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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특별대담]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말하는 '강남의 품격'
[특별대담]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말하는 '강남의 품격'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9.06.04 09: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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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도시, 1등 도시답게 맏형 역할 할 것"

 [인사이트코리아=윤길주 발행인, 강민경 기자] 민선 7기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지 1년여가 지났다. 지난해 6월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 중 한명이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이다. 강남구는 민선 7기, 24년 동안 단 한 번도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진영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된 적이 없다. 그만큼 보수세력의 응집력이 강한 곳이다. 지역 주민들 또한 서울의 타 지역에 비해 보수 성향이 뚜렷하다. 이런 곳에서 정순균 구청장은 민주당이 새겨진 머리띠를 두르고 출마해 당선됐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강남구청 접수’는 전국적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치적인 면 뿐 아니라 경제·문화·사회적으로도 강남구는 특별하다. 강남은 서울시민은 물론, 전 국민의 로망이자 욕망이다. 한편으로는 질시의 대상이기도 하다. 넓지 않은 땅에 대한민국의 부(富)와 인프라가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기준 강남구의 국세 징수액은 16조241억원으로 광역 시·도를 통틀어 4위다. 강남구를 ‘서울 특별구’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늘 주목받는 강남구를 이끌고 있는 정순균 구청장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보수당 출신 구청장이 이끌었던 강남과 지금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직 구정 활동 결과를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궁금했다. 오랜 언론인 생활과 국정홍보처장 등 굵직한 경험들이 구정에 어떻게 녹아들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지난 5월 28일 오전 10시 강남구청 구청장실을 찾았다. 집무실 문과 벽이 유리로 돼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정 구청장은 “문의 경우 원래 나무로 돼 있었는데 안팎에서 서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바꿨다”고 말했다. 집무실 권위를 빼고 서로를 볼 수 있어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쪽 유리벽 면에는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거기엔 정책적·제도적 현안과 민원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정 구청장은 수시로 진행 상황이나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어 유용하다고 했다.

취임 이후 현재까지 278개의 포스트잇을 붙였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빨간 펜으로 OK라고 적혀 있는 것은 해결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이 대담을 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은 정책이나 제도가 아니라 ‘품격 강남’이었다. 강남이 단순히 부자 동네가 아니라 그에 걸맞는 품격을 갖춘 도시로 만들겠다는 집념이 묻어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다음 달이면 강남구청장 취임 1주년을 맞습니다.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루하루 일정표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1년이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구청장은 정치가보다는 행정가적 역할이 강합니다. 거리청소나 미세먼지 문제와 같은 주민 밀착형 사안부터 재건축, 올해 하반기 시작될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공사 등 도시 모습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프로젝트까지 동시에 신경써야 합니다. 취임 후 구청장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할일이 많다보니 모든 분을 만날 수 없어 송구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1년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 민선 7기에 이르기까지 강남구 역사상 민주당 출신 첫 구청장입니다. 전임자들보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어깨가 무거웠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 출신 첫 구청장이니만큼 부담이 컸습니다. 구민들로부터는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 역시 잘하는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습니다. 강남에서 민주당 출신 구청장 의미는 남다르다고 봅니다. 구민들께서 정파를 떠나 실제 구 생활에 도움을 줄 사람을 선택한 거죠. 구정에 있어 제 모든 판단의 기본적 근거는 ‘구민에게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입니다. 여야 이념을 떠나 구민의 실질적 생활을 변화시키고 향상시킬 구정을 펼친 1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민주당 구청장 뽑았더니 생각보다 잘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듯합니다.”

