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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8:5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터뷰]로보 어드바이저 '불리오' 만든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인터뷰]로보 어드바이저 '불리오' 만든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7.12.29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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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억 팽개치고 로보 어드바이저 '불리오' 만든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100명 중 95명이 손해 보는 게 증권 투자라 한다.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펀드매니저에게 맡긴 돈이 원숭이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결과가 한 실험을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누구에게 돈을 맡겨야 하는 걸까? 여기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 ‘불리오(Boolio)’가 있다. 이 로봇은 2017년 한해 13%가 넘는 수익을 실현해냈다. 지난해 8월 한 달을 제외한 나머지 달은 늘 플러스 수익이었으니, 원숭이나 웬만한 펀드매니저보다 월등히 나은 셈이다.

  불리오를 운영하는 회사 ‘두물머리’는 금융과 IT의 ‘접목’이라는 의미를 회사명에 담아냈다. 이곳에선 매달 1500명의 고객에게 정성스럽게 작성한 30여 페이지의 리포트를 발송한다. 쉬우면서도 세세한 투자기법과 함께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리포트에 함께 담겨있다. 로보 어드바이저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어찌 보면 사람이 돈을 관리하는 증권사보다 더 인간적이다. 모든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새로운 금융업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를 만나봤다.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어렸을 적부터 이상주의자 면모가 있었다.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같은 뛰어난 금융인이 돼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6년 반 정도 증권업계에서 프랍 트레이더(Proprietary Trader·회사 자기자본으로 채권과 주식,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트레이더) 일하며 현실주의자가 됐다. 100명의 트레이더 중 95명은 잘려나가는 증권업계에서 33살에 3~4억원대 연봉을 받으며 일 해왔다. 경제적으론 풍요로웠지만 미래는 불확실했다. 트레이더든 경영자든 10년 뒤 내가 어떻게 성장할지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이상적으로 여기던 ‘올바른 길’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즈음 실리콘벨리 IT기업들의 문화를 알게 됐고, 그들의 가치 지향적이고 이상적인 기업들의 모습에 매료됐다. 이상을 꿈꾸면서도 그것을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며 ‘트레이딩 보다 더욱 위대한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35살 회사를 나왔고, 내가 잘하는 금융 분야에서 가장 도전적인 일을 시작하게 됐다.”

‘불리오’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금융과 IT를 융합하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는 게 두물머리의 창업 이념이다. 2015년 7월 ETF(지수연동형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서비스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면 고객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이었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다. 투기성 짙은 ETF를 선택한 것도 문제였지만,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감동 받는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6년에는 ELS(주가연계증권) 로보 어드바이저를 만들어 1년간 무료로 운영하며 금융위원회 ‘로보 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도 참여했다. 이후 동적자산배분 모델을 처음 접하며 이를 통해 매달 리포트 형태로 고객에게 나눠주는 모델을 깊게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불리오였다.”

왜 동적자산배분 모델을 투자 전략으로 채택했나

“일반인에게 이만큼 훌륭한 게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 트레이딩 일을 하면서 관념적으론 ‘이렇게 하면 될 텐데’라 생각한 게 맵 페버(Mebane T. Faber·미국 캠브리아 투자 매니지먼트사 CEO)가 10년 전 쓴 전설적 논문 ‘전술적 자산 배분의 계량적 접근(A quantitative approach to asset allocation)’으로 정리됐다. 더 복잡하고 수익성 높은 전략을 차용할 수 있지만, 이처럼 보편적이고 간명하게 일반인들에게 투자 전략을 제대로 설명할만한 모델이 또 없었다.

운용이든 경영이든 100% 대응(對應)의 영역이다. 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1~2년간 들고 간다는 것은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위험한 발상이라 생각한다. 이를 투박하게나마 잘 정리해놓은 전략이 동적자산배분 빼곤 없었다.”

· 동적자산배분전략 : 상승하는 자산 또는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고 주기적으로 투자금을 재배치하는 투자 방식. 다이나믹한 자산배분을 통해 투자금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거두는 것이 목적이다.

