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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두 ‘58년 개띠’가 한국에 반도체 왕국 건설하다
두 ‘58년 개띠’가 한국에 반도체 왕국 건설하다
  • 강민경
  • 승인 2017.12.29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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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라이벌 김기남 삼성전자DS 사장 vs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2018년 ‘황금 개띠 해’, 무술년(戊戌年)을 맞았다. 개띠 중에서도 1958년생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상징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출산장려정책 시기에 사상 처음으로 한 해 출생자가 9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절정기에 태어난 이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겪으며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어왔다.

격동의 현대사 가운데 우리 사회의 중심축을 이뤄온 그들의 배경 때문일까. 기업성과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에는 유독 1958년생이 많다. 특히 요즘 가장 주목받는 CEO는 대부분 반도체 부문에 집중된다.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유례없는 호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고공행진은 지난해 내내 상승세를 이어갔고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반도체 부문의 쌍두마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과 SK하이닉스는 58년생 동갑내기 수장이 이끌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DS 사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나이가 같고 경력과 전문분야도 흡사해 오래전부터 대표적인 라이벌로 부각돼 왔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메모리 강국의 저력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인텔을 제치고 매출액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에 올랐고,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 10조 원을 돌파했다. 201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는 100대 기업 전체의 43%에 이른다. 김 사장과 박 부회장이 반도체를 넘어 우리 경제의 주요 인물로 손꼽히는 이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장기 부재에도 삼성전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세계 1위로 끌어올린 1등 공신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 부문장(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덕분이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전자업계의 임원 인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인사 시즌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다. 2017년 10월 31일 삼성전자는 이사회 직후 부문장 인사를 단행하며 권오현 전 DS 부문장 후임으로 김 사장을 임명했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현재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2인자라고도 평가한다.

김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 입사해서는 최연소 이사대우 승진, 최연소 사장단 합류 등 초고속 승진했다. 1981년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기술팀에서 시작해 삼성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 사업부장·시스템 LSI 사업부장·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을 두루 거쳐 36년 만에 부문장 자리를 꿰찼다.

김 사장은 차세대 반도체 R&D 업무를 주로 맡았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현 KT 회장)이 ‘황의 법칙’을 통해 1990년대 후반부터 메모리 용량을 매년 두 배 증가시킬 당시 핵심 연구원으로 활약했다. 반도체연구소 차세대연구팀장(상무) 시절엔 전자업계 세계 최대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의 석학회원(펠로)으로 선정됐다.

꼼꼼하고 칼 같은 일처리로 정평 난 김기남

김기남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거쳐 2013년 12월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CEO가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직책이다. 2014년 6월엔 시스템LSI사업부장까지 겸직하며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총괄했다. 명실상부 ‘포스트 권오현’으로 입지를 굳히는 순간이었다. 2017년 10월 권오현 부회장이 사임하며 “후임을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김기남 사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권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에도 삼성전자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엔지니어 감각이 예리하며 업무처리가 정확하다고 평가받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김기남 사장은 꼼꼼하고 칼 같은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고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항상 절도와 법도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소신이 강해 윗선과 충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핵심 인재였음에도 한때 삼성종합기술원 등 외곽을 돌기도 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대비해 선제적 시설투자와 공장 운영을 진두지휘했고 미세공정과 3D낸드 등 앞선 기술 개발에도 주력해 반도체 급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다. 반도체 사업은 시장 변화에 발 빠른 대응과 전략 변화가 특히 중요한데 김 사장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사장이 ‘사장급’ 인사임에도 위상이 남다른 이유는 삼성전자 DS부문이 한국 경제에서 최대 영업이익을 내는 사업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38조 원인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선봉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노리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삼성전자 예상 영업이익은 16조 원으로 연간 영업이익 50조 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반도체 영업이익 비중이 전체 6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3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14조5300억 원 중 DS부문에서만 9조9600억 원이 나왔다. 4분기 영업이익은 10조 원을 넘어 11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대 먹거리인 D램 사업에서 영업이익률 60%를 웃돌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D램은 계절적 성수기의 영향으로 서버, PC, 게임콘솔 등 전 응용처에서 지난 분기보다 수요가 증가했고, 10나노급 D램을 적용한 64GB 이상 고용량 서버 D램, LPDDR4X 등의 차별화된 제품 판매로 실적이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공식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3분기 시장 분석 자료를 통해 “2017년 3분기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공식적으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됐다”고 밝혔다. 2017년 3분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제외한 반도체 사업에서 2분기 대비 14.9% 증가한 165억31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반도체 업계 1위 인텔(158억7900만 달러)을 넘어섰다. 인텔이 반도체 업계 1위 왕좌에서 물러난 것은 1993년 이후 24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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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삼성전자DS 사장