- 강남은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보수성향이 강한 곳입니다. 민주당 출신 첫 구청장으로서 이런 문제 때문에 구정을 펼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특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구청장의 역할은 행정가이기 때문에 정파에 치우칠 필요가 없습니다. 보수성이 강한 강남에서 24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성향 구청장이 나왔다고 해서 일하는 데 크게 어렵거나 장애는 없다고 봅니다. 주민들도 그렇게 보지 않고요. 지난 지방선거 때 저는 중도보수 진영에서 1만3000표를 더 받았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얻었던 전통적 진보정당 지지층 표보다도 더 많았죠. 덕분에 보수 지역이라 해서 민주당 후보를 배척하거나 구정을 펼치는데 지장이 초래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 1년 동안 강남구민을 위해 추진한 일들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인상 깊었던 것 하나를 꼽는다면?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품격 강남’ 건설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강남 곳곳에서 일어나는 ‘강남답지 않은 모습’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고, 공무원들의 근무 자세와 대민서비스 부분에서도 불합리한 점을 찾아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기억납니다. 또 예전과는 판이 달라진 ‘2018 강남페스티벌’도 공을 들인 부분이죠. 강남페스티벌이 지난해부터 강남 전역에서 펼쳐졌는데요. 더욱 업그레이드된 ‘2019 강남페스티벌’을 위해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수행 감독단을 구성하는 등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 지난 4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주관한 공약실천계획서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나름 비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민선 7기 출범 이후 ‘모두가 행복한 도시, 강남’을 만들기 위해 4개 분과 54명으로 구성된 ‘뉴디자인위원회’ 자문·검토와 주민배심원단의 심사 등 소통을 통해 ▲필(必)환경도시 ▲미래형 매력도시 ▲포용 복지도시 ▲공감 행정도시라는 4대 분야 64개 공약사업을 완성했죠. 공약실천계획서 최고 등급 획득은 이러한 적극적인 소통 행정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향후 작게는 가로수길 스카이로드, 주요거리 미디어 파사드, 청담역 미세먼지 프리존 조성 및 도심 속 힐링센터 설치에서 영동대로 복합개발, 현대차 GBC 건립, SRT 수서역세권 복합개발 등 대규모 사업까지 구민과 약속한 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환경 문제는 전 지구적 관심사입니다. 구청장님께서는 무엇보다 ‘친환경 경영’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취임 후 추진한 친환경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또 성과는 얼마나 나고 있는지요.

“이제 환경은 ‘지키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할 필수조건’입니다. 저는 취임 1년 동안 시대적 요구이자 세계의 당면 과제이기도 한 ‘필(必)환경도시, 강남’을 만들기 위해 미세먼지 개선에 주력해왔습니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밝히고 줄이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미세먼지 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미세먼지측정기 44개를 설치했습니다. 오는 9월부터는 관내에 설치된 100개의 미세먼지 센서 등 총 145개의 측정기에서 수집·분석한 실시간 데이터를 전국 지자체 최초로 개발한 최첨단 애플리케이션 ‘더강남’을 통해 전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은 도로변을 집중 관리하고, 수치가 국내 미세먼지 ‘나쁨 단계’(80㎍/㎥)로 일정 시간 지속되면 특수 살수차 등을 보내 주민의 집 앞 공기질을 개선하게 됩니다. 또 지하철 7호선 청담역 지하에 수·조경을 조성하고 자연광을 유입한 친환경 녹색 공간 ‘미세먼지 프리존(Free Zone)’을 조성 중인데 오는 11월 완공됩니다. 이밖에도 초등학교 미세먼지 신호등 29개, 전기차 충전시설 5개를 설치했고, 12대였던 물 청소차와 먼지흡입 청소차를 20대로 늘려 도로나 공사장 주변 먼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올해는 관내 국·공립 어린이집 144곳에 대기정보 알리미를 설치하고, 관내 초·중·고교 특별 교실에 1000여개의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합니다. 강남구도 예외는 아니라서 구청장님 취임 후 출산·보육·양육 지원 사업을 특별히 챙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임 후 추진한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강남구 합계출산율은 서울시 자치구 중 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 중인데요. 먼저 젊은 부모들의 일과 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강남 SOS 공동육아·돌봄카페’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갑작스럽게 사정이 생겨 잠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을 때 긴급 육아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세먼지에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를 함께 만들어 아이들이 신체놀이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어요. 돌봄카페는 도곡1동 문화센터에 설치하는데, 올해 11월 오픈 예정입니다. 또 초등 돌봄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강남 다함께 키움센터’를 수서동 태화기독교복지관에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는 전국 최초로 장애 아동 돌봄반을 별도로 개설·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이와 관련해 구청에 여성가족과를 신설하는 등 ‘여성이 행복한 강남구’를 표방한다고 들었습니다.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나요?

