다”는 어찌 보면 매우 상식적인 답변이었다. 한편으론, 그 만큼 요즘 우리나라 언론들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나 싶어 씁쓸한 기분이었다.

홍보는 나아졌나, 퇴보했나

그렇다면, 홍보 분야는 과거에 비해 나아졌는가? 30년 넘게 홍보맨으로 살아온 필자의 답변은 유감스럽게도 ‘아니요’이다. 예전에는 홍보실이나 홍보대행사가 뉴스거리가 될 만한 사항을 발굴해 이를 잘 정리해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하면, 이를 언론사에서 판단해 기사화를 결정하는 소위 정통 언론홍보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른바 광고나 협찬이 보장되지 않는 보도자료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내용에 상관없이 언론사에 어필하지 못하는 풍토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다음은 과거 시절 아직 정통 언론 홍보가 힘을 발휘할 때의 추억 한 편이다. 2000년 초의 일이다. 한 중견 유통그룹의 홍보실장을 할 때였다. 막 부임을 해 보니, 계열사 중 대형 쇼핑몰 회사의 본점을 오픈한 지 5년이 돼 가는데도 신문 유통 면에 회사 기사는 커녕 점포의 쇼핑 단신조차 언급되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이유는 충격적이었다. 거의 모든 유통담당 기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점포를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기자들도 거의 없었다. 다른 대형 유통점포처럼 4대문 안에 있지 않아서 한번 방문하려면 한나절 시간을 보내야 하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 집 근처에 있어 휴일 부인을 따라 혹은 직접 물건을 사기 위해 간 적은 있으나 취재 목적으로 방문한 적은 없었다는 극소수의 증언(?)이 있을 따름이었다. 
사태를 확인했고, 원인도 파악했으니 해결책은 분명했다. 유통 기자들로 하여금 점포를 방문하도록 취재 동기를 부여하면 되는 것이다. 그룹 홍보실은 우선 계열 유통회사 및 주요 점포의 특성에 관한 홍보 자료(프레스 킷)를 정성껏 만들었다. 그것을 들고 언론사 순회 방문에 나섰다. 이런 경우에는 일선 기자들을 설득하기에 앞서 유통 담당 데스크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필자의 설명을 들은 데스크 대부분은 담당 기자들에게 한번 가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정작 방문을 결정하는 것은 취재 기자의 몫이었다. 늘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인지라 특별한 취재 목적 없이 기사거리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나절을 허비(?)해 시내 중심부가 아닌 노원구에 있는 점포를 방문한다는 것은 데스크의 권유가 있다 해도 힘든 일이었다. 
해서 필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대원칙을 스스로 정했다. 첫째, 기자를 점포로 무조건 모시고(?) 간다.(百聞이 不如一見이니까) 둘째, 기자들에게 방문하기를 참 잘했다는 느낌을 준다.(뭐니뭐니해도 맞선을 볼 때는 첫인상이 중요한 법이다) 셋째, 어렵게 방문한 김에 취재까지 하게 만든다.(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사 거리다) 
일단 그간의 친분을 무기(?)로 데스크를 통해 어렵게 기자들의 점포 방문 일정을 잡았다. 이런 경우 평소 시간 여유가 없는 기자들의 십중팔구가 갑자기 급한 일정이 생겼다는 핑계로 방문을 연기할 것으로 예상한 필자는 사전에 대책을 마련했다.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 언론사든 출입처든 그 근처에서 기자와 같이 가기 위해 미리 대기하는 것이다. 한 시간 전부터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면 대부분 거절하지 못하리란 생각에. 그것도 그룹 홍보실이 아닌 유통 점포의 간부 직원이 오늘을 위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멀리서(?) 직접 차를 몰고 왔다고 이야기하면 한국인 특유의 동정심을 유발한다. 

지성이면 감천?

지성이면 감천이다. 일단 방문은 100% 성사됐다. 이제 기자가 스스로 취재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 
기자가 점포를 방문하자 준비된 다음 스케줄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층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점장의 정감 어린 환영 인사, 각 층을 돌아볼 때마다 이어지는 숙달된 조교(?)의 능숙한 설명, 홍보실에서 준비한 완벽한 홍보자료 및 싱싱한 기사거리 등.
한 가지 더. 마침 그 점포를 방문한 유통회사 대표와의 우연한(?) 만남 주선. 사전 인터뷰 약속이 없었으니 피차 부담 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기자는 그냥 점포 구경만 하고 가려 했는데 회사대표까지 만났으니 뜻밖의 성과가 있었다고 느끼게 된다.
결과는 대성공. 이후 유통회사 및 점포 기사가 과거처럼 외면당하지 않고 하나 둘 유통면에 실리기 시작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이 대표의 인터뷰도 나왔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유통 기사를 보면 상품 소개 기사는 조그맣지만 사진은 대문짝만하다. 물론 특별한 사진거리가 되면 말이다. 그래서 착안해낸 아이디어 하나가 소위 ‘아니 벌써`작전이었다. 
우선 과거 2년간 신문에 보도된 유통 기사 및 사진을 시기별로 구분했다. 이를 통해 해마다 추석 며칠 전에 추석 관련 상품 기사가 나오는 것을 알게 됐고, 자료 배포 시기도 파악했다. 설날, 초등학교 입학일, 발렌타인데이, 대입수능시험일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작은 유통회사가 대형 유통회사와 동일한 소재로 경쟁해서는 백전백패가 불 보듯 뻔한 일. 그래서 고안한 것이 ‘시간차 보도자료 배포`였다. 신문사는 어차피 계절과 명절을 미리 알리는 사진이 필요할테니 다른 유통회사들이 보도자료 내는 시점보다 일주일 빠르게 내자는 아이디어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0여개의 신문들이 일제히 점포 이름이 뚜렷이 들어간 사진기사를 보도했다. ‘아니 벌써 크리스마스`(11월 초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 판매 사진), ’성큼 다가온 여름`(5월 어느 온도 높은 날, 빙수기 판매 사진) ‘일찍 찾아온 장마`(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초여름 어느 날, 아로마 향초 판매 사진) 등.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회사 이름 한 글자도 게재하지 않았던 신문들이 감격스럽게도 경제면 한복판에 컬러 사진으로 점포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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