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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CEO 유고 시 총괄대행 누구십니까?
CEO 유고 시 총괄대행 누구십니까?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5.03.25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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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위기극복 리더십2

위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업 생존이 좌우되기도 한다. 특히 그 대상이 오너의 유고나 부재에 따른 위기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오너의 부재는 기업의 가장 큰 위기와도 같다. 가장 큰 사례로 꼽히는 곳이 대한전선이다. 위기 대처에 미숙했던 기업의 가장 암울한 상황인 대한전선의 사례는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반면교사로 남아 있다.

지난해 10월,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은 비통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단순퇴임이 아니라 ‘경영권 포기’라는 극한 처방을 내렸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회사를 일군 선대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는 말을 남겼다.
갑작스런 오너 회장의 죽음, 대한전선의 불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2004년 3월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이 뇌출혈로 숨졌다. 향년 63세의 나이였다. 대한전선 창업주 설경동 회장의 3남으로 회사를 물려받아 삼성, LG 등과 치열하게 전쟁을 치러왔던 그였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의 죽음은 대한전선으로서는 준비되지 않은 경영공백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9년이 지난 2013년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은 ‘경영권 포기’를 선언했다. 대한전선의 ‘설씨 3대, 58년 역사’는 그렇게 마감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전선제조업을 시작해 1970년대에는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들었고 54년 흑자신화를 자랑했던 대한전선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한전선의 비극은 3세 경영체제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그룹 총수가 자리를 비워 ‘경영 공백’의 와중에서 젊은 3세 또는 4세들이 경영에 참여해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설원량 회장이 세상을 떠날 당시 대한전선은 매출 1조7000억원대, 영업이익 900억원대로 크고 탄탄했다. 문제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경영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당시 대한전선은 승계 구도에 어떤 것도 준비되지 않았다. 후계자 리스크에 완벽히 노출되어 있던 것이다. 설윤석 사장은 당시 약관을 갓 넘긴 23세로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부인 양귀애씨가 회사를 맡기에는 경영 경험이 너무 없었다. 평생 주부로 살아온 탓이다.

오너부재 대응 실패 대한전선의 교훈

결국 선택은 전문경영인 체제였다. 설원량 회장 체제에서 2002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임종욱 사장이 경영을 맡았다. 아들 설윤석 사장이 당시 유학의 꿈을 접고 기획전략팀 과장으로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양귀애씨가 회사 고문을 맡아 경영에 참여하면서 아들을 위한 후견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구도는 매우 불안정한 체제였다.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영승계를 위한 과도기 체제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문경영인이 마음대로 경영독주를 해도 ‘견제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렵다. 혹은 그룹 내에 ‘이중권력 구조’가 만들어져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우려는 현실이 다가왔다. 설원량 회장 아래에서 ‘사업 다각화’를 펼치던 임종욱 사장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 것이다. 설원량 회장 당시 쌍방울과 무주리조트를 인수하고 성공한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사장에서 회장으로 올라간 임종욱 회장은 남광토건 온세텔레콤 등을 인수한 데 이어 서울 남부터미널 터도 사들였다. 2008년까지 대한전선이 인수합병에 투자한 돈만 해도 무려 2조원에 이르렀다.

