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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르포]신정동 충전소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들 “카풀 하면 죽을 사람 한 둘 아냐”
[르포]신정동 충전소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들 “카풀 하면 죽을 사람 한 둘 아냐”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01.1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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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이 있어 뭐가 있어. 그나마 권리금까지 똥값 되게 생겼으니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카카오 카풀을 반대한 택시기사가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카카오 카풀’ 도입에 반대하며 분신을 시도한 택시기사 임 아무개 씨가 전신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사망했다. 지난해 12월 10일 택시기사 최 아무개 씨가 분신 사망한 지 한 달 만이다. 유서에는 ‘택시기사가 너무 힘들다’ ‘불법 카카오 카풀 도입을 반대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목숨을 내 놓으면서까지 카풀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10일 개인택시기사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E1 복지 신정충전소’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신정충전소는 개인택시조합원들의 95%가 모이는 국내 최대 충전소다. 이 곳에서 개인택시 기사들은 가스 충전을 비롯해 세차, 수리 등 영업 재정비를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지난 10일 오후 2시경 충전소 내 휴게소에는 20여 명의 개인택시 기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날 새벽 두 번째 분신 사망 소식을 접한 택시기사들은 ‘카풀’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격양된 분위기였다.

“정부에서 죽음으로 내 몬 거야. 우리가 퇴직금이 있어 뭐가 있어. 그나마 있던 권리금까지 똥값 되게 생겼으니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카풀 허용하면 자기 사업체가 망하게 생겼는데. 더욱이 빚을 내서 샀으면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지. 서울에서 카풀 시행 하면 개인택시 죽을 사람 한둘이 아니에요.”

40여년 간 개인택시를 운전해 온 A씨는 "오죽 했으면 분신을 했겠냐"며 “우리들을 대신해 목숨을 내놓았다고 생각하니 빚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40여년 일 해왔지만 월 수입이 200만원이 채 안 된다”며 자신이 매일 기록한다는 수입일지를 내밀었다.

그 일지에는 날짜별로 하루에 번 돈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그 수입이 14시간을 종일 운전하고 번 수입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개인택시 기사들은 이틀 일하고 하루를 무조건 쉬게 돼 있다. 법적으로 쉬는 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달에 20일만 일을 할 수 있다. 만약 하루에 10만원을 벌 경우 한 달에 200만원 이상은 벌 수가 없다.

그 이상을 벌려면 48시간 내에서 운행 시간을 늘려야 한다. 다만 A씨의 경우 하루에 14시간 이상 택시 운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는 “회사들도 주당 52시간 근무 하라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도 52시간 이상을 뛰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적은 수입 일지를 보면, 12월 3·4일 이틀 동안 번 수입은 25만5000원이다. 여기서 개인택시 기사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각자 부담해야 하는 유지비를 빼야 한다. 25만5000원에서 연료비(약 5만원), 식비(약 1만원), 조합비(약 1만원), 차 할부값, 보험료 등을 제하면 일당 7만원~9만원 꼴이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한 달에 20일을 일할 경우 한 달 수입이 140만원에서 많아야 180만원으로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셈이다. 그는 “하루 13시간 이상을 종일 일하고도 한달에 150만원도 못 버는 사람이 수두룩 하다”며 “개인택시 중에서 모범이나 대형 모범택시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형 택시가 그렇다”고 덧붙였다.

