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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세계가 부러워 하는 한국인의 장수 비결
세계가 부러워 하는 한국인의 장수 비결
  •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 승인 2016.02.01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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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은 노인층 비율(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이 7%를 초과하면 ‘노령화사회’에 들어선 것으로 간주하며 14%를 넘어서면 ‘노령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OECD 한국경제보고서’는 유엔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2000년에 노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오는 2022년에 노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가 노령화사회에서 노령사회로 이행하는데 걸리는 기간 22년은 프랑스(115년), 스웨덴(85년), 미국(71년), 영국(47년), 일본(24년) 등에 비해 가장 빠르다. 장수국가로 불리는 일본보다도 2년이나 빠른 것이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은 생산가능인구가 적어지는데다가 치매 등 고령으로 인한 불치병이 증가해 경제적인 면으로만 보더라도 낭비의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노령층은 보건의료비 지출 요인이 큰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한국의 노령화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유로 학자들은 1960년대 이후 고속성장을 계속해 온 한국의 ‘성장 엔진’이 멈출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꼽는다. 그러나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 요인만 강조한 것으로 세계적인 안목으로의 잠재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고령화 사회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는 것은 역으로 한국인들이 매우 축복 받은 민족임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 1등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세계 1등만 기록하는 기네스북을 봐도 알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기록이기 때문에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것이다. 장수국가라는 항목도 그렇다. 한국이 장수국가로 진입하는 기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다는 것은 그만큼 장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장수국가로 들어가는 것이 기네스북감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라는 것이다.

김치, 장, 막걸리…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장수국가로 진입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장수하는 사람이 왜 많아지는가이다(산아제한의 성공으로 젊은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제외). 한국인들이 장수할 소지는 치매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서울대 박상철 교수는 100세 이상 장수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치매 비율이 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적은 10% 미만으로 나타났다고 밝힌바 있다.
학자들은 치매가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병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발현이 장수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많이 있었음에도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던 이유는 지금보다 인간의 수명이 짧아 치매라는 질병이 발병하기 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장수할 수 있는 두 번째 요인으로 많은 학자들이 한국 특유의 식단을 거론한다. 우리 민족은 쌀 위주의 식생활에 채소를 즐겨 먹었다. 그러나 삼한사온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기후는 계절 변화가 뚜렷하여 겨울에는 채소 생산이 불가능했고 저장 또한 어려웠다. 따라서 건조 처리나 소금 절임에 남다른 슬기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산물이 바로 김치, 장, 막걸리를 비롯한 발효식품이다.
김치는 한마디로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 고추, 마늘 등 여러 가지 향신채를 소금으로 간을 해 발효시킨 ‘모듬야채발효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치의 담금 원리는 양념류가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교환되고 배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을 통해 채소의 풋내도 없어지며 미생물과 효소가 작용하여 김치류가 숙성된다.
발효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생물의 작용이다. 김치의 숙성에 가장 중요한 젖산균은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는 호흡능력이 없는 혐기성 세균이다. 젖산균은 일반 세균에 비해 영양이 풍부한 환경에서만 번식할 수 있는데 김치를 항아리에 담을 때 내부에 공기가 남지 않도록 하는 이유는 산소를 이용하는 미생물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김치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마늘을 양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마늘에는 탄수화물(스크로토스)과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마늘의 특유한 냄새를 내는 알리닌이라는 물질과 스코르진 등 여러 가지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몸 안에서 힘을 만드는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몸 밖으로 배설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강장 효과를 나타내며 신경안정 작용도 있어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마늘은 살균력이 높은 알릴설파이드라는 자극성 물질을 갖고 있는데 이 물질이 대장균, 포도상구균 등의 살균 효과는 페니실린보다 더 강력한 항생물질임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발표되었다.
