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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4 18:21 (수) 기사제보 구독신청
소리 없이 설득한다
소리 없이 설득한다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1.2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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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의 GNS] 협상의 스텔스(Stealth) 전략,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기법
▲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미국 최고의 미남 배우인 브래드 피트가 주연하고 헐리우드의 괴짜 감독인 타렌티노가 함께 만든 ‘거친 녀석들’이란 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1941년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의 목가적인 외딴 시골마을. 젖소 몇 마리를 방목하는 라파디트와 그의 과년한 세 딸이 살고 있는 오두막으로 일단의 독일군이 느닷없이 들이 닥친다. 차에서 내린 후 성큼성큼 다가오는 독일군 장교를 맞으며 긴장하는 라파디트.
‘유태인 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한스 란다 대령이 기어이 오고야 만 것이다. 그동안 자신의 오두막집 마루 아래에 숨어 살고 있던 유태인 드레이퍼스가 “사람들이 오늘도 발각되지 않고 무사해야 할 텐데, 그리고 나와 내 딸들도 별 탈이 없어야 할 텐데..” 하며 오만 가지 걱정이 그를 짓누른다.
집으로 들어선 후, 란다 대령은 자신의 불어가 서툴러 힘드니 라파디트도 잘 하는 영어로 얘기하길 청한다.

린다 대령 : 프랑스 사람들이 제게 지어준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라파디뜨 :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유태인 사냥꾼’이라고 부르죠.
란다 대령 : 정확합니다!
란다 대령 : 제가 그토록 효과적인 유태인 사냥꾼이 될 수 있는 남다른 자질, 즉 다른 대다수의 독일 병사들과는 전혀 다른 저만의 독특한 자질은 바로, ‘저는 유태인처럼 생각할 수 있다(I can think like Jew)’는 점입니다.
란다 대령 : 독일인을 짐승에 비유하면 ‘매’에 가깝죠. ‘노련하고 강인한 포식자’(은유 ①). 반면 유태인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쥐새끼’에 가깝죠(은유 ②). 독일군이 유태인의 은닉처를 수색한다고 칩시다. 따라서, 매와 같은 독일 병사는 숨어 있는 유태인을 찾기 위해 집을 뒤지는 경우 매가 찾아 봄직한 그런 곳을 눈 여겨 볼 겁니다. 헛간을 뒤지고, 다락을 뒤지고, 지하실을 뒤지죠. 즉, 매라면 숨어 들만한 그런 모든 곳을 뒤지는 거죠. 하지만 매가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곳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매는 어딜 뒤질까(은유 ③) 헛간, 다락, 천장을 뒤지겠죠. ‘쥐가 숨을 만한 모든 곳을’(은유 ④). 하지만 ‘매가 생각하지 못할 장소가 많죠’(은유 ⑤).

“I can think like Jew”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된 ‘매’니, ‘쥐’니 하는 란다 대령의 얘기.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듣고 있었으나 얘기가 진행될수록 왠지 모르게 밀려드는 이 불안감과 압박감은 무슨 까닭인가. 그리고 얘기의 끝에 란다 대령의 유도질문과 회유책에 꼼짝없이 말려든 자신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하는 라파디트.
어느덧, 유태인을 숨겨준 곳을 대라는 란다 대령의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명령에 눈물을 머금고 마루 아래를 가리키는 라파디트. ‘유태인 사냥꾼’ 란다 대령의 치밀한 ‘스토리텔링 심리전’이 성과를 거두는 순간이다.
이 시대 최고의 가치투자 전문가이자 거부로 알려진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그 뛰어난 재담으로도 유명하다. IT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주식시장이 연일 상종가를 칠 때 누군가 현재의 증시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어 왔다. 다음은 그의 대답이다.
“높은 파도가 밀려 오면 모든 배들이 두둥실 떠 밀려 올라가죠. 그러나 높았던 파도가 밀려가고 나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대번에 알 수 있죠(A rising tide lifts all boats. It’s not until the tide goes out that you recognize who’s swimming naked).”
어려운 투자 전문용어 하나 없이, 눈 앞에 그림을 그리 듯 분명하고도 명쾌한 전망 분석이다. 가히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경지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이 얘기를 듣는 동안, 그리고 듣고 난 직후의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 첫 번째 공통된 반응은 터져 나오는 웃음이다. 웃지 않을 수 없다.
방금 그의 얘기대로 된다면, 자신이 평생 고생고생 해서 벌어들인 전 재산이 조만간 휴지조각으로 바뀐다는 날벼락 같은 전망이며, IT 주식을 옹호하는 애널리스트인 자신의 주식 전망이 완전히 틀렸다는 극도의 냉소에 찬 비판임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아무 생각 없이 웃게 되는 것이다. 좀 더 문제의 핵심으로 접근해 본다면, 그의 이러한 얘기를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로, 아무런 반발 없이 즐겁게 듣고 일단은 수긍한다는 것이다. 수십, 수백 쪽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와 수치를 제사한 것도 아닌데, 그의 기존의 드높은 명성과 맞물려 사람들은 예의 꼼꼼한 분석이나 비판 없이 상당 부분 그의 주장을 자신도 모르게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비유와 상징적 은유로 숨겨져 있는 ‘Storyselling’

이것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마술이다. 그리고 이 마술과도 같은 스톨리텔링의 근간에는 비유(Analogy)와 상징적 은유(Symbolic Metaphor)라는 문학적 기법이 꼭꼭 숨겨져 있다.
즉, 순실, 수익, 비용, 리스크 등의 말들은 듣기만 해도 논리적인 좌뇌가 작동되고, 동시에 우리의 심리는 긴장하게 된다. 이러 까닭에, 귀에 들리는 즉시 곧바로 부정적(Negative)이고 호전적인(Hostile) 분석(Analysis) 모드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 이러한 차갑고 경직된 현실 용어나 상황 정보 대신에, 갖가지 비유로 대체된 ‘이야기 한 토막’은 새로운 정보에 민감한 좌뇌뿐 아니라 감성적인 우뇌를 동시에 작동시켜, 좌뇌만 작동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삼엄한 논리적 방호벽(Logical Firewall)을 상당부분 우회통과(Bypass)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골치 아픈 얘기나 받아 들이기 힘든 상황을, 냉정한 논리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는 동안 거부당하는 위험을 피해가면서 오히려 별 부작용 없이 상대가 고스란히 수용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바로 이 ‘스토리텔링’ 기법인 것이다. 더욱이, 단순한 사실 전달 때 보다, 당신의 메시지에 대한 효과가 몇 배 더 증폭되는 효과가 있음이 여려 연구에 의해 이미 밝혀져 있다. 그런 까닭에 요즘은 스토리셀링(Storyselling)이란 신조어까지 돌고 있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지도자들은 대체로 이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상대를 설득해 왔다.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도, 불교의 석가모니, 유교의 공자뿐 아니라, 근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레이건 전 대통령 역시, 전직 야구해설가이자 배우로서의 입담을 살린 그 놀라운 재담으로 구소련의 마지막 서기장 고르바초프와의 핵무기 감축협상 등 수많은 역사적인 협상에서 성공을 이끌어 낸 것을 우린 알고 있다. 상대를 설득하면서도 동시에 상대에게 강한 매력을 뿜는 스토리텔링 기법, 이제라도 배워두면 요긴한 협상의 스텔스(Stealth) 전략이다. 다음 협상 때는 “얘기 하나 드려볼까요?”로 시작하면 어떨까?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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