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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19 17:25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30년 전 나비 날갯짓이 지금 강력 태풍으로
30년 전 나비 날갯짓이 지금 강력 태풍으로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2.12.01 15: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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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관련 언론 보도 해프닝
북한은 최근 대륙간 탄도탄인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촌에 퍼지기 시작한 지 벌써 만 3년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도 10개월이 지났다. 둘 다 막바지에 다다른 것 같지만 언제 종식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내 상황도 혼란스럽다.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정치, 경제가 정상화되려는 기미가 좀체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 와중에 혼자 신나 보이는 무리가 있다. 바로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다. 올해 들어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을 이곳 저곳으로 마구 쏘아 대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대륙간 탄도탄인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여차하면 미국 전역을 목표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협박인 것이다. 마치 한국과 일본은 무시하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만 상대하겠다는 자세다. 한국과 일본에 전술 핵무기 등을 사용해 국지적인 도발을 하고 만일 군사 동맹국인 미국이 참전하면 뉴욕, 워싱턴, LA 등 미 본토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는 묵시적인 공갈인 것이다.

굳이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더라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의 위기가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이로써 북한은 세습 정권 체제 수호를 위한 수십 년에 걸친 핵무기 개발을 완수한 셈이다. 그렇다면 그 시발점은 언제였나. 과거의 에피소드 한 편으로 회상해 본다.

“남한 언론·기자들 특성 잘 알고 있다”

“정부는 대변인 발표를 통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겠다는 것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의혹을 더욱 짙게 하는 것이라며, 이에 따른 남북간의 긴장고조와 국제제재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북한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3년 3월 13일자 모 조간신문에서 발췌한 기사 내용이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방북 1년 후,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서서히 본궤도에 진입하려는 시점에 나온 북한의 NPT 탈퇴라는 폭탄 선언은 일시에 남북관계를 냉각시켰다. 역시 경제와 무역은 정치와 외교 안정이 우선이다.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국제 분야 등 큰 이슈가 발생하면 언론에서는 각계 각층 사람들의 코멘트를 인용해 여론의 흐름을 보여준다. 거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소위 전문가의 의견이다.

1993년 3월 13일 토요일. 장소는 서울역 앞 대우그룹 본사인 대우센터 5층에 위치한 ㈜대우 홍보팀 사무실. 출근한 뒤 커피 한 잔 마시며 조간 신문을 훑어 보는 시간이었다. 8시 15분쯤 되었을까. 필자 책상 위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벨소리를 보아 외부 전화가 아닌 회사 구내 전화다. “여보세요?” “문 팀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다짜고짜 엄청나게 화가 난 목소리다. 내용을 들어 보니 모 경제신문에 본인의 이름이 거명된 잘못된 기사가 나갔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항의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북한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의 책임자였다.

그는 지금 당장 홍보팀으로 오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하여튼 홍보팀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구나! 오늘은 또 무슨 일인가? 어제 가판 체크에서 발견 못한 악성 기사라도 나갔나?” 하며 문제의 경제신문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대부분의 기사가 어제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했다는 것을 이슈로 다루고 있었다. 그 중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각계 각층 사람들의 반응을 모아 놓은 기사도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북한이 돌연 유엔 산하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시설 관련 특별사찰 요구를 거절하고 NPT 탈퇴 선언을 한 것에 대해 비분강개하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소속 부서와 직위, 심지어 괄호 안에 나이까지 분명히 명시된 바로 그 북한 사업책임자의 이름으로 된 코멘트였다. “…북한의 이번 행동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대동소이해 표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북한 관련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북한측 파트너를 만나야 하는데 만일 그들이 이 기사를 보게 되면 큰 일”이라고 얘기했다. “지금까지 공들여온 사업이 무산되거나 향후 잡혀 있는 미팅 일정이 취소되거나 아니면 대우 측 담당자 변경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제 대충 상황이 짐작됐다. 전날인 금요일 오전이었다. 11시 40분경 점심 약속이 있어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모 경제신문 기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각계 인사의 코멘트를 쓰고 있는데 북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며 (주)대우 북한사업 부서책임자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런데 통화를 못한 상황에서 본인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코멘트를 기명으로 해 나간 모양이다.

일단 필자는 사태를 원만히 수습해 보겠다고 간신히 달래 북한팀 책임자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그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자의 답변은 “마감시간이 다 돼 가는데 연락이 안 돼 지극히 평범하게 코멘트를 썼는데 그렇게 될 줄 미처 생각 못했다.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대신 전해달라” 이런 내용이었다.

사태 진정은 간단치 않았다. 홍보팀이 북한팀의 강력한 요청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 요청 신청서까지 작성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실제 신청까지는 가지는 않았으나 홍보팀은 신문사와 북한팀 사이에서 한동안 곤란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 그 북한팀 책임자에게 슬쩍 당시 북한 쪽을 어떻게 무마시켰는지 물어봤다. 해명하고 달래느라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다행(?)스럽게도 그 신문 기사를 본 북한 측 사업담당자들이 ‘설마 대우의 사업 파트너가 그런 코멘트를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도 남한 언론과 기자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며 큰 문제로 삼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북한이 우리 언론과 기자들을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니 요즘 말로 웃픈 이야기였다.

이처럼 약 30년 전에 일어난 북한의 NPT 탈퇴 선언(나비의 날갯짓)이 2022년 핵무기 개발 완수(태풍)로 이어졌고 그동안 한국과 우방국들이 공들여온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결국 무산돼 버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여야가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위해 소모적인 정쟁을 일삼아야 되는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는 한반도와 국민의 운명을 위해 이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해야 하지 않을까.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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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석 2022-12-05 08:49:17
홍보팀에 근무하면 하루하루가 새로운 일의 연속이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