“‘여성이 행복한 강남구’를 위해 올해 여성 및 아동·청소년, 다문화 등 가족정책을 전담하는 여성가족과를 설치했습니다. 또 여성만이 가지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해 올해부터 공공 생리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교·도서관·문화센터 등 여성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생리대 보급기를 설치해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전국 최초로 관내 초·중·고등학교 34개교에 93대의 보급기를 설치했죠. 도서관·문화센터 등 공공시설까지 포함해 총 82개 기관에 158대의 보급기를 설치했습니다. 향후 생리대가 없어 외출을 못하거나 비상상황에 생리대가 없어 난감한 여성청소년이 없도록 지원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 대부분 사람들이 강남을 부자 동네로만 알고 있습니다. 실제는 어떤가요.

“그렇진 않습니다. 물론 국세와 재산세가 많이 걷히고 땅값·집값도 비싸죠. 법인만 5만1000여 개가 있고 사회적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1등 도시 속에 옛날 달동네 같은 판자촌이 구룡·달터·재건·수정마을 등 네 군데나 있습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기초생활수급자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 8~9번째로 많아요. 그만큼 일반 서민도 많고 복지 차원에서 도와드려야 할 분들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 양극화가 가장 극명히 존재하는 곳이 강남구입니다. 그만큼 보편복지도 필요하고 차등화 된 맞춤형 복지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전국적으로 강남은 ‘교육 1번지’로 불립니다. 명문 학교가 많고, 실력 있는 학원이 밀집돼 있어서 오래 전부터 그런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구청장님께서는 이 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진짜 교육 1번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강남구는 ‘교육 1번지’라는 명성답게 대학입시와 학력 향상을 위한 교육 지원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창의 융합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엔 ‘메이커스페이스’를 설치·운영하고 있는데요. 이곳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아이템을 구상하고 3D프린터 등 기술 장비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유형 창작 공간으로 관내 학교와 공공시설의 유휴공간을 이용해 순차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이러한 강남만의 특화사업을 위해 올해 교육지원 예산 211억원을 편성했어요. 전년 대비 26억원 증액된 것인데 서울시 자치구에서 제일 높은 수준입니다. 민선 7기 출범 직후 혁신교육지구 지정 준비에 들어가 올해 1월 3일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됐습니다. 혁신교육은 민·관·학이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해 학교 교실을 넘어 온 마을의 교육공동체가 협력해 학생들을 능동적인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의미합니다. 올해는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교육과정 운영 ▲배움과 쉼을 위한 마을교육 활동 지원 ▲어린이·청소년 자치활동 지원 ▲민·관·학 거버넌스 체제 구축 및 운영 등 4개 분야 15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 강남구에서는 영동대로 복합개발, 현대차 GBC 건립, SRT 수서역세권 개발 등 굵직한 개발 사업이 많습니다. 이는 중앙정부, 서울시 등과도 관계돼 있는데 잘 풀어나가고 계신지요.

“영동대로복합개발의 경우,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우리 구와 협의나 설명 없이 고속철도 관련 시설을 배제하라고 서울시에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후 우리 구에서는 국토부와 서울시에 당초 계획대로 고속철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재검토를 요청했고요.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7일 코엑스에서 영동대로 고속철도 도입 관련 토론회도 개최했는데, 철도전문가 모두 영동대로(삼성역)에는 고속철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여기에 구민 의견을 모아 국토부·서울시에 고속철도 도입을 재차 요청하고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현대차그룹 GBC 건립의 경우,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 의결이 3차례 보류되는 등 착공 지연으로 인근 주민과 상인 등이 어려움을 겪었으나 다행히 지난 1월 4일 수도권정비심의회를 통과했고 5월 22일에는 지구단위계획을 통과해 올해 하반기에는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수‘수서역세권 개발사업’은 현재 토지 보상이 마무리 단계 중이예요. 올해 상반기 부지조성 공사를 시작으로 하반기 공공주택건설공사가 시작되는 등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답니다. 저는 강남의 대규모 개발 사업이 완료되는 4~5년 후에는 강남구 일대가 천지개벽하는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 서울시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합니다. 강남구에서는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결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요.

