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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4 18:21 (수) 기사제보 구독신청
아빠인가? 남편인가?
아빠인가? 남편인가?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2.06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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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규의 하모니 코칭]

얼마 전 이혼 소송 중인 부부와 대화를 나룰 기회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자신들이 부양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재혼 이유를 묻자 “아이들 뒷바라지가 너무 힘들어 엄마 역할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것이 남편의 대답이었고, 부인은 “사는 게 적적해 대화하고 취미 생활을 같이 할 사람을 원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배우자가 필요한 것은 같았지만 그 이유는 서로 달랐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이의 엄마’ 역할을 기대했고, 부인에게 필요한 것은 남편이었다. 결국 남편은 남편대로, 부인은 부인대로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상대에게 요구하였고, 각자 자신이 원하던 역할 기대가 충족되지 못해 갈등이 빚어졌던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여러 역할이 주어지며, 살아가면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를 보면 개인적으로는 아버지, 남편, 아들, 동생, 사위, 친구, 직업으로는 코칭엔진 대표, 법원 가사조정위원 등의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역할 기대의 불일치로 인한 갈등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만약 부모님 중 한 분이 몸이 불편한 경우 결혼을 앞둔 아들이 자신의 부인될 사람에게 원하는 것은 자신의 부모님을 잘 돌봐드릴 ‘간호사의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예비 신부가 원하는 역할은 ‘아내의 역할’이지 결코 간호사의 역할은 아니다. 이런 경우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면 할수록 남편의 역할 기대에 미치기 못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역할 기대로 인한 갈등 불가피

이런 갈등 사례는 직장에서도 흔히 경험할 수 있다.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자신이 회사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충만한 자신감과 패기로 무장하고,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면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선배 사원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업무 중에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단순한 업무를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이럴 때 신입사원이 기대하는 것과 선배사원이 기대하는 역할의 차이로 갈등이 생기고, 갈등의 결과로 신입사원이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회사의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 중에 유난히 ‘대리’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유독 ‘대리’라는 직급이 많이 사용되는 것은 실무자로서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직급이고, 관리자로부터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대리’ 별명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결집시켜 성과를 내기보다는 자신이 모든 것을 직접 처리해야만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대리시절 회사로부터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인정을 받아 머릿속에 ‘대리 시절에 했던 것처럼 하면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심어져 있을 것이다. 이런 신념으로 인해 직급이 변하더라도 실제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은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아랫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인 것이다. 회사에서 직급이 바뀐다는 것은 회사가 나에게 새로운 역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회사에서 원하고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역할 기대로 인한 갈등은 구성원 각자의 역할 전환이 분명하지 않을 때도 자주 발생한다. 회사에서 부장인 아버지는 저녁에 회사를 나오는 순간 부장으로서의 역할은 내려놓고 아버지의 역할로 돌아가야 하지만 집에서도 ‘부장’ 역할만 하는 경우, 가족들은 회사의 부장을 낯설어 하고,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러나 회사의 부장은 가족들의 이런 바람을 모른 척하게 되고, 부장 아버지를 가족들은 거부하게 된다. 거부를 당한 부장 아버지는 자신을 거부한 가족이 원망스러워 지면서 사이가 소원해지게 된다.
이런 역할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종이를 앞에 놓고 자신이 하고 있는 모든 역할을 한 번 적어보자. 아마도 놀랄 정도로 많은 역할을 적고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역할의 우선순위를 정해 본다.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의 경우 가족, 직장동료와 친구 등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한 집단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 돈 그리고 심리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집단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 인식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부터 순서대로 나열하고, 우선순위가 낮은 역할은 과감하게 포기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바로 지금’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하라

세 번째로 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투입하는 시간을 산정해 본다. 아마 역할의 우선순위와 시간 사용이 비례하지 않은 역할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아버지’라고 한 사람이 아버지 역할에 쓰는 시간이 다른 역할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가장 하위에 있는 역할부터 역할 수행을 포기하거나 시간을 줄여 상위 역할에 사용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 각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방법을 적어본다. 예를 들어 아버지 역할의 경우 하루에 10분 정도 저녁에 자녀와 대화를 한다거나 아침 식사를 함께 하는 정도로 만족할 수도 있고 이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 투자가 필요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남편의 역할 또한 아버지의 역할과 비슷할 것이다. 만약 평일에 역할 수행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주말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선택한 방법에 대해 상대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하더라도 상대가 싫어하면 결코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나도 만족하고 상대도 만족하는 방법을 선택할 때 비로소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것이다. 갈등은 내가 원하는 수단이나 방법이 상대방과 다를 때 발생한다. 즉, 아버지의 역할을 하기 위해 아버지는 ‘직장 생활을 충실히 해 승진해 돈을 많이 벌어다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가족들은 ‘직장에서의 출세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많은 성과를 내더라도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이지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아닌 것이다. 우리가 막내가 수능시험을 보고 나면 이혼을 한다는 ‘수능이혼’ ‘황혼이혼’과 같은 말도 상대가 원하는 역할에 부응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결과인 것이다.
이처럼 역할의 기대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상대에게 원하는 내용을 알려주고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 가는 것이다. 가끔 아버지 교육을 할 때 아버지들이 “시간이 부족해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필자는 “그럼 시간이 많은 백수 아버지는 다 좋은 아버지인가요?”라고 질문을 하면 아버지들이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양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하는 질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과의 대화를 통해 역할 수행에 필요한 방법을 합의하게 되면 훨씬 수월하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게 된다.
자녀들은 결코 부모가 영웅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영웅인 아버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려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무리를 해서라도 성공을 위해 노력하다 이혼이나 과로사와 같은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흔히 본다. 설사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부모로서 자신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수시로 변하는 자신의 역할 중에서 이 순간 내가 어떤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하고, 나뿐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적절한 방법으로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성공적인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자! 망설이거나 나중에 할 거라 미루지 말고 곁에 있는 펜을 들어 자신의 역할을 나열해 보기 바란다.

▲ 최환규 코칭엔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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