불리오는 고객 돈을 직접 운용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에게 어떤 펀드를 왜 투자해야 하는지를 짧지 않은 글을 통해 설득해나간다. 일견 귀찮아보이는 과정을 통해 투자자들은 자신이 어떤 상품에 투자하고, 그것에 왜 투자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된다. 고객의 투자를 '어드바이징'하고, 그를 통해 투자자들이 능동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찾아가는 방식. 천 대표가 추구하는 로보 어드바이저의 본래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다.


고객 돈을 운용하지 않고 추천까지만 하는 이유는?

“여타 투자 서비스는 고객 스스로 본인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했는지를 잊게 만든다. 반면 불리오는 한 달에 한 번 리포트를 통해 고객에게 현재 금융 상황을 설명하고, 그를 근거로 특정 펀드를 직접 펀드를 사고 팔라고 제언한다. 고객으로선 그 절차가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똑같은 행위를 몇 차례 반복하는 학습효과를 통해 단시간에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사소한 불편함 속에서 고객과의 깊은 교감이 형성된다. 고객 돈을 자동으로 운용해주는 게 능사가 아니다.

물론 우리 또한 돈을 받고 고객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자동적으로 자금운용이 되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불리오는 고객의 번거로움을 통해 고객 스스로 본인이 투자하는 상품이 무엇이고 왜 그것에 투자하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용자들에게 금융적 측면에서 도움 주는 게 우리 본업이다. 그것이 로보 어드바이저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로보 어드바이저에 대해 흔히들 ‘어드바이스(자문)’ 없이 트레이딩만 하는 기계를 상상한다. 그건 로봇 트레이더 또는 시스템 트레이더다.”

흔히 생각하는 로보 어드바이저와는 다른 것 같다

“로보 어드바이저라 부르는 시스템은 크게 ‘어드바이저(Advisor)’와 ‘트레이더(Trader)’, ‘펀드매니저(Fund Manager)’ 3개로 나뉜다. 우리가 방점을 두는 것은 어드바이저, 즉 자문이다. 자문은 학습과 교감, 설득, 신뢰, 합의가 함께 이뤄지는 영역이다.

트레이더 봇이나 펀드매니저 봇은 그런 것을 할 이유가 없다. 로봇이 알아서 다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인들 중 상당수는 돈과 관련된 대해 이야기 나누고 해결책을 찾고 싶어 한다. 30대 일반인 중 80%가 금융 자문을 받고 싶어 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금융자문의 역할이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로봇을 통한 투자 자동화와 펀드 상품 대체는 부차적 문제다.

증권인으로서 현재 금융업계가 위험하다고 느낀다. 고객을 잊고 돈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융 산업이 해야 할 일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고객 마음이 다 떠나는 데 고객이 남겨둔 돈 때문에 남아있는 사업은 망하게 돼있다. 고객이 잘 돼야 우리 산업이 건강하게 잘 유지될 수 있다.”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매우 좋아해주신다. 기존 고객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회원 수가 빠르게 늘었다. 몇몇 고객들이 ‘자기 인생을 바꿔줘서 고맙다’고 할 때는 뭐라 답변 드려야 할지 잊을 정도다.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1달 내 고객이 원할 경우 ‘묻지마 환불’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현재까지 그 비율이 4%가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고객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불리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내는 수수료와는 별개로 두물머리에 자율적으로 후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형 성과보수 체제’를 도입했다. 미친 척하고 해봤는데, 의외로 공지한지 채 한 시간도 안 돼 성과보수가 입금됐다.(웃음)”

2017년 수익률이 13%다. 누구는 적다 느낄 수 있을텐데

“투자는 ‘108번뇌’의 영역인 것 같다. 13%의 수익률은 사람에 따라 크게 느껴질 수도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2017년 주식시장이 25% 올랐지만, 그건 모든 리스크를 감내할 경우 거둘 수 있는 수익이다. 리스크가 없는 금리 2% 예금 특판 상품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다.

우리 고객 가운데는 주식에서 수익률이 40% 가까이 나와도 퇴직연금은 수수료보다도 수익이 안 나와 고민인 사람이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만 150조원이 쌓여있는데 99%가 이처럼 연 수익 1%도 안 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시장에는 제대로 된 대안이 없다. 재무설계사를 찾아가도 사고 팔 때만 관심을 가져다줄 뿐 운용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문제로 고민을 겪는 사람들에게 최선의 대안을 주는 것이 우리 목표다.