“가로수길은 과거 화랑 문화 거리의 상징이었지만 과도한 상업화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진입하면서 임대료가 점차 상승해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됐고, 기존의 가로수길 상권을 이끌었던 특색 있는 소상공인들이 빠져나간 상태입니다. 취임 후 가로수길 상권 부흥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우선, 건물주와 상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도시관리계획 측면에서 건축물의 용도 조정과 도시미관을 개선하는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특별가로구역을 지정할 예정입니다. 미디어아트와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스카이로드 설치에 동의하는 건물주에게 용도 조정 등 규제를 완화하려고 합니다. 건물주와 상인 간 협약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해소해 상업시설 외에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연출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 강남구에는 노후 아파트가 많고, 이들 아파트 재건축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층고제한 등 재건축을 둘러싼 난제들은 어떻게 풀어나가고 계신지요.

“재건축은 강남구청장으로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강남 아파트들이 30~40년 이상 노후화된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떻게 보면 거의 모든 아파트들이 재건축 대상이 되고 있는 거죠. 실제로도 현재 약 51개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이 시행되거나 추진 중일 정도입니다. 은마아파트나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이 늦어지는 대표적인 곳입니다. 서울시 층고제한 문제도 있고, 또 강남이란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자칫 지역 집값뿐만 아니라 서울시, 나아가전국 집값 흐름과도 연계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도 무시할 순 없고요. 이런 것들이 강남주민의 바람대로 사업에 속도가 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우선 35층 층고제한 문제가 가장 큰데, 이에 대해 용역을 발주할 생각입니다. 예컨대 재건축을 할 때 꼭 35층에 얽매이기 보다는 단지 내에서 평균 35층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겠죠.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평균 범위 내에서 층수를 다양하게 하면 스카이라인과 한강 조망권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얼마든지 미래형 아파트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서울시의 ‘2030 도시계획 플랜’이 올해 수정됩니다. 5년마다 수정되는데 올해 바뀌면 ‘2040 플랜’이 만들어지죠. 이 과정에 우리 구청에서 실시하는 용역 결과와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새로운 재건축 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 집권여당 소속 구청장이라 구민들의 기대가 크겠습니다.

“아무래도 서울시와 국토부가 강남구와 협조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죠. 과거 강남구와 서울시는 대립 관계였는데, 지금 박원순 시장과 저의 관계, 서울시와 강남구 사이에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업무 추진도 잘 되고 있습니다. 물론 관계만 좋아졌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강남구 부동산 정책은 중앙정부 부동산 정책과 서울시 도시계획 플랜과 연계돼서 추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365일 즐거운 강남’을 강조하시며 지난해에는 판이 다른 강남페스티벌을 개최했다고 들었습니다. 문화와 활력이 넘치는 강남을 만들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요.

“1년 365일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있는 ‘365일 즐거운 도시, 강남’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문화와 공연을 강남 곳곳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주민 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이 즐길 수 있도록 감동과 재미가 넘치는 공연들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대표적 행사인 ‘365일 FUN&PAN 강남’은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다양한 공연이 펼쳐집니다. 주민들이 직접 공연에 출연하는 방식이며, 현장 출연자 중 경연을 통해 우승자를 선발하고 K-POP 뮤직페스티벌·강남페스티벌 등 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죠. ‘K-POP광장 야외시네마’는 4‧5‧6‧9월 삼성동 코엑스 K-POP광장에서 국내 최대 옥외 미디어, K-POP광장 미디어 등 4개의 멀티스크린을 통해 8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입니다. 관람객 편의를 위해 에어베드를 설치하고, 수제맥주축제·푸드페스티벌 등 부대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민과 관광객이 1년 365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강남 곳곳에서 더 다양하고 품격 있는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 ‘미래형 매력 도시, 강남’을 만들어갈 겁니다.”

- 여러 지자체가 벤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구청장님께서는 ‘벤처의 메카 강남’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계신지요.

“강남구는 테헤란로와 역삼로를 중심으로 민간 및 정부 주도의 창업지원기관 등이 밀집한 지역이죠.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테헤란로와 역삼로 주변으로 벤처밸리 구축을 통해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2010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청년창업지원센터를 설립했고, 현재 역삼동 ‘비즈니스관’과 논현동 ‘포바(POVA)관’ 2개소를 운영 중입니다. 올해는 역삼로에 660㎡(200평) 규모의 역삼스타트업센터(가칭)를 개관해 12개팀 56명의 입주공간을 마련하고, 3년간 2000㎡(605평) 규모로 확대해 35개의 창업기업과 160여명의 스타트업을 육성할 겁니다. 또 2년 연속 우수 스타트업 발굴에서 정착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인데요. 지난해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추진한 사업입니다. 마케팅·컨설팅 지원 같은 지자체의 단편적인 도움에서 벗어나 우수 벤처·창업기업의 투자유치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모든 과정을 집중 지원하려고 합니다. 주변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테헤란로와 역삼로 주변을 창업의 메카로 부활시켜 ‘스타트업하러 강남 간다’는 말이 나오게 할 생각입니다.”

