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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6:16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저성장 위기엔 ‘탑다운 경영’?
저성장 위기엔 ‘탑다운 경영’?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6.01.1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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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변화 필요한 때
      바텀업보다 탑다운에 주목할 필요 있다”

탑다운과 바텀업은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다. 상호 보완재에 가깝다. 한시도 중단 없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 바텀업 혁신이라면, 지금과 같은 저성장기,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좀 더 힘을 집중해 실행해야 하는 것이 탑다운 경영이다. <Cooperation=LG경제연구원>

105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 히타치는 2006년 8천억 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4년 6천억 엔의 흑자를 내더니, 2015년에도 3천억 엔이 넘는 이익을 거두며 일본의 대표적인 B2B 기업으로 부활했다. 
알짜사업의 매각과 같은 독한 결단, 파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발빠른 사업 재편 등 과감한 실행력이 히타치 부활의 힘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 원동력은 CEO 가와무라 다카시의 진두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진행된 탑다운 경영에 있었다. 히타치의 부활과 같은 극적인 사례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경영 트렌드는 조금 다른 면을 중시하는 듯 하다. 창의와 혁신이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면서 보다 수평적이고 분권화된 조직운영, 즉 바텀업 경영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는 추세다. 미국 USC 대학의 제라드 텔리스 교수는 “혁신은 바텀업에서 나오므로 탑다운을 경계해야 한다”라며, 애플에 대해서도 ‘한사람의 홈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탑다운 기업’이라 혹평한다.
과연 저성장의 위기 돌파가 절실한 우리 기업들에게 유용한 무기는 무엇일까?

야구는 감독이 하는가, 선수가 하는가?

야구와 관련해 해묵은 논쟁이 하나 있다. ‘야구는 과연 누가 하는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최고의 야구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갈린다. 한 쪽은 선수 기용이나 작전 지시 등 감독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반대 편에서는 공을 던지고 치는 것은 결국 선수가 아니냐며 맞선다. 작전야구와 자율야구로 불리는 두 관점은 각각 탑다운과 바텀업을 대변한다.
야구 경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에 일일이 개입하는 감독은 거의 없다. 반대로 모든 것을 전적으로 선수 자율에 맡기는 감독도 없다. 일반적으로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 감독은 대개 별다른 작전 없이 선수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시도하게 함으로써 한 단계 성장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이나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 야구 감독은 적극적으로 작전을 낸다. 선수의 판단에 맡기지 않는다. 대신 해야할 일을 명확히 알려준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대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야구는 ‘감독이 선수와 함께’ 하는 경기다. 경기 상황에 따라 감독의 역할이 달라질 뿐이다. 그래서 “이겼을 때는 선수들이 잘 (실행)해서 이겼고, 졌을 때는 감독이 잘못 (지시)해서 졌다”라는 감독 인터뷰가 팬들의 호응을 얻는다. CEO라는 감독과 구성원이라는 선수로 이루어진 기업도 이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양자택일이 아닌 조합의 이슈

탑다운은 단적으로 모든 사안을 조직의 최상층부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실행은 위에서 아래로, 중간 관리자를 거쳐 현장으로 이어진다. 최종 담당자가 정해질 때까지 과제는 작게 세분화된다. 목표는 물론, 달성 방법에서도 중요한 결정에 현장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의사결정의 주체인 조직 최상층부가 진다. 시키는 대로 일하는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는 피할 수 없는 단점이다.
반면, 바텀업은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정반대다. 계획 수립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조직의 아래에서 출발해 위로 올라간다. 처음부터 참여한 직원들은 실행 과정에서 스스로 동기부여 되어 사기도 높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해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기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계획도 가능하다. 탑다운의 일방향 소통과 권위주의적 지시/통제와 달리 자발적 헌신과 몰입에 기반해 업무가 실행된다.
그런데 사실,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해서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단위에서 탑다운이 전략에 대한 것이라면, 바텀업은 전술에 관한 것이다. 기업 단위에서는 탑다운 경영이 빠르고 강력한 변화가 필요할 때 선택해야 할 무기라면, 바텀업 경영은 시기와 관계 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할 문화와 같은 것이다. 바텀업이라 하더라도 최종 승인을 거쳐 실행되는 모습은 탑다운과 유사한 경우가 많다. 둘은 반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호 보완재에 가깝다.
글로벌 복합 기업 GE는 탑다운 경영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120년의 역사에서 고비마다 CEO가 주도하는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로 변화를 성공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잭 웰치도 탑다운만으로 조직을 올바르게 이끌 수 없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직원들이 CEO만 쳐다보느라 그들의 엉덩이는 고객을 향하고 있다”며, 탑다운이 CEO 눈치만 보게 만드는 탑오리엔테이션(Top-orientation)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통렬히 지적했던 것이다. 잭 웰치가 생각한 탑다운의 보완재는 고객과 시장에서부터 출발하는 아웃사이드인(Outside-in)이었다. 아웃사이드인은 고객과 접촉하는 현장 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다른 의미의 바텀업이라 볼 수 있다.

