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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전시장-In]한국화가 김현경 개인전, 안상철미술관, 4월20~5월14일
[전시장-In]한국화가 김현경 개인전, 안상철미술관, 4월20~5월14일
  • 권동철 미술전문위원
  • 승인 2023.05.10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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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적묵(積墨)의 빛살 생명성의 소통

 

“도는 텅 비어있다. 그러나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 그윽하도다! 만물의 으뜸 같도다.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얽힘을 푸는도다. 그 빛이 튀쳐남이 없게 하고 그 티끌을 고르게 하네. 맑고 또 맑아라!1)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댓잎에 스미는 먼 길을 온 빛살의 여정만큼 먼먼 그 곳엔 생명의 발아(發芽) 그 처음이 있을까. 얼마나 오래토록 시간의 거울을 닦으면 까칠한 듯 보드라운 잎 새 위 티끌하나 없는 맑디맑은 이슬방울을 받아낼 수 있나.

푸른 밤바다 일렁이는 물살 같은 대숲으로 만개한 꽃잎들이 몸을 던진다. 숲은 슬픔과 관용이 뒤섞인 황홀한 향기를 진동하며 노래 부른다. ‘살풀이 춤’ 허공 가르는 흰 수건처럼 죽엽(竹葉) 감싼 하얀 꽃잎들이 유성(流星)의 밤하늘을 날아오르는데….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경기도 양주시 소재, ‘안상철미술관(Ahn Sang Chul Museum)’엔 5월 숲의 싱그러운 활력이 전시장 가득 밀려들었다. 공간은 낮은 곳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처럼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마침내 강물이 바다를 만나듯, 마지막에 탁 트인 잔잔한 호수의 평온한 물살이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한 여유와 배려가 스며있는 전시장에서 20여년 묵죽화에 천착한 김현경 작가의 열다섯 번째 ‘About Time’개인전이 4월20일 오픈, 5월14일까지 화단의 호평을 받으며 열리고 있다. 5미터(m)가 넘는 묵죽대작과 독일에서 작업했던 몇 점 그리고 ‘매화’신작들이 만나고 스치는 인연법처럼 이끌었다.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묵죽화의 현대적 해석과 맥(脈)

바람, 빛, 물, 소리…. 대숲으로 쏟아지는 빛의 청량감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화면의 강렬한 직선쾌감은 무한창공을 향한 시점(視點)과 어우러져 웅장미와 어떤 경건함을 일깨운다. 바람결에 아른거리는 댓잎 하나에 삼라만상(森羅萬象) 생성과 소멸의 파편들이 찰나에 스쳐간다. 시간의 기억을 아우르며 마침내 비움의 문(門)으로 들어서는 걸음처럼 여백에 번지는 생명의 울림이, 환하다.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화면은 일체의 세속적 집착을 내려놓은 듯 고요히 현상세계를 관조하는 허정(虛靜)상태를 공유한다. 사의(寫意)의 성찰적 확장을 표출하는 김현경 작가 묵죽화(墨竹畵)의 현대적 해석이 시대를 초월하여 소통하는 맥(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고려를 지나 조선시대 성리학의 융성을 배경으로 더욱 꽃피워진 문인화의 주요화목(畵目)인 묵죽화. 다음은 조선의 서화가이자 평론가인 표암 강세황(姜世晃,1713~1791)이 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1707~1769) ‘수묵화죽도’두루마리에 쓴 시 일부이다. 거연(巨然)은 송나라 때 산수(山水)에 뛰어났던 화가이자 승려이다. 또 남종문인화에 영향을 끼친 중국북송서예가 미불(米芾)의 작품에 은근 비유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대나무 옆의 기이한 돌은 매우 사랑스럽고 풀 아래 작은 벌레는 살아 움직이는 듯, 고색은 어찌 거연 스님만 논하랴. 발묵하니 더러 미불(米芾)의 산수가 되네. 竹邊奇石甚可愛 草底小蟲眞疑活 古色何論僧巨然 潑墨或作米家山.2)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자연과 존재 태움의 미학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지난 2007~2009년 시기에 작업했었던 ‘매화’의 근작을 선보이고 있다. 묘연하게 피어오르는 꽃잎의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가노라면 억겁풍상을 이겨온 고목의 상흔 같은, 재료물성에 의미를 부여한 버닝(Burning) 흔적을 만난다. 자연과 존재인식을 비추어 드러내는 태움의 근원적 스펙트럼을 통해 마침내 닿는 허정(虛靜)의 지속과 다름이 없다.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한편 엄동설한 폭풍 같은 세상의 풍파에 자신을 지키는 고결한 몸부림인가. 조선 말기 우봉 조희룡(又峯 趙熙龍,1789~1866)이 격렬한 필묵(筆墨)자국들로 그려낸 독보적 화법이 시대를 뛰어넘은 초월성으로 김현경 작가 버닝 얼룩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매화를 그리는데 얽히고 모인 가지와 만 가지 꽃의 향배 정할 곳에 이르면 문득 이 생각이 떠올라서 크게 기굴(奇崛)한 변화가 있게 한다. 용 그리는 법을 매화 그림에 도입했으니, 그림을 알지 못하는 자들은 은하수를 보는 듯 막연하여 그 뜻을 알기가 어렵다 할 것이다.3)”

 

전시작품을 바라보는 김현경 작가. 사진=권동철
전시작품을 바라보는 김현경 작가. 사진=권동철

◇김현경 미술가(Kim Hyun Kyung)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동양화과 박사과정졸업(2017). 안상철미술관(2023), Gallery artpark Karlsruhe(Germany,2019), 전라남도 도립 옥과미술관(2016), 금호미술관(2016,2021), LEE galerie BERLIN(Germany,2012,2014), Galerie an der Pinakothek der Moderne/Barbara Ruetz(Germany Munchen,2009), 인사아트센터(한국미술정예작가 대상수상기념전,2007), 관훈갤러리(2002) 등 개인전15회를 가졌다.

 

[참고문헌]

1)노자와 21세기(1), 老子道德經上篇 四章 中, 도올 김용옥 지음, 통나무刊, 1999.

2)표암유고(豹菴遺稿), 해암의 시에 차운하여 심현재의 ‘수묵화죽도’ 두루마리에 쓰다-次海巖韻 題沈玄齋水墨花竹圖軸, 강세황 지음/김종진 변영섭 정은진 조송식 옮김, 지식산업사刊, 2010.

3)우봉 조희룡-19세기 묵장의 명수, 이선옥 지음, 돌베개刊, 2017.

 

#캡션

1~7=전시전경. 사진=권동철.

8=전시작품을 바라보는 김현경 작가. 사진=권동철.

 

권동철 미술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권동철 미술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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