- 많은 국민에게 강남은 로망이자 욕망입니다. 강남에 자본과 인프라가 집약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강남을 ‘서울시 특별구’라고 부릅니다. 구청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중앙정부가 인위적으로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하는 게 잘못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남은 단순히 우리나라 자치단체 중 한 곳이 아니라 국제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도쿄나 미국 맨해튼,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과 경쟁해야 할 도시이지 여느 자치단체에 비견될 곳은 아니라고 봅니다. 강남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건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법인이든 개인이든 투기가 아니라 대기수요가 많아요. 개인은 누구나 강남에 집 한 채 갖고 싶은 꿈이 있고요, 회사도 강남 소재일 때 기업 활동에 도움 되는 측면이 많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특색을 살린 부동산, 집값 정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남은 기초자치단체지만 2017년 말 현재 국세분담률은 전국 전체의 6.2%로 16조241억원이나 됩니다. 전국적으로 서울·경기·부산 다음으로 국세분담률이 높습니다. 강남의 경제적 중요성이나 국가 경제활동에 치는 영향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죠.”

- 버닝썬 사건 등으로 강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할 대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관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관내에 식품접객업소가 1만6000여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보니 더 세밀히 살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들고요. 현재 지속적으로 불법업소를 점검 중이며 이번 일을 계기로 관리를 강화하려고 합니다.”

-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세계적인 히트곡이 됐습니다. 그 노래에는 재미있는 춤과 풍자가 들어있습니다. 구청장님께서 생각하는 진정한 ‘강남 스타일’은 무엇입니까.

“강남을 강남답게 만드는 게 강남스타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강남은 우리나라 대표도시이고 1등 도시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파리 16구역에 산다는 것만으로 사회로부터 존경받습니다. 저는 강남에 사는 것 자체만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우리 국민들도 여기 사는 분들을 인정하고 또 존경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지난해 7월 취임 후 강남구를 이끌어갈 슬로건으로 ‘기분 좋은 변화, 품격 있는 강남’을 내걸었습니다. 가령 일류 기업들의 사무공간이나 그들이 운영하는 매장에 가보면 다른 기업들과는 뭔가 다르죠. 서비스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남도 이와 같이 ‘역시 강남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심고 싶습니다. 다른 도시와는 다른 특별함이 진정한 ‘강남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문화시민으로서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 시민들도 노력을 해야 할 텐데요.

“물론입니다. 강남구 주민들이 내는 재산세 가운데 연간 1900억원을 서울시 내 24개 자치구에 나눠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왜 우리가 낸 세금을 다른 자치구에 주느냐’는 불만이 있죠. 다만 강남은 대표도시이고 1등 도시답게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다 쓰지 않고 이웃 자치구들과 함께 하는, 더불어 함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비록 1900억원이 나가지만, 우리 국민이 강남에 대해 갖게 될 긍정적 이미지로 얻는 부가가치는 1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봅니다. 맏형다운 역할을 하고, 그를 통해 강남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우리 스스로의 자긍심도 높일 수 있습니다.”

- 구청장님은 오랜 언론인 생활과 국정홍보처장,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구정을 펼치는데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지요.

“23년 간 기자 생활을 하고 중앙정부 국정홍보처장으로 행정을 해본 경험, 연 매출 2조원에 달하는 한국방송공사를 운영해본 경험은 구정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희는 이웃 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서울시, 심지어 중앙정부 장관을 찾아가 협의하고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청와대나 국회를 찾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과거 행정가로서, 또 공기업 CEO로서, 언론인으로서 맺었던 네트워크가 구정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재건축,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서울시와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과는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요.

