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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8:3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한국화가 송수련, 만물의 자취 마음의 귀환
한국화가 송수련, 만물의 자취 마음의 귀환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8.09.10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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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이 몸은 내가 아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은 내가 아니다.…생각하는 마음도 아니다.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도 내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아니라면, 나는 누구인가? 이 모든 것을 ‘내가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행위자, 그를 지켜보는 목격자만이 남는다. 그가 바로 나다.”<있는 그대로, 스리 라마나 마하리시(Sri Ramana Maharishi)著, 데이비드 갓맨 편집, 구승준 옮김, 한문화 刊>

잎들이 너울거린다. 찰나의 사이는 허공. 함박송이처럼 정염의 햇살이, 빗방울, 때 아닌 눈발이 천변만화의 화음으로 우르르 가슴팍에 쏟아져 내린다. 두꺼운 한지에 오랜 시간 스멀스멀 올라와 깊게 스미어 번지는 달빛 껴안은, 묵광(墨光).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가 부른 생상스 오페라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애수와 애원이 뒤섞인 음성에 나뭇잎들이 열어놓은 공간. 오오 은빛으로 곱게 화장(化粧)한 반짝이는 강물이 말없이 흘러가누나!

◇절제감과 긴장 한지의 확장

농부가 수확의 기쁨을 얻듯 치열한 의식과 고된 노동으로 일궈낸 무수한 점들. 저 창공, 편린의 점(點)들이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길을 떠나려한다. 빼곡한 별무리 행렬을 따라나서는 삶의 생채기들. 긁히고 아물고 다시 새잎 나고 꽃이 피고 그러고도 밤바람에 흔들린다. 점, 선, 면이 요소라면 우주 어느 곳 무엇의 방점으로 나는 서 있는 걸까.

화면의 뒷면, 여러 겹 먹을 덧칠한 배채법(背彩法)은 한지의 호흡과 어우러져 그윽한 맛을 우려낸다. 남모르게 안으로 다져놓은 해묵은 감정의 봇짐들이 바람 속으로 사라져 간다. 버리는 것이 단단해지는 것임을. 단 한 번의 허탈한 웃음 속에 흩어지는 부질없는 티끌이여. 화무십일홍 그 인간의 길에 흩날리는 화류(花柳)의 열락이어라.

화면을 가만 들여다보면 가로선으로 글씨 같은 것이 드러난다. 기호이기는 한데 누구에게 속삭이며 대화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위 먹의 농담(濃淡)이 조화를 이룬다. 그럼으로써 전체적으로 경직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송수련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잘 보이게 하려는 것이 아닌 광활한 대지에 햇볕이 쏟아진다거나 흔적 같은 잔재물이 그냥 너부러진 것 같은 그런 것을 상상했다라고 할까….”

한편 서예가 무불 선주석(無不 宣柱石)선생이 살아생전 건네준 파지(破紙)가 있다. 한지를 결대로 손으로 찢어 파지 위에 붙인다. 글씨의 한 모퉁이, 문장의 화룡점정이었거나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진정 요긴했던 획(劃)의 조그마한 부분이 하나의 정신으로 다시 살아난다.

소멸과 생성 오묘한 순환의 신비로움처럼, 쉬이 눈에 띄지 않던 그 미미했던 것들이 생생한 움직임으로, 찰나에 각인된 강렬한 교감처럼 서로를 보듬는 진정으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고도의 절제감과 긴장을 통한 무상(無常)·무위(無爲)의 작업세계로 한지의 확장개념과 다름이 없다.

송수련(宋秀璉,SONG SOO RYUN)화백은 이렇게 말했다. “익숙해져 있는 무의식에서 가라앉아 있는 형태를 단순화한 선이나 곡선으로 무심히 그려낸 것이다. 설경, 매화가 핀 것 같다고도 한다. 나는 그런 걸로 만족해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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