물론 비트코인이나 선물옵션을 사거나 하는 등 더 많은 돈을 벌 방법도 있다. 투기적 수요는 세상에 너무나 많다. 하지만 정작 정교하게 5~8%를 꾸준히 벌 수 있는 투자수단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전 세계 금융이 이와 같다는 게 내가 가진 문제의식이다.”

(12월 29일 현재 불리오 '매운 맛(공격형)' 수익률 13.94% 기록)

돈을 만지는 일임에도 철학적이란 생각이 든다

“돈은 그 자체로 사람을 위한 것이고 인생에 대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불행을 줄 수 있는, 유물론적 관점에서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떼돈’을 안겨준다는 투자 방식은 실제로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은 사람이나 감히 입 밖에 낼 수 있는 이야기다.”

월 1만원에 정액제인데, 수수료가 낮다는 생각은?

“내가 여의도를 나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가치(價値) 지향주의’다. 잘 짜여진 비즈니스 모델로 세상에 좋은 일을 하면 추후에 돌려받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가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는 그와 반대 개념이다. 눈곱만한 마진조차 전부 포착해서 삼키는 프로 중의 프로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는 가치 지향성을 잃어버린 방식이다. 그래서 실리콘벨리가 가치를 먼저 만든 뒤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은 내게 큰 반전이었다. 지금 하는 사업 또한 철저히 가치 지향적 비전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스타트업의 90%는 3년 안에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본질과 가치관만으로는 긴 시간을 버텨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성공한 트레이더라는 허울을 던지고 두물머리를 창업한 지 3년째를 넘긴 천 대표에게 소외를 물었다. 그는 “여전히 힘들다”며 손사레를 쳤지만, 차분한 목소리에서는 성공에 대한 일종의 확신을 읽을 수 있었다.


누구와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됐나?

“최초 창업자들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근무 중이다. 신규 직원 채용은 구글의 방식을 차용했다. 구글에선 신규 직원을 뽑으면 인사팀이 3개월간 쫓아다니며 ‘너의 인생에서 만난 가장 뛰어난 사람 3명의 이름을 대라’고 한다. 그 리스트에 올라간 사람들이 구글의 다음 채용 목표가 된다. 처음 이 스토리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나 또한 내 인생에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찾아 이 같은 논조를 펼치며 ‘십고초려’해왔다.

그러다보니 ‘진짜 일 잘하는 사람들, 더 뛰어난 사람들과 하루하루 일하며 보고 배우기만 해도 좋겠다’는 열망을 가진 직원들이 모였다.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은 모두들 이와 비슷한 열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직원들이 하나 같이 ‘이런 팀은 또 없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 좋은 팀웍을 갖추는 게 곧 바람직한 조직문화이자 회사 복지라는 생각이다.”

스타트업으로서 어려움은 없나?

“재정적으론 늘 어렵다.(웃음) 또한 시대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제도도 걸림돌이다. 현재 제도는 1990년대 느낌이다. 예를 들어, 현재 두물머리는 법적으로 카카오톡을 통해 1:1 재무상담을 할 수 없다. 반대로 투자자문사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내용의 투자자문을 던질 수 없다. 만나서 커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게 투자 자문이라는 고루한 관념이 자리잡혀있다. 정작 우리 고객 중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제도 때문에 도움을 받지 못한다. 잘못된 반석 위에 비현실적 규제가 있는 셈이다.”

올해 목표는 잘 이뤘는지, 내년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2017년 1700명의 유료고객을 모았다. 숫자로는 조금 부족한 결실이었다. 다만 2016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금융업계 사람들이 ‘너네는 고객 50명도 채 못 모을 것’이라 말했던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내년에는 10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또 한 가지 목표는 우리 서비스가 퇴직연금 영역에 보편화되는 것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 직원들의 노후준비 뿐만 아니라 행복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봉 몇 퍼센트 올려주는 것보다도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CEO분들이 당장 관심이 생겨 컨설팅을 부탁하신다면 한달음에 뛰어가도록 하겠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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