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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역풍이 불 땐 ‘발상 전환’이 답
역풍이 불 땐 ‘발상 전환’이 답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5.26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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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중 미래과자연구소 소장]“성공과 리스크는 동전의 앞과 뒤”

군 제대 후 건빵 생산 공장에서 시작해 연구소장을 거쳐 부사장에 오르기까지 평생 한 직장에서 과자를 만드는 데 전념해 왔다. 이관중 미래과자연구소 소장. 그는 오리온 입사 후 평생 ‘우리 아이에게 먹일 좋은 과자’를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세계적 식품회사 프리토레이 파견 근무를 통해 선진시스템과 디테일한 사업 운영지식을 배웠고 트랜스지방산 제로화,  나트륨 저감화 등 과자시장의 변화와 경영혁신을 선도했다. 그리고 과자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는 ‘닥터 유’(Dr. You)를 탄생시키며 대반전과 함께 새로운 신화창조를 이룩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대기업 조직의 안락함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할 수 있는 과자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미래과자연구소가 만들어졌고 그는 새로운 일과 인생의 항해를 시작했다.
 

오리온에서 잘 나갔던 연구소장 겸 부사장

“바람이 불 때 연을 날려라.” 이 말은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때 이를 따라가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꼭 내게 불어오는 순풍일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역풍이라 해도 바람은 바람인 법. 역풍에 돛을 올릴 수 있는 결단력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기도 한다.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는 ‘성공’과 ‘위기’와 관계가 깊다. 위기(Risk)를 감내하지 않고서는 시장을 흔들 정도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기업의 리스크가 곧 ‘위험한 기회’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때문에 최근에는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이를 ‘관리’ 하는 차원을 넘어 ‘활용’하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위기를 활용한다’는 말이 모순된 말일 수는 있지만 경영 일선과 시장에서는 종종 사용되는 말이다. 또한 이런 일들은 아주 드라마틱한 경영 실적이나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성공과 위기의 양면성을 일선 현장에서 몸소 체험한 이가 바로 이관중 미래과자연구소 소장이다.
이관중 미래과자연구소 소장은 ‘초코파이’로 유명한 오리온의 연구소장을 거쳐 부사장을 역임했다. 군대 제대 후 오리온에 입사한 이 소장은 우리에게 친숙한 ‘초코파이’, ‘포카칩’, ‘다이제’ 등의 과자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가 오리온 재직 시절에는 절친한 선배들도 배 아파할 만큼 경영진의 배려를 혜택으로 받기도 했다.

문제점을 찾아야 해결책이 바로 선다

2000년대 초, 그가 감자 칩을 만드는 청주공장의 공장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감자를 납품하던 트럭기사에게 하소연을 듣게 됐다. 전남 보성군에서 감자를 싣고 온 이 기사는 전날 저녁에 공장에 도착했지만 품질검사관이 퇴근하고 난 뒤라 어쩔 수 없이 다음날 아침에 테스트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간밤에 생긴 기온 이상으로 품질검사에서 떨어지고 다시 감자를 싣고 돌아가야 하는 처지였다.
이 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던 중 ‘타운 미팅(Town meeting)’이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타운미팅이라고 영어로 하니까 뭔가 있어 보이지만 우리말로 번역하면 그냥 마을회의예요. 원래 뉴잉글랜드의 통치시스템을 말하는 것인데, 그곳에선 무슨 문제가 생기면 마을 사람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서 충분한 시간 동안 격의 없이 토론해 대응을 결정한다고 해요. 사실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동네에 문제가 생기면 마을회관에 다 모여서 회의를 하곤 했으니 따지고 보면 아주 특별한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GE 회장이었던 잭 웰치는 이 타운 미팅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조직의 현안을 해결하는 아주 유용한 방법론을 만들어냈습니다. 평범한 것에서 남들이 보지 못 하는 가능성을 발견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것이야말로 거장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지요.”
이 소장은 당시 감자를 납품하는 재배농가, 감자종자연구소의 전문가들, 공장 실무자와 외부 전문가 등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리고 감자 품질 문제가 생긴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어떻게 해야 가장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이렇게 해서 찾아낸 문제점이 감자 수확 직후 바로 서늘하고 쾌적한 상태로 옮겨 보관되지 못 하는 것이었다. 문제점을 찾고 나니 해결방법도 일사처리로 정리됐다.
품질검사는 검사원을 직접 파견하지 않고 구체적이고 상세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수확하면서 농부들이 직접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 하루씩 대기하는 시간이 없어져서 수확 후 바로 바로 ‘호텔급’ 저장시설로 감자가 옮겨지기 때문에, 최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농가 자체적으로 품질검사를 할 수 없는 경우를 위해 공장에서도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품질검사가 지체 없이 실행되게 했다.
그 결과 감자의 품질저하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됐다. 원재료의 품질이 확보되자 생산하는 생감자 칩의 맛과 수준도 자연히 향상되어 점점 시장지배력을 확보해갔다. 덕분에 현재 오리온의 생감자 칩 제품인 ‘포카칩’과 ‘스윙칩’은 천덕꾸러기 적자제품에서 전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1위 제품이 됐다. 오리온의 생감자 칩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품질과 생산과정의 효율성을 인정받고 있다. 생감자 칩 프로젝트의 성공은 회사에서 이 소장에게 많은 성장의 기회를 준 고마운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과자를 만들어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순풍이 아닌 역풍을 이용해 이 소장이 더욱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 일도 있었다. 이 소장에게 과자의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참여-공유-개방’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의식주 중에서, 특히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식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워졌다. 소비자 역시 검증된 음식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고 TV 프로그램에서 음식 검증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현상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설탕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그 중심에 있는 주전부리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거세졌다. 결국 과자 산업이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됐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과자 업계를 괴롭히는 주요한 이슈였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오리온의 ‘닥터 유’였다.
“웰빙과 로하스의 유행, 그리고 과자시장을 고발하는 책과 다큐멘터리 등으로 촉발된 소비자의 외면으로 인해, 어느새 과자는 우리 아이의 건강을 해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어요. 모두가 과자산업의 미래에 대해 고개를 저었고, 급락하는 매출과 깊어지는 소비자들의 불신은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까지 느껴졌지요. 오로지 ‘아이들에게 좋은 과자를 만들어 먹이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던 저로서는 참 견디기 어려운 시기였지요.”  
하지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이런 위기가 이 소장과 오리온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초코파이’ 등으로 과자시장에서 강자 자리를 지켜온 오리온이 새로운 결단을 내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이었다. 맛만 좋은 과자가 아니라 영양도 풍부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지켜주는 ‘헬스테인먼트’(헬스+엔터테인먼트) 제품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오리온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이 소장은 서울대의대 유태우 박사 연구팀과 손잡고, 각고의 노력 끝에 맛과 영양을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과자 ‘닥터 유’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닥터 유’는 출시와 함께 선풍을 일으키며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2013 <우리 아이를 위한 베스트 브랜드> 등 각종 시상을 휩쓸며 명실상부한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닥터 유’의 이례적인 성공은 유럽 최고의 경영전문대학원 INSEAD에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위험한 기회’는 대박을 낳는다

