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삼성에서 무료로 결혼식을 올려주나요?”
올해 52세 동갑나기인 한재근, 이미숙씨 부부(천안시 병천면)는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지난 1998년 부부의 연을 맺은 후 15년째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면사무소에서 알선한 자활근로로 생계를 이어가는 터라 결혼식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던 것.
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워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금하지 못해온 한씨는 지난 8월 천안시 병천면사무소 김향미 주사를 통해 귀가 번쩍 띄는 제안을 받았다. 바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최하는 합동결혼식 대상자로 추천하겠다는 것.
한씨는 처음엔 믿기질 않아 거절했다. 하지만 평소 어려운 형편에도 화목하게 살아가는 한씨 부부의 모습에 감동받은 김 주사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15년 만에 꿈꾸던 결혼식을 치르게 됐다.

최첨단 산업현장이 감동의 무대로~

지난 10월 12일 오후 1시.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캠퍼스내 잔디광장에서 천안지역 저소득 가정 10쌍의 합동결혼식이 진행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캠퍼스는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이 집결된 곳이다. 평소엔 철통같은 보안구역이다. 하지만 이 날만은 훌륭한 야외결혼식장으로 변해 있었다. 야외무대 한 켠은 신부대기실로, 사내식당은 피로연장으로 꾸몄다.
직원 출퇴근용 버스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을 위해 배차됐다. 결혼 축하를 위한 세탁기, 냉장고 등 통큰 선물뿐 아니라 하객들에게 전달할 답례품까지 준비돼 회사측의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주례는 최경섭 천안교육지원청 교육장이 맡았고 연주는 천안시립교향악단이, 축가는 천안지역 출신 성악가들이 참여했다. 결혼식장을 꾸며준 꽃장식은 천안지역 장애우로 구성된 꽃밭사업단이 맡았다. 축하객 300여명을 비롯해 성무용 천안시장, 최민기 천안시의회 의장 등 시의원들까지 참석해 마치 지역축제를 방불케 했다.
이날 소박한 국화꽃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야외결혼식장은 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로 가득했다. 무대에선 신랑, 신부들은 긴장한듯 보였지만 기쁜 마음을 감출 수는 없다는 듯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 아이는 예쁜 드레스를 입은 엄마가 어색한지 울음을 터트려 하객들의 폭소가 쏟아지기도 했다. 
축가는 행복한 결혼식과 잘 어울리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이 가득하다는 노랫말처럼 식장은 사랑과 축복의 기운이 흘러 넘쳤다.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올린 한씨의 아내 이미숙씨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기업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우리 부부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함께 식을 올린 결혼이민자 중국인 왕수연씨(34)는 “올해가 결혼 10주년인데 20주년을 기념해서도 삼성에서 이런 예쁜 결혼식을 또 한번 올려주셨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나도 봉사활동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저소득 가정 결혼비용 전액 부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역-기업간 상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업장 소재지역 합동결혼식을 기획했다. 대상자는 지역 여성가족과와 복지관이 선정하고 드레스, 신부화장, 부케, 사진촬영 등 결혼에 필요한 비용 일체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부담했다. 결혼식 행사 기획 및 진행도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지역업체에 맡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나눔을 넘어 지역과 상생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산시 어르신들로 구성된 노인일자리사업 ‘청정콩나물’의 설립자금을 지원하고 생산된 콩나물을 전량 구매해 2만여명의 임직원들의 밥상에 올리고 있다. 또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나눔 가게’를 설립해 사내 기숙사에서 나오는 헌옷들을 모아 매달 1톤 규모로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밖에 지역사회 청소년을 위한 장영실 영재교실, 글로벌리더십 캠프 등을 기획해 노인,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아동·청소년 등 각 계층에 맞는 맞춤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무용 천안시장은 “삼성이 기업활동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 뿐 아니라 지역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주고 있다”며 “우리 지역의 든든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성철 삼성디스플레이 사회봉사단 차장은 “지난 추석 임직원 귀향버스 출발지에 지역주민들이 직접 떡을 준비해 오셔서 나눠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