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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나는 중국인이다. 나는 황제의 거룩한 피를 잇는다”
“나는 중국인이다. 나는 황제의 거룩한 피를 잇는다”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4.03.13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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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으로 시간은 새로운 의미를 획득했다. 즉 시간의 척도는 이전보다 더 길게 연장되었다. 우리는 짧은 소요기간에 익숙해 있지만 5천년 역사를 간직한 중국은 연장된 시간 척도를 가지고 미래를 바라본다. 따라서 중국에게는 시간은 자기편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중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가 서서히 자기 쪽으로 기울 것을 알기에 기다릴 줄 안다. 21세기는 중국의 이러한 사고방식이 결실을 맺는 세기가 될 것이다.”
마틴 자크가 ‘When China Rules the World’(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한국어 번역 안세민)라는 책을 통해 한 말이다. 마틴 자크는 런던 정경대학 부설 국제관계 및 외교전략연구소 아시아경제연구센터 초빙연구위원이며 정기적으로 ‘가디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중국전문가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인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중국 역사의 위대함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으며 중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위대한 역사의 일부분이 된다. 따라서 중국이 부상해 세계 최고 국가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역사적 필연과도 같다”고 밝힌다.
이처럼 중국의 세계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이면에는 세계 각국에 널리 퍼져 있는 화교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속의 화교, 그리고 화교자본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세계 속의 중국’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다시 마틴 자크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현재 중국의 위상을 정립하는데 화교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화교가 많이 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미국 거주 중국인에게 중국을 방문해 먼 친척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뿌리찾기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1997년 캘리포니아 대학생 신분으로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중국을 방문했던 에번 렁은 당시 느꼈던 감정과 재미난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미국에 오신지 125년도 더 지났지만 나는 지금도 미국인으로 동화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 내가 먹는 음식, 입는 옷, 내 취향, 내 친구의 피부색, 내 여자친구의 모습과는 무관하게 지금도 나는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미국에서 태어난 중국인과 미국에 새로 이민 오는 중국인이 느끼는 정서는 다르지 않다. 즉 중국과 중국인은 다른 인종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이다.”
“나는 중국에 사는 친척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이었다. 미국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중국식 생활방식을 계속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우리 집안은 휴일이나 생일이 되면 서로 모였고, 춘절이면 집을 청소한 뒤 새옷을 입고 제사를 지냈다. 청명절을 비롯해 중요한 날이 되면 조상의 무덤에 가서 절을 하고…”
화교사회는 장소에 상관없이 중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화교들은 자녀들을 지역 학교보다 중국 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하며, 보통 이러한 중국학교는 화교사회에서 지원한다. 상대적으로 소수가 분포하는 서구 국가에서는 화교사회가 중국인 주일학교를 운영해 아이들에게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가르친다.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중국인들의 끈끈한 결속력은 ‘大中華地區(대중화지구)라는 표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것은 영토적 혹은 정치적 의미가 아니라 문화에 기반을 둔 표현이다.

 

화교들의 끈끈한 유대 새로운 헤게모니 만들어 낸다

대중화지구는 중국본토와 대만,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를 포함해 세계 도처의 중국 공동체를 일컫는 것이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중국인들 사이에 널리 유행한 말이다. 이러한 유대가 갖는 힘은 중국 문명을 물려받았다는 공통점에서 비롯된다. 정치적으로는 서로 다른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중화지구의 홍콩과 대만은 본토에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중국의 경제성장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는 러시아를 떠나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꺼린 사실과 대비된다. 또 인도를 떠난 사람들이 인도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정도는 중국을 떠난 사람들이 중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에 훨씬 못 미쳤다. 중국 내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도처에 깔려 있는 중국 공동체들 사이에도 강력한 구심력이 작용하고 있다. 바로 조국을 향한 애착이다.
화교들이 중국의 경제성장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2세기 동안 그들의 조국은 가난과 실패를 연상시키는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전 세계 TV방송국에서는 앞다투어 중국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중국 정부는 해외의 중국 공동체를 더욱 끌어 당기려고 한다.
런던의 한 중국어 학교는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수업을 취소한 적도 있다. 런던의 화교들은 새로운 땅에 살면서 마음은 늘 고향에 있었다. 중국이 그동안 이루어 놓은 성과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보여 준다는 의미에서 베이징 올림픽은 그들에게 커다란 자부심이 되었다.
다음은 1925년에 발표된 詩다. 중국의 현대시인 원이둬(聞一多)가 한때 미국에 머무는 동안 ‘나는 중국인이다(我是中國人)’라는 시에서 한껏 부풀어 오른 중국인의 민족주의 정서를 노래했다.

“나는 중국인이다. 나는 중국인이다
나는 황제의 거룩한 피를 잇는다
나는 이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왔다
파미르는 우리 조상이 살던 곳
우리 종족은 황허강을 닮았다
우리는 쿤룬산의 비탈길을 따라 내려왔다
우리는 아시아 대륙을 넘어왔다
우리와 함께 우리의 우아한 풍속도 같이 왔다
위대한 민족이여! 위대한 민족이여!”

이 시가 말해주듯 화교의 역사는 바로 다양성마저 집어삼킨 역사나 다름없다. 미국, 호주, 유럽을 포함해 다양한 국가에 거주하는 화교들은 인종주의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교공동체는 생동하며 살아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힘이다. 중국의 미래를 밝게 하는 동력이다. 민족적, 문화적 우월감이 만들어낸 중화사상으로 화교들이 똘똘 뭉쳐 있는 한 중국의 미래는 밝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화교들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위가 높아지면 그들의 지위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고, 이에대한 본토 중국을 향한 마음도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강대국 중국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까?