2008년 1월 2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 있는 플라자호텔 2층 연회장에 주요 신문사의 식품유통분야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닥터 유’(Dr. You) 런칭 발표회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대표이사 인사말과 ‘닥터 유’ 프로젝트 참여 동기와 목적을 설명하는 유태우 박사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후 이 소장은 세계 식품시장의 소비 트렌드 변화와 대한민국 소비자의 달라진 눈높이를 소개하고, ‘닥터 유’ 프로젝트를 통해 주력해왔던 트랜스 지방산 저감화, 포화 지방산 저감화, CPF 밸런스 등 여러 가지 목표들을 설명했다.
그리고 드디어 베일에 싸여있던 ‘닥터 유’ 제품들을 공개했다. 우선 초코파이, 오징어 땅콩, 카스타드 등 8개 대표 브랜드를 닥터 유 프로젝트의 기준에 의거해 리뉴얼했음을 밝혔다. 기존 오리온의 8대 파워브랜드가 닥터 유의 이름을 입고 한층 더 맛과 영양이 강화된 제품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신제품이었다. ‘먹을수록 가벼워지는 99kcal 시리얼 바’, ‘과일 담은 콩을 오븐에 통째로 구운 고단백 영양 바’, ‘100% 순수 통밀로 만든 다크 초콜릿 케이크’ 등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과자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던 시점에서 남다른 접근방식으로 믿을 만한 새로운 과자를 탄생시켰다는 점을 높이 산 것이었다. 덕분에 출시 초기부터 닥터 유 프로젝트는 세간의 화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우리는 이후 멈추지 않고 새로운 ‘닥터 유’ 제품군을 발표해서 초기 런칭 때 3개를 포함해 1년 만에 10개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포장에도 신경을 썼어요. 전체적으로 아이보리 색을 깔아서 곡물의 느낌을 살렸고, 특히 라이스 칩은 종이 느낌의 재질을 살려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지요. 이런 노력에 힘입어, 우리는 10개 제품을 통해 첫 1년 동안 400억이 넘는 매출액을 올리는 빅 히트를 쳤어요.”
이런 성과는 멜라민 파동이나 이물질 파동 등으로 인해 과자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거둔 성과라는 점이 더욱 빛났다. 오히려 ‘닥터 유’는 고품격 이미지와 높은 신뢰도 덕분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반사이익을 거두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닥터 유’의 초기 성공은 그동안 쏟았던 고생과 노력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라

“‘닥터 유’ 런칭을 성공시킨 이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동안 과자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다 관성이 되어버린 사고를 한 꺼풀 걷어낸 느낌이었지요. 예전에는 과자를 만드는 데 밀가루, 유분, 설탕 등의 재료와 틀에 박힌 생각만 했다면 ‘닥터 유’ 프로젝트를 하면서 머리 자체가 리셋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장은 오리온을 떠나 미래과자연구소를 만들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과자를 만드는 전 과정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브랜드도 만들 작정이다. 우선 이 소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아이템은 영양이 가미된 ‘뉴트리션’(Nutrition) 과자들이다.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하고 정확합니다. 특히 건강이나 성장, 결핍된 영양소를 채워주는 기능성이 가미된 과자에 대한 욕구가 큰 편이지요. 이런  ‘뉴트리션’ 제품들은 이미 서양에서 시장이 검증됐습니다. 국내 시장도 ‘닥터 유’를 시작으로 어느 정도 조성됐다고 보이고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과자를 만드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우선 1년 정도는 준비도 필요하지만 2~3년 내로 과자기업과 프로젝트를 같이 하든지 독자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든지 할 계획입니다.”
과자 만드는 일의 한 길을 걸어 온 이 소장이 새롭게 만들어 낸 과자가 언제쯤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게 될지 기대가 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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