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기 전에 비워라
채우기 전에 비워라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1.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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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하하호호 골프’]
▲ 이기호 휠라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하고 필요 없는 관계들을 유지하느라 인생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다. 모든 일을 다 잘하려고 하지 말기를 강조하고 싶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이다.”

골프를 제대로 치려면 ‘힘’부터 빼라

골프를 하면서 같이 즐기는 동반자, 선배, 친구 또는 레슨 시 레슨 프로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헤드업을 하지 마라’, ‘코킹을 유지해야 임팩트가 좋아진다’, ‘왼쪽 팔을 펴야 한다’, ‘상체 팔로만 스윙을 하지 마라’ 등의 조언은 골프를 어느 정도 쳐 본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한번쯤은 들어봤던 이야기일 것이다.
아마도 가장 많이 그것도 자주 들었던 조언은 ‘스윙을 할 때 힘을 빼라’는 말이 아닐까? 또한, 흔히 골프에서 통용되는 격언은 ‘골프에서 힘 빼는데 3년 걸린다’라는 명제다. 독자 여러분도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질 정도로 격하게 공감하는 교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의 동작을 보면 나름의 특징이 있다. 동작이 일관적이고 단순하며 부드럽다는 것이다. 예술 분야인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의 손놀림이 그러하며 스포츠 분야인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를 하는 동작도 그러하다. 오랜 기간 연습과 실전을 통해 이제는 자신의 몸 동작이 일상생활의 일부분처럼 되었기에 의도적으로 힘이 들어가거나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몸이 동작을 자연스레 기억하기 때문에 일부러 어떤 생각을 그곳에 집중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스코어를 줄이고 싶다거나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닌 즐기기 위한 게임을 원한다면 몸에 힘부터 빼기를 권한다. 규격화된 자세는 물처럼 흐르는 자연스러움을 넘을 수 없다.

 ‘비움’의 철학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동안 기업을 경영하면서 나름의 철학이 생겼다.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해야 하며, 고용은 안정되는 동시에 신규 인력을 창출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거의 모든 기업가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원칙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여기에 한가지 나만의 생각을 덧붙이자면 ‘비움’이라는 개념의 경영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풀어서 말하자면, 회사의 모든 사업에서 수익이 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100점 경영은 반드시 몰락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기업이 만드는 재화(상품 혹은 서비스)의 70%에서 수익을 내고 30%는 미래에 재투자해야 한다. 30%는 다시 파생적 신제품 20%와 혁신적 신제품 10%로 나눌 수 있다. 당장에는 30%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인 동시에 전략적인 희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비움’이라는 개념은 2,5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노자의 사상으로부터 근간을 이룬다. 또한 없던 것을 새로 정립한 것이 아니라 자연 원리에 대한 깊은 통찰로부터 나왔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을 준다. 노자의 말을 인용해 보자.
“서른 개의 바퀴살이 모이는 바퀴통은 그 속이 비어있음(無)으로 해서 수레로서의 쓰임이 생긴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데 그릇은 그 비어있음(無)으로 해서 방(房)으로서의 쓰임이 생긴다. 따라서 유(有)가 이로운 것은 무(無)가 용(用)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곱씹어 볼수록 무위자연에 눈을 뜬 노자의 깊은 혜안을 느낄 수 있다.
‘비운다’는 의미는 경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IT 분야에서 디자인의 혁신을 이루었고 지금도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애플을 살펴 보면, ‘비움’이라는 화두를 모토로 삼지는 않았겠지만 디자인 DNA에 ‘비움’이 알게 모르게 잘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과감한 미니멀리즘의 구현을 보고 있자면, 스티브 잡스는 동양철학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성공의 시작은 비우기에서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워낙 빈곤의 시대를 혹독하게 겪은 아픈 민족사가 있어서 그런지 채우는 것을 넘어 소위 ‘넘치는 것’에 익숙한 듯 하다.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우리만의 인사법이 있다. 바로 “식사하셨습니까? 언제 같이 식사나 하시죠”로 필자 역시 무의식 중 자주 쓰는 인사법이다. 이것은 상대방의 식사 여부가 궁금해 묻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인사법이 대수롭지 않게 통용되는 이유는 아마도 보릿고개로 대표되는 빈곤의 역사를 투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는 식사를 많이 하는 것이 곧 복스러움으로 치환될 정도로 예의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식사 유무를 물어보는 것이 식사 여부가 궁금하다기 보다는 일상적인 인사법으로 남아있듯이 넘치는 것은 이제 예의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아닌 듯싶다. 
패션 비즈니스에 오래 임하고 있어서 그런지 필자는 과분한 것에 대한 태생적 거부감이 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적당함을 넘어 정도가 지나친 것은 곧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경제학의 기초가 되는 명제는 ‘인간의 무한의 욕망을 제한된 재화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과분함의 시작은 인간의 무한한 욕구에서 출발한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것은 진리다. 인생의 목표가 저마다 다르겠지만, 성공을 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비우는 것이다. 처음부터 과도한 목표를 설정한다면 오래가지 못하고 쉬이 지치게 된다. 노력을 남발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것도 열심히 하고 저것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푸념을 많이 듣는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은 많은데, 해도 해도 끝은 없고, 늘 시간에 쫓기고 있을 때가 많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선순위, 지금 자신의 인생에 제일 중요한 ‘한 가지’를 못 찾았고 그것을 확실히 이뤄나가지 못하면서 오는 실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하고 필요 없는 관계들을 유지하느라 인생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다. 결론적으로 모든 일을 다 잘하려고 하지 말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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