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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나의 진짜 협상 목표를 숨겨,상대로 하여금 헛다리 짚게 하라
나의 진짜 협상 목표를 숨겨,상대로 하여금 헛다리 짚게 하라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3.24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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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협상칼럼]“Conceal your real negotiation and goal and purpose”

협상 준비과정에서 가장 핵심은 상대의 진짜 협상 목표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의 숨겨진 의도와 목표를 모르면서 협상을 하면서 성공적인 협상을 바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도, 결코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아무리 소규모의 협상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서너 가지의 협상 사안은 있는 법이다. 협상 사안으로선 대표적인 가격, 제품사양, 수량, 지불조건, 운송방법 등 말고도 기술협력, 자본참여, 마케팅협력 등 너무나 다양한 사안들이 있을 수 있다.
비즈니스 협상이란 결국 이 수많은 협상 사안들, 그리고 협상하는 그 시점 상황의 특수성에 따라 변경되는 중요도와 우선순위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Critical) 협상 사안(Primary issues)에 있어선 자신이 원하는 최대치의 조건으로 합의를 유도하고, 그 외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사안들(Non-Critical Issues)에 대해선 상대와의 협상에서 주고받기 식 맞거래(Trade-off)로 절충 혹은 타협(Compromise)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비즈니스 협상 사안이라고 하면 흔히들 계약서 상에 나타나는 내용들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계약서에 계약항목으로 명시되는 계약서항목(Contractual negotiation items) 뿐만 아니라, 계약 외적인 협상 사안(Non-Contractual negotiation items)이 경우에 따라서 더 많을 수도, 그리고,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의 그간의 경험과 연구에 비추어 보면, 상당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이는 치명적인 약점이 눈에 들어 온다. 그 것은 다름 아니라, 협상 준비 제1단계 과정인 협상사안 파악(Negotiation Issues Identification) 단계를 너무도 소홀하고 대충대충 하고 협상 준비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아는 만치 본다’

한미FTA 협상이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우리 정부 협상대표단의 일원이 기자회견장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말한 것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의 말인즉, 우리측 협상팀이 준비한 주요 협상 사안별 세부항목 수가 십여 개 정도라 한다면, 미국측이 준비해온 세부항목 수가 육칠십 개에 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식의 말이었다. 필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번 한미FTA협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이 정교하게 짜놓은 협상시나리오에 끌려갈 수 밖에 없으며, 그 최종 결과도 미국에 극히 유리한 내용으로 귀착될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그러한 결론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한미FTA협상에 대한 이해도가 우리 정부측 협상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한 차이로 우세하다는 점이다. 흔히들 ‘아는 만치 본다’라고 한다. 한가지 협상 사안을 두고서 그에 대한 세부내용을 대여섯 배나 더 많이 파악하고 있는 상대보다 우리가 무슨 근거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아니 대등한 수준이라도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가란 얘기다.
더욱이, 오랜 기간 각고 끝에 연구하고 준비한 수준이 그 정도인데 이제 협상은 이미 시작되었고 정해진 시간 내, 수 많은 협상 사안에 대해 주장과 반론을 치밀 한 사실 자료에 근거하여 정밀한 논리를 펼쳐 설득해야 하는 데, 언제 상대가 제시하는 추가 상세 이슈들을 하나하나 빈틈없이 검토하고 논리수립대응을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번째, 이 얘길 하는 필자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지만, 부재에 가깝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우리측의 협상 전략전술의 부족 혹은 부재를 꼽을 수 있겠다. 우리의 주장과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한 공격적 협상전략전술 그리고 상대의 주장과 논리를 반박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어적 협상전략전술을 유기적으로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그러자면, 상대가 무슨 협상사안을 어떤 사실과 논리를 바탕으로 어떤 협상전략전술을 구사해 올 지를 사전에 상당 수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즉, 세부 협상 사안 파악에서 조차 밀리는 형국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협상 전략 전술을 수립한다는 것은 애당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한가지 짚고 갈 게 있다. 통상 법규, 실무를 잘 안다는 것과 국제협상을 잘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이다. 즉, 관련 법규나 실무지식을 더 많이 안다고 해서 협상을 반드시 유리하게 이끈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협상력 자체가 뛰어난 사람이 약간의 정보나 지식의 열세에도 불구, 협상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부족한 정보와 협상전략전술을 보완해 가다 보면 막판에 전세를 뒤집을 확률이 더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성공적인 협상 준비와 진행을 위해, 협상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역할(Principal Negotiator), 해당 분야 전문 지식과 정보 지원(Specialist), 협상 전략전술 수립(Negotiation Strategist), 협상 진행감독 조정(Negotiation Coach), 그리고 최종 결정권자(Decision Maker)의 역할들을 가급적 분리해 팀을 구성하고 진행한다. 그리고 그러한 팀 구성이 발휘하는 협상력은 가공할 정도로 막강하다.

