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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6:44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고금리 저성장 사회
고금리 저성장 사회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01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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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 매고 나온 넥타이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하얀 바탕에 민족시인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까만 글씨로 새긴 디자인이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통상 붉은색 넥타이는 금리 인상, 푸른색은 금리 동결로 받아들여진다. 이 총재는 금통위 때마다 여러 색상과 무늬의 넥타이 차림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시 구절이 쓰인 넥타이를 매고 회의를 주재하기는 처음이다.

이날 금통위 결정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이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3.25%로 2012년 7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만큼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연 0.5%에서 2.75%포인트나 뛰었다. 금리가 오르는 1년 여 동안 불어난 가계대출 이자만 38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총재는 “넥타이가 대출자를 위로하기 위한 의미냐”는 질문에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왔는데, 그 해석이 더 좋아 받아들이겠다”며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금리를 빨리 안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은이 긴축 기조는 이어가면서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통화정책 중심추가 한미 간 금리격차와 원화가치 방어 등 해외 요인에서 경기둔화 등 국내 요인으로 옮겨갔음이다. 미국보다 금리가 낮아 우려되는 외국인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보다 레고랜드 발(發) 채권시장 경색과 경기침체, 서민층의 대출이자 부담 증가를 심각하게 보았다. 치솟는 물가를 잡아야 하지만, 성장도 챙겨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 스스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낮춰 잡았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로 역성장 한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것이다. 바야흐로 한국 경제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악재에 세계경기 침체가 겹치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2022년 달력이 한 장 남았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가는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설계할 때다. 우리가 현실이 고달파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 올해보다 나은 내년이 다가올 거라는 기대와 바람에서다. 2023년 새해에는 3년 가까이 우리를 옥죈 코로나19에서 해방되며 살만해질까 기대했는데 전혀 딴 판이다.

김소월의 다른 시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은 당시 조선 백성들이 일제의 수탈로 농토를 잃고 유랑해야 했던 현실을 극복해 나가자는 의지를 다진다.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늘은 길이 이어 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산경(山耕)을 김매이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가 ‘3고(苦)’의 고통을 안기고 있다. 예고된 내년 1%대 저성장은 일자리와 복지를 위협할 것이다. 힘들어하는 경제주체들에게 김소월의 시에 버금가는 위로와 희망,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와 정책을 바라는 것은 사치일까.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인사이트코리아>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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