한 달 수입 150만원도 안 되는 개인택시 수두룩

A씨는 오히려 예전에 택시 하기가 더 좋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기본요금 600원이었던 당시에는 300원이었던 짜장면을 두 그릇 먹을 수 있던 시절이었지만 현재 기본요금 3000원으로는 짜장면 한그릇도 사먹지 못하게 됐을 만큼 요금체계가 낮은 상황”이라며 “이런 구조에서 한달 160만원으로 자식들 대학 보내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 달 생계비도 벌기 어려운 열악한 상황에서 카카오 카풀로 인해 이 생활 마저 힘들게 만드는 것은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못 먹고 살겠으니까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목숨을 내 던질 정도로 열악하니까, 이렇게 살 바에야 죽자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카풀을 허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도 택시를 줄여야 하는 포화된 시장에서 대기업인 카카오가 시장에 들어올 경우 더 먹기 살기 어려워질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B씨는 “개인택시 환경이 좋으면 젊은 사람들이 서로 하려고 달려들지 않겠냐”며 “사양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카풀로 더 먹고 살기 어렵게 만드는 것 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감차를 한다고 발표한 마당에 카풀로 운송업자를 늘리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C씨 역시 개인택시를 운영한지 40년이 넘었다. 그는 “입사 40년 되도 월 150만원 밖에 못 번다”며 "개인택시를 시작한 9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는데 수입이 계속 줄어든다"고 밝혔다. 그는 “택시기사들이 카풀을 반대하는 것만 욕하지, 우리가 어떻게 먹고 사는 지에 대해서는 어떤 조명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카카오가 사업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은 대기업 다운 사업을 해야하는데, 나이가 60,70대인 개인택시 기사들의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이익을 챙기려 한다”며 “개인택시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나의 불찰이 다 내게로 돌아온다. 그만큼 직업의식을 가지고 40년을 일해왔다”며 “잠깐 몇 년 알바식으로 하려는 카풀 운전자들과는 비교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생활이 이렇다 보니 그들이 믿는 것은 ‘개인택시 운송 사업 면허’에 대한 권리금이다.

법인택시로 3년간 무사고를 달성하면 정부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할 수 있는 면허를 준다. 그러나 면허 자격을 충족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지자체별로 발급 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택시기사들 사이에는 번호를 사고 파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요즘에는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번호를 구입해서 개인택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매물이 나오면 부동산 권리금 형태로 거액의 돈을 주고 번호를 산 다음 향후 택시를 그만두게 될 때는 권리금을 받고 또 다른 사람에게 판다. 회사에서 퇴직할 때 퇴직금을 받듯 그들에게는 '번호'가 퇴직금인 셈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어렵게 운수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는데, 카풀이 시행되면 면허가 없더라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택시 영업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택시 권리금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굳이 권리금을 내고 택시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고 9300만원까지 올랐던 권리금은 최근 카카오 카풀 시행과 함께 7000만원 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일 모레가 환갑이라고 밝힌 D씨는 “1996년에 부모님 도움을 받아 어렵게 권리금을 마련했다”며 “이게 남은 재산권이자 노후자금인데 카풀 때문에 우리의 재산권이 날아가야 하느냐”고 하소연 했다.

그는 “매달 수입은 떨어지고 연금 하나도 없어 노후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팔아 5000만원 받는다 치면 그게 내 노후자금인데, 이것 마저 말살 하려는 것”이라며 “종잣돈이라도 해서 말년에 먹고 살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각종 규제 묶여 불리...“발 묶고 카카오와 달리기 하라는 것”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카풀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부제’를 풀어주기를 원한다고 했다.

부제란 개인택시에 그룹을 지어 며칠에 한 번씩 해당 그룹의 택시 운행을 쉬도록 하는 제도다. 개인택시는 가, 나, 다, 라, 9 등 총 5개 그룹으로 나뉘어 요일 별로 번갈아 쉬고 영업시간도 정해져 있다. 영업시간이나 휴일을 위반하고 영업하면 부제 위반에 해당 해 40만원 상당의 벌금을 내야한다. 

E씨는 “서울은 부제가 있는데, 안산이나 지방은 부제가 없다. 그러니 서울보다 권리금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개인이 산 재산인데, 정부에 의해 가치가 떨어지는데 반발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출퇴근 시간 때만 카풀을 하겠다고 하는데, 서울에 있는 개인택시의 부제를 풀면 그 시간대 택시가 많이 나온다. 차라리 부제를 풀어 합승을 하게 한다면 카풀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개인택시는 각종 규제에 묵여있는 반면, 카풀은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카풀이랑 경쟁하면 매우 불리하다는 주장들이 이어졌다.

F씨는 “4차 산업혁명 취지는 좋고, 흐름이라는 것은 인정한다”며 “무인 택시를 하던 뭐를 하던 일반 자가용이 아니라 정부에서 면허를 준 개인택시가 하도록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한순간에 내 재산권이 날라간다는 것은 생존경쟁에서 엄청난 쇼크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대로 카풀이 허용된다면 제 3, 4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장함을 드러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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