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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8:1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노자(老子)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자(老子)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 이기동
  • 승인 2015.10.05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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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신분많은 재산 등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화두다. 서민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리라.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112개국의 경제 상황을 나라별로 발표하면서 한국의 소득 불평등 해소 정책이 30여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얼마 전 필자와 만난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 임원은 “계열사에서 CEO와 임원을 역임한 선배 기업인들을 가끔 만나 식사 자리를 갖곤 하는데, 평생 충분히 먹고 쓰고 남을 만큼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데도 현역 시절 회사 돈(법인카드)만 써봐서 그런지, 개인 돈을 전혀 쓸 줄 모른다”며 탄식했다. 이제는 돈도 시간도 생활에 여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베풀 줄을 모른다는 쓴 소리였다.
수천억원대 개인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짠돌이’로 소문 난 어느 오너기업인(회장)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많은 재산을 넘치도록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회사 근처 음식점에서 지인과 점심을 먹다가 회사 직원들을 보면 “지금 내 지갑에 수표만 있고 현금이 없으니 대신 밥값 좀 내주고 가라. 나중에 갚을테니”라고 가볍게 말을 던진다고 한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상습적으로(?) 단돈 1만~2만원짜리 밥값조차 떼먹고 갚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진 자’들이 더 한다는 소리를 괜히 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이 회장은 밖에서는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짠돌이’ 짓을 골라 하면서도 자기 부인과 자녀들에게는 수천만원을 홋가하는 외제차와 명품들을 사주었다는 이야기를 아주 자랑스럽게 하며 다닌다고 한다.   
도(道 : 진리)를 깨달은 그 옛날의 노자(老子)는, 돈(재물)은 나쁜 것이니 벌지 말라거나 멀리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는 돈 버는 능력이 뛰어난 재력가를 칭송하지도 그렇다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다만, 노자는 재산을 모으면 그것을 쌓아 놓고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권력처럼 과시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쓸 만큼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 한다고 했다. 사회에는 돈 버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돈 버는 능력이 부족하면 다른 쪽으로 발달하게 마련이다. 그것이 여러 사람이 모인 사회요, 다양성의 미학인 것이다. 노자는 다양한 색깔을 지닌 사람들끼리 서로 배척하지 말고 상생(相生)하라는 뜻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 
‘도덕경(道德經)’에서 “칼도 너무 날카롭게 갈면 쉽게 무뎌지듯이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면 지킬 수가 없을 뿐더러 재산과 명예로 교만해져 재앙을 자초할 수 있으니 ‘(재물을) 넘치도록 가득 채우는 것보다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이 좋다(持而盈之 不如其已 :  지이영지 불여기이)’”고 조언하거나 ‘少私寡欲(소사과욕 : 나 중심의 이기심을 적게 하고 욕심을 줄이는 것)’이니 ‘多藏必厚亡(다장필후망 : 너무 많이 쌓아 두면 그만큼 크게 잃게 된다) 知足不辱(지족불욕 : 적당히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수모를 당하지 않는다) 知止不殆(지지불태 : 적당할 때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하지 않는다)’라고 멘트한 것들도 마찬가지다. 
노자는 또한 “禍莫大於不知足(화막대어불지족 : 적당히 족할 줄 모르는 화보다 더 큰 것이 없고) 咎莫大於欲得(구막대어욕득 : 갖고자 하는 욕심보다 더 큰 허물이 없다) 故知足之足常足矣(고지족지족상족의 : 그러므로 족한 줄 아는 데서 얻는 만족감만이 영원한 만족감)”이라면서 “天之道損有餘而補不足(천지도손유여이보부족 : 하늘의 도는 남는 데서 덜어내 모자라는 데에 보태지만) 人之道則不然(인지도즉불연 :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아) 損不足以奉有餘(손부족이봉유여 : 모자라는 데서 덜어내 남는 데에 바친다)”며 부(富)의 불평등에 대해 일침을 놓기도 했다. 
노자는 이어 “孰能有餘以奉天下(숙능유여이봉천하 : 남을 만큼 소유한 사람으로서 세상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이겠는가?)”라며 “唯有道者(유유도자 : 오직 도 있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라고 자문자답했다. 노자는 도덕경 마지막 장(81장)에서도 “聖人不積(성인부적 : 성인은 쌓아 놓지 않는다)”이라며 “旣以爲人(기이위인 : 사람들을 위해 뭐든지 하지만) 己愈有(기유유 : 그럴수록 더욱 많이 가지게 되고) 旣以與人(기이여인 :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지만) 己愈多(기유다 : 그럴수록 더욱 많아지게 된다)”고 덧붙여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중요성에 대해 방점을 찍었다. 
노자의 시각에서 보면 가장 바람직한 인류의 모델인 ‘도(道)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잘 실천하는 사람이다. 자기자신과 가족이란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이기적이지 않고(不自生), 쌓아놓지 않으며(聖人不積),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희사하는(旣以與人), 그야말로 능히 널리 베풀 줄 아는(能廣) 참다운 ‘노블 맨(Noble Man : 고귀한 자)’인 것이다. “재산과 명예와 내 몸 중 어느 것이 더 귀중한가?” 지혜와 통찰의 大철학자, 노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이기동 인사이트코리아 발행인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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