김치의 맛을 특징짓는 것은 고추다. 고추가 매운맛을 내는 것은 캅사이신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캅사이신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도우며 비린내가 나는 것을 막아준다. 고추에는 특히 비타민 C가 많은데, 같은 양의 감귤류에 비해서는 2배, 사과에 비해서는 50배나 많다. 우리나라 식단의 3대 양념인 간장, 된장, 고추장도 우리나라 음식의 특징 중 하나인 ‘국물음식’을 만드는데 절대적인 발효 제품이다. 이러한 장을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콩인데 콩의 원산지가 원래 우리나라이다.

냄새 난다고 기피하는 건 어리석은 짓

장을 만드는 메주는 학자들을 매우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전력도 갖고 있다. 1960년대에 ‘타임’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메주를 띄울 때 생기는 곰팡이가 천연 발암 물질 중에서 가장 발암성이 강한 아플라톡신(Aflatoxin)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 유독 암환자가 많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거로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발암 물질로 알려진 메주가 오히려 항암 성분을 지닌 건강식품이라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메주로 만든 장은 발암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발암성을 상쇄하는 항암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막걸리는 술이면서 건강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발효과정에서 증식한 효모 균체가 막걸리 속에 포함되어 있는데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의 함량이 높아 영양이 풍부하며 젖산균과 같은 정장제로 이용된다. 또한 막걸리에는 인체의 조직 합성에 기여하는 라이신과 간질환을 예방하는 메티오닌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우리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소화가 잘 안 될 때 막걸리를 마시면 괜찮다고 한 것이 나름대로 근거 있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막걸리가 암 예방과 암세포 증식억제 효과, 간 손상 치료효과, 갱년기 장애 해소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한국의 장수촌에 살고 있는 80세 이상의 남자들 중 절반 이상이 매일 막걸리를 반 되 이상 마셨다는 통계도 있다.
막걸리의 진가는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그 제조법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막걸리의 장점은 맥주와 달리 전분의 분해와 발효를 동시에 수행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곡류를 원료로 하는 우리나라의 술 빚는 방법을 병행복발효(竝行復醱酵)라고도 부른다. 1970년 미국 등에서 최첨단 신기술로 만든 양조법이 개발되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적이 있었다. 이를 동시당화발효법(Simultaneous saccharification and fermentation process)이라고 명명했는데, 우습게도 바로 막걸리를 만드는 방법과 동일했다. 우리나라에서 고대부터 전통적으로 만들어온 막걸리 제조법이 외국인들에게는 최첨단 신기술로 보인 것이다.
불가리아가 장수국으로 유명한 것은 발효 식품인 요구르트를 많이 먹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와 장을 비롯한 우리의 식단은 요구르트보다 더 훌륭한 발효식품으로 채워져 있다. 한국인이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 식단과 유전적인 요인이 합하여 나타나는 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제주도의 이춘관(102세) 할아버지와 송을생(97세) 할머니가 2002년 1월 25일 결혼 80주년을 맞아 세계 최장수부부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록은 미국 켄터키주의 윌리엄 리치(104세)와 클로디아 리치(98세) 씨 부부에 의해 깨졌다. 이들은 1919년 4월 12에 결혼식을 올려 83년 간 결혼 생활을 했다.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을 냄새가 난다고 기피하는 현상(냄새가 난다는 것은 발효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함)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김치나 장, 막걸리 등 발효식품 애용이 한국인이 장수의 비결임을 염두에 둔다면 냄새 난다고 기피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장수의 또 다른 방법은 우리의 난방법에도 기인한다. 우리 조상은 초가집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동시에 보다 합리적인 난방법을 개발했다. 바로 온돌(구들)이다. 난방법에는 온돌을 이용한 복사난방과 실내에 방열기를 설치하거나 스토브를 설치하여 난방하는 대류난방으로 나누어진다. 대류난방은 가열된 공기가 천장 밑은 고온이 되고 바닥은 저온이 된다. 즉 사람이 서 있는 자세에서 머리 부분은 고온이고 발 부분은 저온이 되는 두열족랭(頭熱足冷)이 되는데 이는 건강상 좋지 않다고 의학자들은 지적한다.