상상으로 그려보는 화교공동체‘중국 연방’

백인 디아스포라가 유럽의 권력과 부 때문에 발생했다면, 중국인 디아스포라는 영국 기업과 노역계약을 맺고 외국으로 떠나거나 가난과 굶주림을 못 견디고 조국을 떠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동남아 화교들은 경제적으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인 이민자들은 새로 정착한 국가에서 비록 가난하기는 하지만 부지런히 일하면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서고 있다. 중국의 국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더욱 고무하는 요인이다. 중국이 성장하는 것을 보며 화교들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중국 본토와 화교가 무역이나 중국어 등으로 다양하게 연계됨으로써 중국의 경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 화교 간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중국은 화교에게 이중 국적을 허용할 것인가? 해외의 수많은 화교 공동체를 아우르는 중국 연방이 탄생할 것인가? 즉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에서 중국식 문명국가는 어떤 형태를 띨 것인가? 연방이 되는 것은 현재 상황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날에는 힘의 균형이 바뀔 것이며 정치적으로 가능한 행동 범위도 다시 정의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곳은 동남아시아가 될 것이다. 이 지역의 화교는 권력 면에서도, 규모면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중심 세계사가 등장한다

지금까지 세계사는 주로 서구의 역사였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앞으로 중국의 역사는 중국인이나, 동아시아인들뿐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것이 될 것이다. 지금 세상 사람들이 미국 역사의 주요 사건에 익숙한 것처럼 중국 역사에 나타나는 주요 사건에도 익숙해질 것이다.
일례로 2005년 만리장성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유럽 르네상스의 본고장 피렌체를 방문한 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이 로마제국의 멸망이후 여러 국가로 분열되던 때에 중국은 정반대 방향인 통일을 향해 이미 움직이고 있다.
중국 역사에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뒤바꿀 요소들이 많다. 과거 중국인들이 만든 발명품은 다른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창의적인 문화를 형성한 이들은 유럽이라는 이 시대의 믿음을 한꺼번에 일소시킬 것이다. 또 콜럼버스 훨씬 이전에 정화가 대원정에 나섰다는 역사적 사실도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다.
골프 경기가 중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증거도 있다. 명대인 1368년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주첨기행악도’에는 명의 황제 선종이 궁정 마당에서 신하들과 작은 공을 막대기로 쳐서 구멍에 빠뜨리는 경기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중국에서는 이 경기를 ‘공을 친다’는 의미의 ‘추이완’이라고 부른다.

 

세계 수도, 뉴욕에서 베이징으로 천도?

21세기가 시작됐을 때 뉴욕은 사실상 세계의 수도였다. 9.11 사태때 세계가 보인 반응에서도 이런 사실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만약 세계무역센터보다 화려한 쿠알라룸푸르 쌍둥이 빌딩이 같은 운명을 겪고 무너졌더라면 몇 달은 커녕 운이 좋아야 12시간 정도 세계 각 언론의 헤드라인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뉴욕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월가로 대변되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면서 인종의 도가니이자 유럽 이민자들이 처음부터 모여 산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의 세계적 위상은 1945년 이후에 형성되었다.
중국의 헤게모니는 다음과 같은 최소한 네 가지의 지정학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베이징이 세계의 수도로 부상한다.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한다.
•동아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한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륙이 되며 이런 과정에서 인도가 부상한다.

이런 변화들은 지구의 자전축을 바꾸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까지 세계는 과거의 유럽, 최근의 미국과 같이 서쪽을 쳐다보는 것에만 익숙했지만 이런 시대는 끝나 가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의 인구 규모를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모국어나 제2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두배가 더 많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에 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이 떠오르면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2006년 이후 중국어 열풍은 중국 정부가 세계 각지에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때로는 대학교와 연계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의 후원을 받아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어 교사를 양성하며 중국 문화를 전파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3천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100여개국의 2,500개에 달하는 대학교에서 중국어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중국어 열풍이 크게 분다.
중국어가 앞으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말하는 것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언젠가는 영어와 함께 세계의 언어로 자리잡을 것이고 어쩌면 영어를 능가할 수도 있다.
언어학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크리스틴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세시대에 라틴어가 사멸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있었다면 비웃음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또 18세기에 프랑스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미래 상류사회의 표준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영어의 등장은 미국의 세계지배력과 맞물려 나타난 산물이므로 미국의 쇠퇴는 곧 영어의 입지에 영향을 미친다. 영어는 확장정책과 정복의 역사로 발전했지만 중국어는 점진적인 영토확장의 과정을 통해 발전했다.

 

조공관계 관점에서 주변 동아시아 국가 바라볼 것

조공제도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오다 19세기에 종말을 고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동아시아에 새로 등장한 베스트팔렌 체제하에서도 오랜 역사의 산물로서 관습이나 습관의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 존 페어뱅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중국이 우월하다는 믿음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때 동아시아는 옛날과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 국가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힘의 불균형에 반발하거나 저항하지 않는다. 미국과 함께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중국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만 역시 최근들어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적 조공제도가 도래하는 것이다.”

 

오래도록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양면을 지닐 것

중국의 변화는 한 국가의 변화라기 보다는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는 한 대륙의 변화라고 봐야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앞으로 수십년동안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 보며 살아갈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덕분에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을 얻을 수도 있다. 즉 중국은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선진국의 지위를 누릴 수도 있고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누릴 수도 있는 것이다.
20세기에는 선진국에 의해 세계가 형성되었다면 21세기에는 개발도상국이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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