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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8 19:19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그런데 그 기사는 얼마짜리예요?”
“그런데 그 기사는 얼마짜리예요?”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9.03.3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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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실의 숨은 노력 인정해 주는 풍토 아쉬워

흔히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한 요즘은 첨단 산업 분야는 물론 실생활에서도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미디어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종이 신문 시대에서 인터넷언론으로 그리고 1인 미디어 시대의 SNS, 유튜브까지 오늘날 언론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을 상대하는 홍보는 어떠한가. 특히 기업의 홍보최고책임자인 홍보실장, 즉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다음에 소개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알아보자.

최근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고교 10년 후배를 만나 명함을 받아 보니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홍보실장이었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었다. 언제부터 홍보업무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 입사 후 줄곧 다른 파트에 있다가 홍보실장에 임명된 지 채 6개월도 안 된다는 대답이었다.

자고로 홍보맨이란 전문 직종에 속하며 최고 책임자인 홍보실장이 되려면 끈기를 가지고 십 수년 동안 같은 일을 해 와야 한다고 했던 필자의 평소 주장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 연유를 물어보니 더욱 힘이 빠지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배님, 요즘 홍보실장은 광고나 협찬 예산만 풍족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요즘 홍보맨들에게는 선배님 시절처럼 언론에 기업의 좋은 기사가 크게 보도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낼 필요도 없고, 언론사 기자들과 오랜 기간 동안 교류를 통한 인맥 관리도 자기가 보기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기막힌 얘기였다.

CCO의 어제와 오늘 2000년 초, 필자가 16년의 대우그룹 홍보실 생활을 마치고 당시 유행했던 서치펌(Search Firm)을 통해 모 중견그룹 홍보임원으로 스카우트 돼 갔을 때의 일이다. 그 기업은 수 년간 홍보조직이 없었기에 언론을 상대로 한 홍보 관련 활동이 거의 전무했다.

새롭게 선발한 직원과 함께 열심히 홍보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재무 파트의 한 임원이 출근하자마자 홍보실로 오더니 못내 불만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필자에게 얘기를 건넨다. 한손엔 아침에 배달된 모 경제신문을 들고서.

“홍보실장님! 우리 회사도 이렇게 홍보할 수는 없나요?” 순간 필자는 거의 한 면 전체를 차지한 어느 기업의 기사를 보고 매우 당황했다. ‘아니 아직 회사의 전반적인 세부 활동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더군다나 언론사 기자를 만날 때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홍보자료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런 대문짝만한 기사를 요구하다니, 해도 너무 한다.’

내심 섭섭하게 생각하며 다시 신문을 자세히 살펴봤다. 어느 벤처 중소기업의 회사 소개 기사가 사진과 그래프, 대표 인터뷰와 함께 실려 있었다. 하단에 같은 회사의 광고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그런데 신문 맨 윗부분에는 작지만 분명한 활자로 ‘코스닥상장 유망기업 기획 특집기사’라고 씌어 있었다. 다름 아닌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기사식 광고)인 것이다.

"이건 홍보가 아니고 광고입니다"

필자는 즉각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이런 기사라면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더 멋있게 아예 하단 광고도 빼고 한 면 전체를 우리 회사 기사로 채울 수 있습니다. 이건 홍보가 아니고 광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 벤처기업보다 더욱 알차게 신문 한 면을 기사로만 채운 회사의 기업 PR이 같은 신문에 게재됐다. 그리고 당연히 재무부서에는 상당 액수의 광고비 청구서가 발송되었다.

그로부터 어느 정도 세월이 흘렀다. 이제 홍보실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시스템과 자료 등을 웬만큼 갖추게 되었다. 어느 봄날 월요일 오전이었다. 직원으로부터 모 경제 주간지의 고참기자가 회사를 방문했다는 연락을 받고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곧바로 기자실로 향했다. 그는 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우리 회사 브랜드의 상점 윈도우에 여름 상품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보고 ‘아니 벌써, 여름상품’이라는 가벼운 트렌드 기사를 취재하러 들렀다고 했다.

기자는 방문한 김에 회사에 대한 여러 질문을 했고, 필자는 어느덧 열성 홍보담당자가 돼 평소 준비한 각종 홍보자료를 제시하며 한 2~3 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돼 식사를 하며 계속 얘기를 이어갔으니 4~5시간 집중적으로 회사 홍보를 했나 보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들은 기자는 매우 흥미로웠다며 여름 상품기사는 다른 기업의 상품과 묶어 종합기사 형식으로 별도 취재하기로 하고, 오늘 들은 내용을 3~4쪽 분량의 단독 기업소개로 하는 것이 좋겠다며 추후 기사화 여부를 알려 주겠다며 돌아갔다.

퇴근 무렵 전화가 왔다. “방금 다음 호 편집회의를 마쳤다. 당신 회사 기사를 커버스토리 특집으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시일이 촉박해 내일부터 3명의 기자를 집중 투입해 취재하려고 하니 협조 바란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진행된 취재는 닷새간 계속됐고 각종 인터뷰 주선, 사진 촬영협조, 자료 보완 등 홍보실도 정신 없는 한 주를 보냈다. 드디어 기대에 부푼 월요일 아침이 됐다. 예상대로 회사 이름이 큼직하게 표기된 커버스토리의 주간지가 나왔다.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가 무려 12쪽이나 보도된 것이다. 이 커버스토리 기사는 이후 재인쇄돼 홍보실의 홍보자료로 활용됐을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을 상대하는 재무부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 인사부서, 대리점 모집을 해야 하는 영업부서 등 회사 내 거의 모든 부서에서 훌륭한 회사소개 자료로 활용됐다.

필자를 포함한 홍보실 직원 모두 한동안 ‘모처럼 한 건 했다’는 기분으로 으쓱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느 임원이 지난번 커버스토리 기사 잘 읽었다며 수고 많았다고 했다. 필자도 ‘이제야 회사에서도 홍보실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구나.’ 내심 흐뭇해 하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돌아섰다. 그 순간, 그 임원이 궁금하다며 툭 던지는 질문 한마디에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그 기사는 얼마짜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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