위기에는 탑다운이 중요하다

야구 경기에서 9회말 패배의 위기에 몰려 있는 팀을 가정해보자. 그 팀은 작전야구(탑다운)를 선택해야 할까, 아니면 자율야구(바텀업)를 선택해야 할까? 실제 야구 경기를 자세히 본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은 문제다. 거의 모든 야구팀의 선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타자가 바뀌는 매 순간, 볼카운트마다 감독의 손은 모자와 코, 귀를 왔다갔다하느라 바쁘다. 현란한 수신호의 작전 지시는 코치와 선수에게 끊임없이 전달된다. 플레이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바짝 긴장해 수신호를 응시한다.
야구팀과 마찬가지로 평상시가 아닌 위기라면 바텀업보다 탑다운이 적합하다. 2009년 CEO에 취임해 히타치의 위기 돌파를 이끈 가와무라 다카시는 “위기 속에서의 성장 전략은 고통이 따르는 결단을 수반한다. 아래에서 위로 진행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위기는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아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바텀업은 아무래도 계획의 수립과 실행에서 시간이 걸리는 탓에 역량이 분산된다. 다양하고 실제적인 아이디어의 취합이라는 장점도 위기라는 대전제 아래서는 빛이 바랜다.

조금 더 나은 판단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에베레스트’는 절체절명의 순간 탑다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8,848미터의 세계 최고봉 정상을 불과 수백 미터 앞두고 한 대원이 지쳐버렸다. 대장은 정상등정을 포기하고 내려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먹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대원은 지난해에도 정상을 코 앞에 두고 포기해야 했다며 애원했다. 일생에 다시 못 올 기회를 잡게 도와달라고 매달렸다. 마음이 흔들린 대장은 그를 부축해 정상을 정복하게 도와준다. 그러나 대가는 가혹했다. 서너 시간을 더 지체한 탓에 날씨가 악화되기 전에 하산하지 못한것이다. 둘은 결국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8천미터급 이상의 고산 등반은 산악인들에게 하나의 ‘예술’로 통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한 행위로 여겨지기도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이 그만큼 많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이 ‘예술’의 하이라이트는 다름아닌 하산 타이밍의 결정이다.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죽음으로 직결된다. 고도의 집중력과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하산 결정은 전적으로 대장의 몫이다. 정상이 코 앞에 있어도 대장이 하산을 결정하면 두말 없이 따라야 한다. 무사귀환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대장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대원은 아무도 없다.
기업에서도 장기적인 사업 판단, 조직의 생존이 달린 이슈에 대해서만큼은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에게 더 나은 판단을 기대할 수 있다. 역량이 아닌 역할의 문제라서 그렇다. 조직 최상층부로 갈수록 조직 전체에 대한 책임감의 차원이 다르고, 경험과 통찰력의 수준도 다르다. 조직 내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할 객관적 판단력이나 실행에 필요한 권위를 따져봐도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빠르고 즉각적인 실행

