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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4:2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우리가 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가 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5.03.25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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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위기관리 리더십3

한국 기업의 특성상 책임이 있는 재해나 사고 장소에 회사 오너가 나타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리더가 초기부터 책임을 인정하고 전면에서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내부 고민들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리더는 위기 시 맨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처음부터 나서서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어쩌면 이 질문에 가장 확실한 모범답안은 지난 2월 발생한 경주 리조트 체육관붕괴 사건 때 앞장서 위기관리를 했던 코오롱 이웅열 회장의 사례일 것이다.

 새벽 6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사과

지난 2월 17일 밤 9시 경주소재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됐다. 당시 이 체육관에서는 부산외대 신입생과 이벤트회사 직원 100여 명이 환영회 및 오리엔테이션 공연을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학생과 이벤트 업체 직원 등 10명이 사망하고 128명이 다쳤다.
밤새 구조 작업이 진행되던 사고현장에 리조트의 소유주인 코오롱 이웅열 회장이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지 약 9시간만인 오전 6시에 현장에 달려온 것이다. 이 회장은 사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가족들에게 엎드려 사죄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전날 밤 사고 사실을 인지한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현장에 직접 내려가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정 경 서울을 떠나 경주로 향했다. 그동안 회사에서는 이 회장이 현장에서 읽을 사과문을 작성했다. 이동 중에 지속적으로 사과 문구를 수정했고 이 회장은 기자들과 현장관계자들 앞에 설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이후 사상자들이 있는 울산의 한 병원에 가서 합장을 해 조문을 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그곳에서 이 회장은 “여러분이 겪으시는 고통을 제가 같이 나눠야죠. 뭐든지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습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 회장이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인 발생 후 24시간을 아주 알뜰하게 전략적으로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현장 메시지들과 실제 사상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일관성을 가지고 진행 될 수 있는 토대를 스스로 마련한 것이다. 초기 보상액수에 대한 논란도 회장의 리더십으로 직접 잠재웠다. 회장인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전략이 코오롱 위기관리팀에게 큰 방향과 힘이 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사내 위기관리 위원회에서는 두 가지 다른 조언들이 생겨난다고 얘기한다. 이 회장이 실행했었던 것과 같이 “최고 의사 결정자가 앞에 나서서 위기관리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는 측과 “처음부터 최고 의사 결정자가 나섰다가 점점 더 상황이 악화 되면 그때는 누가 나설 것인가?”하는 우려의 측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고 한다. 위기관리에 정해진 답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주리조트 케이스에서 이 회장의 전략적 선택은 충분히 옳았다. 만약 현장에서 당직 임원이 사과문을 읽었더라면, 회장이 사상자들을 외면하고 직접 조문하지 않았더라면, 보상책들이 제한된 보험규정과 일선 협상팀에 의해서만 처리되었더라면 실제 위기관리가 이번과 같이 마무리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회장의 현장 리더십이 곧 사고의 규모에 비해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무척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코오롱의 이번 케이스는 이런 모든 실무적 고민들과 우려들을 단박에 해소시켜 버린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관리 가능했다.

