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강화” vs “되레 빈부격차 심화”
“부유세 강화” vs “되레 빈부격차 심화”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5.01.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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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보는 두 시각

최근 국내외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문제는 현재 진보학자와 보수학자들이 편 가르기까지 하면서 격화되고 있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으로 올 상반기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12일 한국어판이 출간되고 18~19일 한국을 방문하면서 ‘신드롬’을 만들었다. 비록 그의 책을 놓고 진보와 보수의 시각으로 나뉘긴 했지만 각계의 찬반 논쟁이 연일 언론에 보도될 정도였다.
피케티는 그의 책에서 “돈이 돈을 버는 속도(자본수익률)가 사람이 일해서 돈을 버는 속도(경제성장률)보다 빠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빈부의 양극화를 해소할 방법으로 부자들의 소득세를 누진적으로 크게 올리되(최고 소득세율 인상) 부자들이 다른 나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국제적으로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글로벌 부유세 신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같은 그의 주장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부자들의 투자를 위축시키면 일자리가 줄어 오히려 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또 다른 사람은 피케티의 주장이 “한국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거나 “사회 갈등만 부추긴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피케티 논쟁의 아이러니는 그의 주장을 찬성, 반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날로 심해지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과도한 과세는 투자위축과 혼란만 초래”

피케티의 방한에 앞서 먼저 논란의 불을 지핀 것은 9월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과 한국경제’ 세미나였다. 이 세미나에서는 소득분배와 관련해 한국경제는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의견이 개진됐다. 한경연이 한 개인의 저서를 비판하는 세미나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때문인지 세미나에 대해 일부에서는 ‘피케티에 대한 기업의 흠집내기’라고 평가절하 했다.
한경연의 세미나에서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제시한 분배 구조의 개선의 방법인 ‘몰수적 누진소득세’와 ‘글로벌 누진자본세’의 문제점을 집중 분석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사회적인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즈음에 발간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번역본과 반론서가 나오고 저자의 한국 방문 강연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피케티는 악화되고 있는 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처방으로 최고 한계세율이 80~90%에 이르는 고율의 몰수적 누진소득세와 글로벌 누진자본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피케티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두 계급만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계급사관에 토대를 두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가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악화되고 있는 소득분배의 대책으로 고율의 누진세금 부과가 합당할 것인지, 아니면 투자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성장과 추락의 기로에 서 있는 한국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토론의 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 원장의 개회사는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이 대독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한국도 일본형 장기저성장으로 진입하느냐 반등하느냐의 중요한 기로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미 실패한 칼 맑스의 ‘자본론’을 본 딴 ‘21세기 자본론’이 나와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자체가 아이러니이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토론에서는 피케티 ‘21세기 자본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관해 토론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자 건국대 특임교수인 오정근 교수는 피케티 주장의 오류들을 지적하며 “피케티의 주장처럼 사적 재산소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을 정도로 과도한 수준의 과세는 개인의 근로의욕과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해해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앗아가 경제사회적 혼란만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21세기 자본론’의 대중적 인기가 프랑스와 미국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같은 책이라도 던지는 문제의식은 달리 해석되기 때문”이라며 “‘21세기 자본론’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미신과 열병으로 압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토론은 ‘21세기 자본론’과 한국의 소득분배를 주제로 논의됐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와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한국의 지난 소득분배 구조에 관해 발표했다. 이 후 강종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과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후 토론에서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한국의 조세정책은 피케티 제안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지막 종합토론에는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의 사회로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 김정식 연세대 교수,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이인실 서강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현진권 자유경제연구원 원장이 참여했다.

 “사람들이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소득불균형”

그러나 피케티는 방한 일정 중 한 연합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소득불평등 그 자체이지 글로벌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내 주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소득불평등에 대패 천착하게 된 이유를 “좌파와 우파가 양쪽으로 팽팽하게 나뉘어 소득불평등에 대해 다른 시각을 내놓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연구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면서 “그동안 소득불평등과 관련한 역사적 자료가 단 한 번도 제대로 집계된 적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포스트 냉전 세대”라며 “18살이던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대학시절 공산주의 정부가 무너진 동유럽을 여행하기도 했지만 공산주의에 매력을 느껴본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단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바보스러울 정도로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이해하고 싶었는데 그 배경에는 지나친 소득 불평등과 자본주의가 있었다”고 얘기했다.피케티는 한국 사회에서 ‘21세기 자본론’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고 자본주의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당신의 논리를 비판하는 세미나도 열렸다고 전하자 “내 책이 소득 불평등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니 기쁘다”면서 “‘21세기 자본론’을 쓴 이유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대한 역사적 데이터를 제시하면 독자들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극심한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조세는 소득과 부에 대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고 세율이 낮더라도 최소한 사회 각 계층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서로 알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피케티는 “그러나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이런 투명성마저 거부하는데 그래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사람들이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소득 불평등이지 내 책이 아니다. 나는 소득불평등을 분석하려고 할 뿐이지 소득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소득불평등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개도국이 언제까지나 연간 5%, 10%대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한국과 중국도 일본, 유럽, 미국처럼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고, 소득불평등 문제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본 것이다. 피케티는 한 사회에서 부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무척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벌가족들에게 증여세가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는지, 부의 대물림 과정이 투명한지, 제대로 세금을 내는지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봤을 때 한국의 상속세가 높은 편은 아니며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는 40∼50%의 상속세를 내고 미국은 세율이 한때 70∼80% 정도로 높았다고 말했다. 높은 상속세율은 사회의 계층 간 이동성을 높여주며 매년 새로운 사업가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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