탑다운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위로부터 지시 받은 결정이 아래에서 잘 실행되도록 자원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계획의 효과나 문제점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실무자 역시 조건 없는 즉각적 이행을 요구 받는다. 더 나은 대안의 고민은 한시적으로나마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당장은 제대로 실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간 경쟁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바텀업에서와 같은 창의와 혁신의 경쟁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직원 서로를 한 배에 탄 동료로 인식하게 해주는 효과마저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탑다운의 실행 스피드를 더욱 높인다.
1차 걸프전이 한창이던 1991년 2월 26일, 아홉 대의 전차로 구성된 미군의 기갑수색연대 독수리중대는 맥마스터 대위의 탱크를 선두로 모래바람을 가르며 사막지대를 지나고 있었다. 약간 경사진 언덕을 오르던 선두가 정상을 찍고 반대편으로 기수를 내렸을 때다. 모래바람 속으로 엄청난 규모의 탱크 무리가 갑자기 눈 앞에 들어왔다. 이라크 공화국수비대 타와칼라 기계화사단 예하 18여단이었다. 양측은 모두 깜짝 놀랐다. 맥마스터 대위는 거의 본능적으로 ‘발사’를 외쳤다. 정보 분석이나 보고 따위는 아예 생각조차 못했다. 명령과 동시에 부하는 거의 반사적으로 포를 발사했다. 적군 탱크 한 대가 즉시 파괴되었다. 
3초마다 이어진 재장전과 발포로 적군 탱크 몇 대가 더 화염에 휩싸였다. 그제서야, 뒤에 있던 나머지 탱크들도 언덕에 올라 발포를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무기 덕을 보긴 했지만, 독수리중대는 단 23분 만에 아홉 대의 탱크로 부상자 한 명 없이 90여 대의 전차와 장갑차로 이루어진 이라크 기갑 여단을 궤멸시켰다. 갑작스런 위기에서 선제 공격이 덜 위험할 거라 순간적으로 판단한 지휘관의 명령이 전광석화 같은 포 사격으로 연결되어 거둔 성과였다. 한 마디로 ‘스피드’가 가져온 승리다. ‘73 이스팅 전투’로 불리는 이 놀라운 교전은 현재 미국 사관학교에서 연구되고 있다.
맥마스터 대위의 독수리중대는 위기의 기업에 탑다운이 훌륭한 돌파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어떻게 할지가 정해졌다면, 빠른 실행만이 있을 뿐이다. 중간에 결과를 걱정하고 손익을 따지느라 머뭇거린다면 이미 패한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더 오래 가는 내구성

1934년, 한 무리의 중국 공산당원들이 국민당 백만 대군에 쫓기고 있었다. 이들 스스로 위대한 퇴각이라는 의미에서 ‘대장정’이라 불렀지만, 실상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체절명의 후퇴였다. 그런데 역사는 이들 공산 혁명가들의 편이었다.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공산당 지도부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농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만큼은 철저히 경계했다. 농민과 일반인들의 지지만이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 한치의 의심 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교육과 관심으로 무리는 대중과 하나가 되었고, 풍부한 경험의 박식한 혁명가 집단으로 성장했다. 단단해진 결속력으로 국민당 정부를 몰아낸 이들은 지금까지도 중국 대륙을 통치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절실한 GE는 2014년부터 이멜트 회장이 주도하는 Fast Works라는 혁신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과거 잭 웰치의 6시그마 혁신 운동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강력한 탑다운 방식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없이 재도약이 불가능하다는 CEO의 절실함이 반영된 운동이었지만 처음엔 참모들조차 확신이 없었다. 원래 스타트업 기업에 맞게 고안된 혁신 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CEO의 확신과 독려는 이런 염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불과 2~3년만에 글로벌 조직 전체로 확산된 Fast Works 프로젝트들은 예상보다 빨리 성과를 내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만들어내며, 확신의 강도는 최고경영진의 의지에 비례한다. 쫓기던 중국 공산당원들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지도부의 승리에 대한 확신과 의지가 만든 것이었다. GE에서도 CEO의 강한 의지가 끝까지 밀어 부치는 실행력을 만들어 낸 바탕이었다.

탑다운 경영의 맹점

우리의 눈에는 맹점(blind spot)이 있다. 1백만개나 되는 시신경이 뇌에 연결되기 위해 빠져나가는 구멍에 해당하는데, 여기에는 시세포가 없어 빛을 느끼지 못한다. 눈에도 이런 결함이 있다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경영 수단도 ‘맹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탑다운의 치명적 약점은 잘못된 판단에 근거한 독단적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체크와 견제 기능이 작동되지 않아 최고경영자 자신 밖에는 시정할 사람이 없다. 잘못된 결정은, 탑다운의 장점인 스피드로 인해 조직의 파멸을 가속시키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독일 폴크스바겐 자동차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은 탑다운의 맹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시장과 기술에 대한 내부논의와 소통 없이 CEO가 독단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밀어 부칠 때, 아무도 감히 CEO를 설득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견디다 못한 직원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부품을 조작했고, 결과적으로 회사는 존폐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맹점 극복의 열쇠 ‘핵심 그룹’

