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 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
폭탄 돌리기 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2.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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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두면 좋은 法]

지난 한 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른바 ‘갑을’ 논쟁으로 적지 않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일부 기업들은 그야말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으며,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알게 모르게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노심초사하며 마음을 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년과 비교해 볼 때 올해 들어 이러한 ‘갑을’ 논쟁이 다소 주춤한 듯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경제적 불평등 심화에 대한 상당수 국민들의 반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앞으로 ‘갑을’ 논쟁의 십자포화가 언제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갑을’ 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대표적인 법률로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법률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이 있는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보도자료 등에 의하더라도 ‘갑을’ 관계와 관련된 법 위반으로 기업들이 처벌되는 사례가 점증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甲乙’ 법 처벌 기업임원들 급증세

특히 최근 들어서는 과거 단순히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처분으로 종결되었던 사안들에 대해서도 법인에 대한 검찰 고발은 물론 관련 임원들에 대한 검찰 고발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 점은 기업을 운영하는 임원들의 입장에서 결코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더욱이, 그간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 고발 여부에 대해 재량권을 행사하는 근간이 되었던 전속고발권 제도와 관련하여 이를 폐지 내지 완화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바, 실제 하도급법의 경우 최근 법 개정을 통해 감사원장, 중소기업청장에게 하도급법 위반 사건에 관한 고발 요청권을 부여하고 있다.
필자가 이러한 ‘갑을’ 관계 사건들을 수행하면서 받은 인상은, 다소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폭탄돌리기’라고 할 수 있다. 즉, 필자의 경험으로는, 전직 임원들이 무리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과 탈법 사이를 위험천만하게 넘나들며 수년간 누적해 온 잠재적 법률 위험이 현직 임원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되는데, 일부 현직 임원의 경우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러한 폭탄이 존재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엄청난 사태에 직면하여 검찰 조사 등의 갖은 고초를 겪는 경우도 있었고, 또 일부 현직 임원의 경우 그러한 폭탄의 존재를 알긴 알았지만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 내지 간과하다가 예상치 못했던 고초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고위 임원들이 모르는 사이에 영업부서 담당직원들에 의해 그러한 폭탄, 즉 법률 위험이 차곡차곡 누적된 사례도 없지 않았다.
천운으로 폭탄이 쌓이기만 하고 터지지 않았던 시기에 훌륭한 실적을 달성한 임원의 경우, 그렇게 달성한 우수한 실적에 따른 상당한 보상과 혜택을 받았겠지만, 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지상에서 보기에도 탐스러운 훌륭한 실적이 쌓이는 동안, 보이지 않는 지하 창고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던 셈이며, 그 피해는 결국 폭탄이 터지는 시점의 임직원들과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과거에도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의 문제, 도덕적 해이의 문제 등으로 일부 논의가 되어 왔지만, 법인과 개인 임직원에 대한 검찰고발(즉,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급격히 제고되고 집단소송제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논의 등 법/제도적 환경이 급변하는 작금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이러한 문제를 학술적 연구대상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위에서 말한 폭탄(법률 위험)이 언제 터질지 매우 위험천만하게 보일 뿐이다.  

상시적 내부 준법감시 시스템, 철저히 구축해야

그렇다면, 이런 폭탄 돌리기를 근절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 매우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법률 위반이 발견되면 반드시 신상필벌을 하는 인사체계가 선행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즉, 전/현직 여부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 가담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제도화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사시스템이 도입되지 않고 여전히 실적 위주의 인사시스템이 유지된다면 고도의 법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현재의 실적을 추구하는 개인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둘째, 정기적, 상시적 내부 준법감시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여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준법감시시스템을 형식적인 것으로 더 나아가 불필요하고 거북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시적 내부 준법감시 시스템이 정확히 작동된다면 기업 내부에 잠재된 폭탄이 터지기 전에 조금씩 차근 차근 그 폭탄의 뇌관을 해체할 수 있고, 거대한 위험으로부터 주주와 임직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으며, 정당하고 왜곡되지 않은 실적 평가과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체계가 확립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 보아 손색 없는 준법감시 시스템을 구비한 기업들의 경우도 실제 그 운영 사례를 살펴 보면 내부 준법감시 시스템의 초점을 개인 비리에 두고 있는 경우가 없지 않은 바, 실은 이러한 개인 비리보다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또는 영업실적을 위해 全(전) 기업 차원에서 묵과되는 법률 위반이 기업에는 더욱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실적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인들, 직장인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오히려 실제 사건이 터진 상황에서 직접 면담을 하다 보면 모두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고 연민이 가며 마음이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을 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된 임원들도 직접 만나 보면 따뜻한 한 가정의 가장이고, 부하직원들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상사였으며, 기업을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수많은 가정의 생계를 알게 모르게 스스로 책임져 왔던 한 시대의 리더였음에 분명한 분들이라는 점에 크게 이견이 없다. 그래서 더 이상은 폭탄 돌리기가 계속 되어서는 아니된다고 생각된다.
국가와 사회 발전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운 기업가들이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떠 안게 된 잠재된 폭탄을 이제는 서서히 걷어 내야 하고, 그래야만 진심을 다해 공들여 쌓아온 성과를 사회적 존경과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존경받는 기업의 실적이야 말로 외부적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참된 실적이라는 점, 이러한 기업철학의 공유야 말로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을 사족으로 달고 싶다.

▲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1994),University of Pennsylvania(2005.5. LL.M), 제38회 사법시험(1996),사법연수원(1999/28기),공정거래위원회 자체평가위원(2003~2014),공정거래위원회 연구용역평가위원(2003~),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2012~ )*주요 업무 수행 분야 :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전자상거래, 기업구조조정, M&A 등*논문 및 저서 : 미국의 1995년 증권 민사소송개혁법과 관련 판례들/EU의 기업결합규제-절차적 특징을 중심으로/증권집단소송제도 확대 시행에 따른 감사의 책임범위와 대응/기업결합 규제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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