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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선배님 사진이 신문에 크게 나왔어요!”
“선배님 사진이 신문에 크게 나왔어요!”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6.03.30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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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해프닝

얼마 전 대한민국 서울 한 복판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벤트가 있었다. 다름아닌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의 천재 이세돌 9단의 역사적인 바둑 대결이었다. 대국 첫째 날, 이9단 본인은 물론 바둑 애호가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가 나왔다. 알파고가 불계승을 거둔 것이다.  

해프닝은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다. 늘 그렇듯 전 날 취침 전에 무음으로 해놨던 휴대폰을 확인해 보았다. 부재중 전화 표시가 있었다. 고교 후배로부터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 걱정하는 마음에 통화 버튼을 바로 눌렀다. 
휴대폰 넘어 후배가 하는 말 “선배님 사진이 조간 신문에 크게 나왔어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덧붙이는 말 “언제부터 바둑을 두셨나요?” 아니 평소 바둑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에게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인가 싶어 재차 물어봤다. 그랬더니 분명히 00신문 0면에 있는 사진 속 인물 중에 필자가 있다는 얘기다.  
긴가민가하며 출근하던 필자에게 몇몇 지인들로부터 같은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해서 사무실 앞 가판대에서 그 신문을 사 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후배 말이 맞았다. “이 9단의 불계패에 침통한 바둑팬들”이라는 설명의 사진 속에 버젓이 필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10여명의 사람들과 같이 대형 바둑판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그것도 심각한 표정을 짓고 말이다. 

잘 기획된 바둑 지식 콘서트

그제서야 전 날 오후의 일이 기억났다. 광화문 소재 5성급 호텔에서 개최된 실제 대국 현장과는 별도로 같은 시간대에 혜화동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에서 바둑 지식 콘서트가 열렸는데 그 장소가 바로 사진의 배경인 것이다.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다. 마침 대학 동창 친구 회사가 그 무렵 바둑관련 앱의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그 회사는 언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를 냈다. 알파고 vs 이세돌의 대국 첫날, 인공지능과 인류학 전문가들의 발표와 함께 중간에 프로 바둑기사가 실황 설명을 하는 식으로 구성된 바둑 콘서트를 준비한 것이다. 그 아이디어는 적중해 많은 언론 기자들이 현장 취재를 위해 몰려왔다. 
필자는 비록 바둑은 문외한이지만 언론 홍보를 잘 아니 도와달라는 친구 부탁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청중으로 참가 신청한 바둑팬이 아닌 주최측 관계자 자격으로 말이다. 그런데 속사정을 알리 없는 사진기자가 필자를 골수 바둑팬으로 오해하여 그만 결정적 순간에 피사체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대중은 영화배우의 얼굴과 이름을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만든 제작진들에 대해선 잘 모른다. 국제영화제 수상경력이 있는 자들은 예외로 하더라도, 영화감독들이나 촬영감독의 얼굴이 알려진 경우는 드물다. 영화 한 편이 완성돼 극장에서 상영되기 까지 스크린 뒤에서 또 카메라 앵글 밖에서 맹활약을 펼쳐온 수 많은 조감독 및 스태프 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홍보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우호적인 기업 관련 뉴스가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지만, 홍보담당자가 TV 화면이나 신문 사진 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건, 사고 등 안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이 점에서는 기자들도 비슷하다. TV 기자들을 제외하고 기자의 얼굴이 언론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문, 잡지의 경우 간혹 ‘기자의 한마디’, ‘기자 수첩’ 등에 게재되는 증명사진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 만나 본 사진 기자들 대부분도 그렇다. 한 컷의 사진을 신문이나 잡지에 게재하기 위해 그야말로 때로는 촌각을 다투며, 때로는 땀투성이가 되어가며 보도 인물을 촬영하지만, 정작 본인의 얼굴은 사진 찍히기를 싫어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다음은 모일간 신문에 게재된 사진에 얽힌 에피소드이다. 때는 국내외 채권자로부터 집요한 자금회수 압박에 몰린 대우그룹이 기어이 해체 수순을 밟기 시작했고 이윽고 모기업인 (주)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 무렵인 1999년 어느 여름 날이었다.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당시 대부분의 임직원과 마찬가지로 홍보팀장인 필자도 국내외 언론들의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대응하느라 거의 매일 새벽에 퇴근하던 기억이 난다. 서울역 앞 대우빌딩에는 TV방송국과 신문사 카메라 기자들이 보도기자들과는 별도로 자료화면용 사진과 화면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 했던, 말 그대로 시장의 북새통을 연상시키는 어수선한 시절이었다. 
그 날도 아침부터 기자실에 많은 기자들이 자리를 잡고 열심히 취재를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오후 1~2시경으로 기억된다. A경제신문의 B취재기자가 홍보팀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는 기자실에 자리가 없다며 커피나 한잔 하고 가겠다고 필자 책상 옆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담배도 피어 가며 이러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직원이 필자에게 보고를 해 왔다. ‘C일간신문의 사진기자가 사무실에서 직원들 근무하는 모습을 자료화면용으로 촬영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번에는 무역영업 부서 사무실을 소개해주었는데 근무에 지장이 많았다는 불만이 들어와서인지 이번에는 어느 부서를 소개할지를 물어보는 보고였다.
필자는 이번엔 다른 부서에 괜히 피해를 주지 말고 차라리 이 곳 홍보팀 사무실에서 촬영하라고 지시했다. 특정 이슈가 있어서가 아니라 직원들의 근무장면이니 어떠랴 싶었던 것이다. 이윽고 사진기자는 필자와 B기자가 담배를 두어 가치 피어가며 얘기를 나누던 20여분 동안 사무실 이곳 저곳을 열심히 촬영했다. 이후 그는 ‘협조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신문사로 돌아갔고 얼마 안돼서 B기자도 사무실을 나섰다. 
그날 오후 6시경이었다. B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C신문 가판을 보았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아직 사무실에 배달되지 않아 왜 그러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사회면에 그야말로 대문짝만한 사진이 실렸는데, 자신과 필자의 사진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더니 문제의 사진이 화면에 떴다. 순간, 난 박장대소를 참을 수 없었다. 바로 필자와 B기자가 몇 시간 전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고 있는 장면인데 사진 설명에는 ‘대우 직원 두 사람이 담배를 피우며 불안한 회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홍보팀장의 손님인 B기자가 졸지에 대우 직원으로 둔갑해 있었던 것이다. 
해서 필자는 즉시 C신문에 전화를 해서 데스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이미 A신문 사진부에서 C신문 사진부로 연락이 와서 문제의 사진은 즉각 교체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C신문에는 휴게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다른 부서 직원들의 사진이 대신 실렸다. 
요즘도 가끔 만나 대포 한 잔 하는 B국장과 필자는 ‘우리 사진이 신문에 그렇게 큼지막하게 보도된 적은 아마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안주 삼아 당시를 떠올리곤 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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