우리 눈은 평소 맹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의사들에 따르면, 우리 눈은 순간순간 조금씩 다른 각도를 볼 수 있게끔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인간의 두뇌는 여기서 생산된 엄청난 양의 시각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종합해 빈 부분을 마치 보는 것처럼 채워준다는 것이다. 탑다운의 맹점도 보완 방법이 있다. 예컨대, 코칭이나 리더십 훈련, 정보 채널 다양화, 의사결정 방식의 개선 등은 모두 CEO가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활발한 커뮤니케이션도 효과적인 도구다. 
스위스 쮜리히대학 경제학과 레이프 브란데스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일수록 좋고 나쁨이 명확히 드러나는 탑다운 커뮤니케이션이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반면,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상사는 조직 성과의 30%에 달하는 잠재적 손실을 가져온다”며 탑다운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보다 실제적인 방법은 핵심 그룹의 활용이다. CEO 혼자 탑다운 경영을 감당해 나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CEO의 판단과 결정을 도와주고, 즉각 실행이 이루어지도록 발로 뛰는 소수의 핵심 그룹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 그룹이 폐쇄적 이너써클(Inner Circle)로 변질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핵심 그룹을 군림하는 권력 집단이 아니라, 변화를 선도하는 일꾼으로 만드는 것이 탑다운 경영의 맹점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변화선도자(Change Agent) 활용법

탑다운 경영의 대표 주자는 뭐니뭐니해도 스티브 잡스다. 그 역시 핵심 그룹을 활용했다. 현 CEO인 팀 쿡이나 디자인 총괄 조나단 아이브 등으로 구성된 주요 기능 책임자들이 멤버였다. 실력과 충성도를 겸비한 이들은 잡스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했지만, 결코 권력 남용이나 권위주의로 비난 받지 않았다. 이들은 잡스에게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고, 실행에 앞장 선 진정한 변화선도자들이었다.
변화선도자가 반드시 CEO 주변의 경영진일 필요는 없다. 잡스는 ‘탑 100’으로 불린 비공식 핵심 그룹도 활용했다. 탑 100은 직급과 상관없이 뽑힌 100명의 천재들로 겨우 1년에 한 번, 3일간의 워크샵으로 모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최고의 변화선도자가 되는 데는 3일이면 충분했다. 잡스와 함께 치열한 브레인스토밍을 가지며 회사의 비전을 공유했고, 인정 받았으며, 회사의 제품 전략 대부분이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워크샵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컨설팅회사 OC&C의 창립자이자 경영컨설턴트 크리스 오트람은 바람직한 핵심 그룹 활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멤버의 능력과 충성심이다. 이들은 CEO만큼 전략을 이해하고, 성공에 대한 확신으로 행동해야 한다. 조직에 대한 애정 또한 필수다. CEO의 입장에서 반대론자나 반신반의하는 이들에게 전략과 그 결과를 설득할 수 있는 확실한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 둘째, 이들과 CEO 사이의 강한 신뢰다. 적어도 비공식 자리에서는 가감 없는 조언과 도전적 질문과 챌린지가 오갈 수 있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셋째, 도덕성과 책임감이다. 임의로 혹은 부지불식간에 CEO의 의도와 계획을 왜곡하거나 생략해 조직에 전달하지 않아야 한다. 전략의 실행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CEO만큼이나 무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리더의 숙명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저성장기를 극복하려면 바텀업보다 탑다운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 피라미드형 위계 구조가 명확한 대기업일수록 빠르고 극적인 변화가 어렵다. 하지만 히타치와 GE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거대 기업도 탑다운 경영을 통해 충분히 필요한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 다만, 탑다운 경영에 나선 리더는 불평과 원망을 듣기 쉽다. 바텀업에 비해 분명 달갑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미국의 교육 컨설턴트 리차드 디포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탑다운 경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음에도 정작 경영자들은 ‘탑다운형 리더’라는 꼬리표를 꺼린다. 그러나, 일이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필요한 권위는 적극 행사하는 것이 리더의 의무”라며 탑다운 리더의 숙명을 강조한다. 손자병법 행군 편에는 “장수가 자상하고 다정하게 말을 반복한다는 건 부하들의 마음을 잃었다는 의미(諄諄翕翕徐言入人者 失衆也)”라는 말이 나온다. 
잘 싸우는 장수일수록 불친절하다는 말이다. 제대로 된 장수라면 전투에 이기는 데에만 집중한다. 겁먹은 병사, 꾀 부리는 병사들은 위협하고 때려서라도 전투에 이끌고 나가야 한다. 리더십은 인기가 아니라 성과라고 했던 피터 드러커의 충고는 위기일수록 더 잘 들어맞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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