 전문경영인과 ‘어색한 동거’…위기 불러

무리한 사업 다각화 전략이었지만, 임 회장의 독주는 젊은 오너의 ‘동의’ 없으면 불가능한 결정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뒷날 임종욱 회장은 횡령 등 개인비리가 밝혀지고 법정에 서기도 했는데, 대한전선 쪽에서는 “임 회장의 전횡을 막지 못한 것이 대한전선의 몰락을 불렀다”고 했다.
그러나 임 회장의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성공에 도취되어 오너 가족들이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었거나 아니면 묵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정상적인 경영이라면 견제장치가 작동되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기간에 설윤석 사장은 상무를 거쳐 경영기획부문 부사장을 거치는 등 고속승진을 했다.
대한전선 몰락의 뇌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대한전선의 무리한 인수합병은 유동성 위기로 돌아왔고 2009년에는 2771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차입금액만 2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1년 전만 해도 700억 정도의 당기순이익을 내던 것에서 곤두박질치고 만 것이다. 대한전선 ‘54년의 흑자신화’는 이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전문가들은 대한전선의 몰락을 창업주의 유훈을 어긴 대가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창업주 설경동 회장은 5.16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으로부터 부정축재자로 몰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적이 있었다. 이후 창업주는 후손들에게 정치에는 발을 담그지 말고, 부동산 투자 등 본업이 아닌 사업에는 투자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그러나 대한전선은 54년 흑자로 구축한 현금을 부동산에 묶어놓고 말았다. 사업다각화라는 명목이었다.
결국 2010년 설윤석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재계 최연소 부회장’이 그의 타이틀이었다. 과장으로 입사한 지 5년 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본사 사옥과 자회사를 비롯해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시장에 내놓는 구조조정을 했지만 바닥은 보이지 않는 천길 낭떠러지였다.
2012년 설윤석 사장은 “부회장이라는 이름이 부담스럽다”며 사장으로 스스로 낮추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1조4000억원의 부채는 남았다. 대한전선은 영업이익만으로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설 사장은 경영권을 포기해서라도 회사를 살리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것이 회사를 일군 설경동-설원량 회장에 대한 마지막 도리였다. 채권단은 설윤석 사장의 경영권 포기 이후 부채 일부를 출자전환해 자본잠식을 막고 회사를 정상화해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선 제조업만 놓고 보면 시장점유율이 30%로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누가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지’ 확실히 해둬야

대한전선의 경우 CEO 부재나 유고 시에도 대비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된 사례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위기관리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누가(who)’라는 주체에 대한 규정”이라며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여러 사내 규정에 ‘누가’ 특정위기에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어야 제대로 된 체계”라고 지적한다. 평소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CEO가 위기관리위원회를 지휘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로서 안정성을 지니게 되지만 기업의 위기는 이상하게도 CEO가 정상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유고 시에 자주 발생된다는 것이다.
CEO가 글로벌 경영을 위해 해외 출장 중이거나 장시간 비행기로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위기는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화상회의 시스템과 각종 커뮤니케이션 장비 등을 통해 위기대응 의사결정이 장소적, 시간적 제약을 넘어 실시간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체계가 가동되기 힘든 CEO의 일부 유고 시에 대한 의사결정 대행 규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원수에 의한 위기대응에서도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그 권한을 총리가 대행하도록(헌법 71조·정부조직법 12조) 정해져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대표는 “기업 위기관리 매뉴얼에도 ‘CEO 유고 시 선임 부사장이 CEO의 위기대응 관련 역할과 책임을 대행한다’ 같은 규정들이 있다”면서 “물론 CEO 대행인 선임 부사장이 따라야 하는 모든 대응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규정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상 기존 CEO의 일반적 위기대응 R&R(Roll&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로 규정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이를 통해 CEO의 예상치 못한 유고 시에도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규정에도 현실적 문제는 있다. 위기대응은 책임에 관한 것인데, CEO를 대행하는 선임 부사장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스스로 책임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사후 평가에 대한 고민도 생긴다. 실제 CEO가 위기관리 현장에 복귀한 뒤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하고 기존 의사결정을 평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CEO 대행에 의한 의사결정에 대해 전사적 호응이 생기기 힘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부분들은 현장에서 목격되는 실제 상황이다.
정 대표는 “위기관리 성공을 원하는 CEO는 더욱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자신의 유고 시 위기대응 의사결정을 대행할 차상위자 권한과 책임을 규정해 이에 따른 충분한 권한이양(Empowerment)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상 다른 규정은 업무 매니저들이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 유고 시 대행 규정은 매니저나 임원급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즉, CEO가 직접 챙겨야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부 유고 시 CEO 대행 규정의 목적은 CEO의 유고로 인한 전사적 혼란을 즉각 방지하고 해소하는 데 있다. 나아가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통해 위기대응에 만전을 기하기 위함이다. 많은 기업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만, CEO 유고 시 대행 규정에 큰 관심을 보이거나, 체계적 규정을 갖고 있는 업체는 매우 드물다. 대형 사고가 발생했는데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해외 체류 중이어서 국내 기자 브리핑을 무리하게 지연시킨 사례들도 있다. 반면, CEO가 유럽 출장 중임에도 국내 위기관리위원회가 집단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대응에 즉각 나선 사례도 있다.
‘누가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라는 규정만큼 위기 시 위력을 발휘하는 조항은 없을 것이다. 만약 자사의 위기관리와 대응에 아쉬움이 있다면, 이 ‘누가’라는 부분을 한번 세세하게 점검해보는 게 필요하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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