“박원순 시장은 자주 뵙고 소통하는 편입니다. 과거 서울시와 강남구가 단절되다보니 인적 교류는 물론 업무 협조조차 안 되는 등 소외돼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취임 후 부구청장과 국장 두 분을 서울시에서 모셔왔습니다. 저 또한 서울시청을 자주 찾아 스킨십을 하고 그들을 강남구청으로 초청해 교류하기도 하고요. 과거엔 서울시에 ‘강남은 부자동네니까 도와줄 필요 없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강남 공무원들도 서울시에 가서 굳이 교부금을 얻어올 생각을 하지도 않았죠. 박원순 시장과 활발히 소통하고 친밀하게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원을 받고 있고, 그러다보니 재건축 사업이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다음 달이면 임기 2년차에 접어드는데 앞으로 어떤 각오로 구정을 펼칠 생각인지요.

“취임 후 첫 6개월은 강남의 문제점이나 상황을 파악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올해 1년이 지나면 우리 구민들이 ‘강남이 뭔가 변하고 있고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미지 개선이나 역할에 있어서도 그야말로 우리나라 1등 도시, 대표 도시답게 품격 강남으로서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저는 ‘품격 강남’을 ‘강남다운 강남’이라고 말합니다. 거리에 널부러진 담배꽁초나 맨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 같은 건 강남답지 않은 거죠. 미세먼지와 하수구 악취를 없애고 가로수 정비 등 환경을 개선해 ‘강남답다’는 말이 나오는 게 품격 강남이라 생각하고 그걸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행사가 봉하마을에서 열렸습니다. 노 전 대통령과는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10주기를 맞아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10주기 전날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 주요 인사들부터 기초단체장에 이르기까지 동료들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세상은 ‘사람다운 세상’입니다. 원칙이 통하고 자유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그야말로 모든 밑바탕에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일 것입니다. 저도 강남을 ‘사람 사는 강남’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따뜻한 정이 흐르고 타인의 어려움에 도움을 주며 남에게 베푸는 세상. 이 같은 사람다운 세상을 강남에서도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합니다.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노 대통령께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정순균 구청장과 17년 전의 ‘추억’

[인사이트코리아=윤길주 발행인] 2002년 12월 말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졌다. 당시 인수위 대변인을 지금의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맡았다. 필자는 현장에서 뛰는 기자로 인수위 취재에 열을 올렸다. 그곳은 새로운 권력의 심장이었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온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었다.

대변인에 임명된 지 며칠 되지 않은 어느 날 인수위 사무실에서 정 대변인을 만났다. 평소 언론계 선후배로 잘 알고 지내던 터라 스스럼이 없었다. 정 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 있는 짐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마침 필자가 차를 가지고 갔던 터라 함께 여의도로 가서 짐을 싣고 오자고 했다. 정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맡고 있어서 여의도 당사에 사무실이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해 짐을 챙기던 중 그는 서랍에서 나온 서예작품 하나를 건네며 “짐을 실어다 준데 대한 선물이야”라고 말했다. 그 작품은 열암(洌菴) 송정희 선생이 쓴 것이었다. 송정희 선생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 축하휘호를 쓴 작가로 자신만의 경지를 이룬 독특한 서체로 유명했다.

작품에는 ‘似蘭斯馨(사란사형)’이라고 쓰여 있었다. 뜻풀이에는 ‘난초같이 꽃다우니 군자의 지조를 비유한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필자는 필체와 필력이 마음에 들어 곧바로 표구해 집 거실에 걸어두었다. 얼마 전에 회사 사무실로 가져와 틈이 날 때마다 보곤 한다.

정순균 강남구청장 인터뷰를 하려니 새삼 그때 생각이 났다. 벌써 17년이 지났지만 그때 일이 생생히 기억난다. 정 구청장이 似蘭斯馨, 난초 같이 군자의 지조를 지키며 구정을 펼치길 기대한다. 그것이 곧 그가 추구하는 ‘품격 강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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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2020-03-29 22:01:41
이 사람은 1년후, 창궐하는 역병에 대응하는 국가의 지시에 불응한 사회적 민폐를 끼친 모녀를 두둔하는 개소리를 시전하여 전국민에게 욕을 쳐먹게 됩니다.

김철호 2019-06-04 14:46:48
구청장님 말씀에 품격이 묻어나네요
성공한 행정가로써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