날벼락 맞은 파리바게뜨의 승리

기업이 어떤 위기에 봉착했을 때 미처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신을 가지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일부 혼란 속에서 빠르게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지원하는 자산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경험에 의한 전문성이다. 오랜 경험을 쌓은 사내 전문가들이 “이건 아니다”며 빠르게 대응한 기업이 있다. 파리바게뜨가 그랬다.
2010년 12월 23일 새벽 1시 45분경.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아주 흉측한 사진이 몇 장 올라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모 제과점에서 구입한 식빵에 죽어 있는 생쥐가 들어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사진들이 올라 온 것이다. 이 혐오스러운 사진과 주장은 제과점 업계가 크리스마스로 특수를 누리는 시즌에 바로 찬물을 끼얹는 충격이었다.
그 새벽 해당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행한 파리바게뜨는 바로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식품안전센타, 품질보증팀 등 전문 부서와 기술진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긴급 상황실을 구성하고 글과 사진을 올린 제보자를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수사의뢰 했다.
파리바게뜨의 전문가들은 사진을 분석해 해당 제보자의 주장이 허위이며, 공정상 그런 이물질이 그러한 형태로 유입될 수 없다고 신속히 결론을 내렸다. 내부의 많은 제빵관련 전문가들의 전문적 확신이 없었다면 이런 신속한 결론 도출은 불가능했다. 파리바게뜨는 오전 바로 기자회견을 기획해 언론에 발표했다.
디시인사이드에 문제의 사진이 올라간 지 12시간만인 오후 2시 파리바게뜨는 서울 수서동 한불제과제빵학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수 있었다. 새벽시간과 직원들의 출근 시간 등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기자회견 준비였다. 기업의 일반적 기자회견이 평균 1~2주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과 비교하면 전광석화 같은 일사불란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식품기술연구소장은 기자들 앞에서 빵 제조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TV카메라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식품연구소장은 “빵 제조 공정상 쥐가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며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파리바게뜨는 쥐와 같은 단백질 이물질인 돼지고기를 넣고 오븐에 넣는 과정을 언론에게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 결과 돼지고기는 탄력 있게 익어 빵과 함께 구워졌으며, 반으로 갈라도 끊어지지 않았다. 수없이 반복된 제빵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제보 사진들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확신을 가지고 언론에게 그대로 시연 해 준 것이다.
보도와 기사들을 통해 해당 이물질은 절대 제빵과정에서 유입이 불가능하다는 파리바게뜨의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됐다. 파리바게뜨의 강한 전문가적 확신이 언론에게도 통했던 것이다. 그날 저녁 경찰은 최초 제보자의 아이디를 추적한 결과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진과 글을 업로드했다는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곧 제보자가 허위 제보를 했다는 여론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결국 며칠 만에 제보자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비록 파리바게뜨는 크리스마스 성수기 시즌의 특수는 기대하지 못했지만, 빠르고 정확한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과 보고 공유의 체계가 상당한 수준임을 과시하며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파리바게뜨는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었다. 누구도 이런 위기가 발생할지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는 대응에 있어 정확했고 전문적이었고 신속했다. 완전한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확신을 빠른 시간 내에 가시화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경험과 준비 그리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승리였다.

‘리더가 정한 원칙이 위기를 관리한다’

대형 위기 일수록 이를 관리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억지로 꾸며진 자신감이 아니라 ‘우리가 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이는 곧 강력한 리더십의 책임정신이 기반이다. 또한 일사불란 한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상황관리의 정확성이 중심이다. 위부터 아래까지 내부에서 외부까지 철저히 위기를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그대로 드러나야 성공한다.
2007년 8월 3일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반도체 공장 외부에 설치된 변전소 배전반에 스파크가 발생해 K2 공장라인 6개가 중단된 것이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삼성전자 스스로 손실액이 250억∼5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 밝힐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 회장의 질문은 곧 조직 구성원 전원이 속도감 있는 회복 노력에 전력을 다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전략적으로 빠른 회복과 이를 통한 사후 피해 최소화는 ‘정전사태’ 위기관리에 있어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었던 윤종용 부회장만 해도 그랬다. 사고 소식을 듣고 2시간 만에 기흥으로 이동해 복구 상황과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비상회의를 주재했다. 그리고는 ‘기흥의 반도체 라인을 언론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사고 직후 최악의 상황을 예견했던 것과 달리 빠른 상황관리가 마무리되자 적극적으로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하기 원했던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국내외 경쟁업체들로부터 흘러나온 ‘복구에 한 달여, 피해액은 수천억 원’이라는 루머들을 잠재워 버렸다. 심지어 윤 부회장은 사고 다음날 휴가를 떠나버렸다. 전 라인이 정상가동 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후였다. 이건희 회장의 질문이었던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미 답을 했다는 자신감을 내 외부에 커뮤니케이션 했던 전략적 스턴트였다.
물론 윤 부회장이 멀리 떠난 것은 아니었다. 사고 발생 4일후 기흥을 찾아 한 번 더 “기존의 생산성 수준으로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기자들에게 했다. 전날 반도체 시설을 방문했던 언론 일부에서 제기한 생산성 회복 우려에 대해 다시 한 번 기흥 라인의 사고는 분명히 단순하거나 운이 좋게 마무리 될 만큼 작은 사고는 아니었다. 하지만 리더들의 빠른 자신감 커뮤니케이션은 내부와 외부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삼성이 현 상황을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후에도 삼성의 반도체 공장들에서는 크고 작은 유사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각 사고에서도 이 ‘스피드’와 ‘자신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원칙은 지속되고 있어 보인다. ‘리더가 정한 원칙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말이 현실화 된 사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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