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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5 17:32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저 기계와 내가 팀을 구성하면 최강”
“저 기계와 내가 팀을 구성하면 최강”
  • 박찬희 자문위원
  • 승인 2016.03.31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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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파도를 잘 타면…

미국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1847~1931)의 전기 발명 50주년을 기념해 거행된 ‘빛의 황금 축제’는 지금도 자주 거론되는 성공적인 PR 이벤트이다. 이를 기획한 당대 MPR의 대가 에드워드 버네이즈(1891~1995) 역시 자신이 수행했던 수 많았던 PR 이벤트 중 단연 최고로 기억되는 행사로 꼽을 정도였다. 

1929년 10월 21일 미국에서는 50년 전 그날 에디슨이 백열 전구 점등에 성공했던 순간을 기념하기 위한 전국적인 특별 행사가 열렸다. 이날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 되었고, 기념 우표도 발행되었으며 행사장에는 허버트 후버 미 대통령과 퀴리 부인, 아인슈타인 박사 등 당대 거물급 인사들이 초대되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점등 퍼포먼스 였다. 전세계 전기회사들은 동시에 1분간 전기 스위치를 내렸다. 당시 82세의 에디슨은 노구를 이끌고 50년 전 처럼 음극과 양극의 두개의 철사를 부딪히자, 암흑 천지가 환하게 밝아지며, 전세계의 불이 다시 들어왔다. 전기의 유용성을 극적으로 체험케 한 PR 전문가의 전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IT 강국’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지난 3월의 이세돌 9단과 컴퓨터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에디슨의 ‘빛의 황금 축제’ 이래 가장 스펙타클한 PR 이벤트 하나를 지켜본 기분이었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실시간으로 말이다. 
한국을 찾은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대회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누가 승리해도 인간의 승리라고 밝혔다지만, 이번 대국의 실질적 승자는 구글과 자회사 딥마인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금번 바둑 대국에 구글은 약 200만불의 비용을 들였으며, 이를 통해 거둬들인 효과는 약 5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300만불의 거금을 들였던 90여년 전 에디슨 빛의 50주년 축제에 비하면 100분의 1 비용으로 100 배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효과가 더욱 증폭되는 PR 이벤트 성공의 비결들은 무엇이었을까? 
첫째, 인공지능 기술력이다. 구글은 지난 14년간 약 33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인공지능 분야에 쏟아부었다 한다. 이번 대국은 IT 강국이라 자처하던 한국은 한참 뒤쳐진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충격적으로 돌아보게 만들며 사회적 논란과 성찰을 이끌어냈다. 직접 PR 시대에는 포장될 수 없는 콘텐츠의 진정성은 성공 전략의 핵심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둘째는, 소셜 미디어의 무한한 확산력이다. 구글은 전세계 인터넷 검색의 70%를 장악하고 있고, 유투브, 지메일 등에는 매일 10억명 이상이 접속한다. 금번 바둑 대국은 그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 플랫폼이 되었다. 인간 바둑 최고수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높은 화제성, 흥행성을 보여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역할을 해냈다. 
세째는, 사회적 의미의 부여이다. 구글 경영진은 대국 기간 내내 강연과 기자회견, SNS 등을 통해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른 윤리성과 책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류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제도적,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구글의 주장과 이를 위한 자사의 의지에 대한 천명은 자사 기술력의 홍보 이벤트로 끝날 수 있는 행사에 PR의 의미를 더했다. 이처럼 구글이 대국에 앞서 CEO와 개발자를 KAIST, 경기혁신센터 등 강연을 통해 오프라인 접촉을 병행한 것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각자의 SNS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플랫폼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인공지능과 인간은 대립 아닌 협업 관계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은 잘 기획된 의사 사건, 즉 ‘pseudo event’라는 점이다. 구글은 인공지능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바둑을 선택했고, 최고수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성사시켜 인간 대표와 컴퓨터의 싸움으로 판을 키웠다. 이세돌 9단이 이번 대국이 인간의 패배가 아니고, 개인의 패배임을 강조한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 만큼 구글의 계산된 리스크가 돋보였다는 얘기다. 구글 입장에서 이번 대국의 승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음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이들의 생활양식을 바꾸어 가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알파고는 철저히 대국에 대비했지만, 승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동시에 보였다.
이렇듯, 중요한 계기에 의사 사건을 조직해 여론을 환기 시키고, 언론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은 PR의 고전적 기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지난 1990년대 초 정부의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싱가폴 관광진흥청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수직 마라톤’ 대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한국무역센터의 55층 계단 오르기 대회를 기획하며 이벤트의 화제성, 공익성 속에서 많은 대중의 참여와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 내며 의사 사건의 힘을 실감해 본적이 있다. 
의사 사건은 미국의 역사가 다니엘 부어스틴(Daniel Boorstin)이 처음 만들어낸 말이기도 하다. 많은 PR 역사가들은 1700년대 미국 독립 운동의 단초가 된 보스턴 티파티 사건을 의사 사건의 시초라 보고 있다. ‘자유의 아들들’이라 명명된 일단의 젊은이들이 보스턴 항구에 정박해 있던 영국 측 배에서 수백개의 티 백을 바다에 내던진 사건이다. 
인공지능은 증기 기관차, 기계, 컴퓨터에 이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인류를 진입시켰다. 매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마다 사람들은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공포와 부정 심리를 표출했다. 그 극단적 사례는 1800년대 초 영국 공장 지대에 있었던 기계 파괴 운동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 문명에 대한 가장 큰 두려움은 언제나 기계에 의해 인간이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일 것이다.
1997년 IBM 수퍼 컴퓨터 딥 블루에 패한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는 체스의 최강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다. “저 기계와 내가 팀을 구성하면 최강일 것입니다.” 금번 바둑 대국의 키 메시지는 인공지능과 인간은 대립이 아닌, 협업의 대상이라는 것, 따라서 인공지능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 새로운 변화에 대한 포용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일자리는 사라지지만 새로운 일자리 또한 계속 생겨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직관이나 창의력, 공감력이 개입되는 일일수록 대체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직과 사회의 공존과 상생을 도모하는 전문 분야로서 PR 역시 기계와 인간의 조화 속에서 더욱 진화하고 발전 하려면, 인류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공동체적 사유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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