‘자발적 협상전략 노출의 향연’

이에 비해 우리정부나 기업의 협상시스템과 인력상황의 현실은 사실 척박하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와 얼굴을 맞대고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이, 어지간한 해당 분야 지식을 스스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아직까지 정부 조직 내 이렇다 할 협상 전문인력이 없는 관계로 협상전략전술도 어디 물을 데 없이 스스로 내부 인력과 머리를 맞대고 짜내야 하며, 이렇게 어렵사리 수립한 협상전략전술이 제대로 된 것인지 사전에 어디 속 시원히 물어 볼 데도 마땅치 않다. 한마디로 팔자에도 없는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안타까운 실정인 것이다.
상대는 그야말로 슈퍼 컴퓨터를 동원한 21세기 최첨단 장비와 전문인력으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된 드림 팀이라면, 우리는 몇몇 장수의 어깨에 기대어 전승을 기원하는 다소 시대에 뒤쳐지는 협상 시스템과 인력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결국 우리는 협상대표 한 두 명이, 마치 성서에서 양치기 소년 다윗이 3미터 넘는 거구의 골리앗을 돌팔매로 거꾸러뜨린 것과 같은 신출귀몰한 협상력을 펼쳐 주기만을, 그러한 천재적인 협상력을 갖고 있기를 비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협상대표들이 과연 미국이나 유럽의 협상 팀보다 개인별 협상력 자체가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제 우리 협상팀은 삼중고에 빠진 셈이다. 즉, 정보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마저 없는 마당에 개인별 협상력마저 우위를 확신할 수 없는 난처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결국, 미국측이 세밀하게 분류해 온 협상 사안의 세부 어젠다(Agenda)조차 역량부족으로 파악하지 못한 세부 협상 이슈가 준비한 이슈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봐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도록 수 많은 합의 문구 여기 저기 은밀하게 숨겨 놓은 독소조항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준비한 미국 협상 팀의 유도전략, 기만책 등의 치밀한 협상전략전술들을 어떻게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당초 양측의 초반 기 싸움과 자동차 관세를 중심으로 몇 가지 사안에 집중해 상당부분의 협상시간을 다 소진한 탓에 막바지에 접어들어 주요 협상 사안과 타 협상사안들이 충분한 협의와 검토를 받지 못한 체, 부랴부랴 패키지 딜(Package Deal) 방식으로 일사천리 진행 완료되는 것을 지켜 보면서, 미국측의 협상전략에 거의 농간 당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 기억난다.
정리하자면, 미국측의 전형적인 협상사안 교란(Agenda Misdirection) 전술에 상당부분 말려 든 데다, 협상 마감시간에 쫓기고 정권 말 치적 쌓기 마지막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한미 양국 지도자와 행정부의 욕구가 우연찮게 맞불려, 미국에겐 기대 이상의 결과를 우리에겐 아쉬움을 넘어 여러모로 안타까운 협상결과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신문지면과 방송을 도배했던 한미FTA협상 성과 기사와 그간의 우리 협상팀이 펼쳤던 화려한 협상전략 홍보기사의 범람은, 국제협상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 ‘자발적 협상전략 노출의 향연’이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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