고온의 공기는 공기 중 산소 분자의 운동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팽창되어 분자간의 거리가 멀어지므로 결국 이 공기를 호흡하면 심폐 내 산소 분자의 수가 줄어든다. 이는 열대지방 사람들의 수명이 짧다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세계 장수분야 선도할 절호의 기회

반면에 온돌은 바닥면과 천장면을 제외하면 실내 상하 온도차가 거의 없는 균등한 실온이 형성된다. 또 발바닥을 포함한 신체가 직접 온돌에 접촉하기 때문에 쾌감을 얻는 동시에 혈액 순환을 촉진시킨다. 더구나 온돌은 구조상 방바닥에 온도 차이가 있는 부분(윗목과 아랫목)이 만들어지는데 이 역시 건강상 좋다. 요즈음 아이들이 잔병에 자주 시달리는 이유는 온도 차이가 거의 없는 아파트에서 중앙집중식 난방생활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2003년 전라남도에서 65세 이상 노인 중 80세 이상 비율이 30% 이상인 장수 마을을 조사한 결과 산과 바닷가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역별로는 구례 7곳에 이어 완도와 순천 각 3곳, 고흥,보성,장흥,강진 등 11개 시/군이 1곳씩이었다. 나주시 봉황면 용곡리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42명 가운데 23명이 80세 이상으로 55%나 되었으며 함평군 함평읍 수호3리도 52%나 되었다. 학자들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등이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는데 불가리아의 장수촌과 같은 맥락으로 여기에 한국 특유의 세 가지 장수 요인이 포함되어 장수마을이 되었다고 추정한다.
한국의 노령사회가 한국의 미래에 부담만 주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은 한 번 태어난 인간은 반드시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대 명제 때문이다.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장수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세계인이 가장 부러워할 과학적 유산을 갖고 있는 민족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장수하는데도 ‘노하우’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건강식품이나 건강을 위한 운동들이 각광을 받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장수 ‘노하우’야말로 가장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가장 많이 지출하는 예산이 노인 복지를 위한 명목이다. 2005년 워싱턴포스트지는 10년 후 미국 정부가 노인들을 위해 지출하는 예산은 약 1조8천억 달러로 미국 전체 예산의 절반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노인들을 위해 지출한 예산은 지난 1990년 전체예산의 29%, 2000년에는 35%에 달했으며 2010년에는 예산의 43%인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미연방정부의 노인들에 대한 지출은 메디케어(노인의료보장)와 메디케이드 등 의료보조비를 비롯해 공무원, 군인들의 연금, 퇴역군인들을 위한 건강보험 및 연금, 광부들에 대한 연금, 노인들에 대한 난방 및 주택 지원 등을 포함한다.
이를 역으로 말한다면 노인을 상대로 한 시장은 미국만 해도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중국의 경제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중국을 거대한 시장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2015년 현재 세계 총인구는 약 70억 명인데 중국의 인구는 13억 명을 넘어 전 세계 인구의 거의 20퍼센트나 된다.
독일 훔볼트 대학 랄프 울리히 교수는 ‘유럽의 연금제도가 급변하지 않고 지금처럼 고령인구가 급증한다면 노령층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거대집단으로 부상할 것이며 머지않아 유럽경제의 상당부분을 고령인구가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는 결국 ’실버시장‘이 급성장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들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실버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수 있는가. 당연한 일이지만 고령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적시적소에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노하우는 필연적으로 이를 가장 필요로 하는 노령층으로 부터 얻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또 설득력이 있다. 고령층에 대한 노하우를 알기 위해서는 고령인구가 있어야 하며 그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자료를 축적하면서 필요한 것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는 것은 역으로 고령층에 대한 노하우가 다른 나라보다 심층 있게 쌓일 수 있는 자산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층이 앞으로 정부에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도래할 고령사회에 대비해 지금부터 착실한 대책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장수국가의 노하우로 수많은 기술개발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세계 장수분야를 선도해 세계 1등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앞으로 도래할 고령화 사회가 초래할 제반 문제도 과학계가 지혜를 짜내면 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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