“반도체의 유례없는 호황 속에도 산업 지형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 엄중한 경영현실을 맞고 있다. 초일류 반도체 회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오늘의 성공을 이끈 방식이 미래에도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변화를 주도적으로 찾아야 한다.”

<2017월 11월 1일,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올린 DS부문장 취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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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최고 전성기 이끈 박성욱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입가엔 연일 미소가 번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시가총액 3위였던 SK그룹은 지난해 기업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마침내 2위로 올라섰다. SK그룹 효자 계열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 덕분이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017년 12월 21일 기준 58조 원으로 연초 33조 원에서 무려 25조 원이나 증가했다. SK그룹 시총 129조 원 중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한다.

SK하이닉스를 이끌고 있는 박성욱 부회장은 2017년 12월 7일 단행된 SK그룹 인사에서 SK하이닉스 대표이사직에 유임되면서 장수 CEO 대열에 들어섰다. 그는 2013년 2월부터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아오다가 2016년 12월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실적 상승세가 돋보였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3분기까지 누적 9조255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4조 원을 넘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17년 영업이익은 13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영업이익 합산치 약 13조 7300억 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SK하이닉스가 역대 가장 중요한 성장기회를 맞으며 박 부회장의 리더십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최근 5년간 SK하이닉스의 최고 전성기를 이끌어온 그는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 CEO로 ‘기술 중심’ 리더십을 앞세워 SK하이닉스의 급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8년 1월 8일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그는 포항 동지상고와 울산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같은 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부회장은 현대전자산업에 입사해 반도체연구소를 거쳐 미국 생산법인에서 엔지니어링 총괄 및 이사 등을 맡았다. 기업이름이 하이닉스반도체로 바뀐 뒤 메모리 연구소 연구소장을 지냈다. 하이닉스가 SK그룹에 넘어간 뒤 SK하이닉스 연구개발총괄을 거쳐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고 2016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SK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을 겸임하게 됐다.

SK그룹 관계자는 박 부회장에 대해 “덕장이다. 조용하지만 굉장히 주도면밀하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어서 말수가 적은 반면, 열성적인 현장 중심 경영자로 꼽힌다. CEO가 되기 전부터 연구소에 밤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직원들과 기술적 문제를 두고 토론을 벌이는 걸 즐겼다고 한다.

박 부회장은 하이닉스 최초의 엔지니어 출신 CEO로 자타가 공인하는 반도체 전문가다. 그는 연구개발만 30년 넘게 해왔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인 D램 분야에서 업계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박 부회장은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통해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 확보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2012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 SK하이닉스는 연간 수천억 원대의 적자를 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속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시기에 박 부회장은 사장에 오른 뒤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5년 연속 실적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닉스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내부 사정과 반도체 기술 모두에 정통했던 만큼 전문성을 살려 경영에 주력한 결과로 평가된다.

박 부회장이 취임한 첫해인 2013년 연결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매출 14조2000억 원, 영업이익 3조4000억 원을 냈다. 전년보다 매출이 39.4% 늘어나면서 단번에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24%를 기록했다. 그해 연말 SK그룹 전체 141명의 승진인사 가운데 SK하이닉스에서만 30%가량인 43명이 승진해 그의 리더십이 화제가 됐다. 2014년 말 SK그룹 임원 인사 때 SK텔레콤·SK이노베이션·SK네트웍스·SKC&C등 주요 계열사 CEO가 모두 바뀌는 가운데 유일하게 유임됐으며 지금까지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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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SK하이닉스를 세계 최고의 반도체 솔루션회사로 키워내 국민에게 자랑이 되고 기쁨이 되도록 하겠다. 반도체는 혼자만 잘해서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인 만큼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2017년 9월 25일 다산경영상 시상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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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 2019년까지 이어진다”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승진잔치’와 함께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2017년 12월 7일 SK그룹 임원 인사에서 SK하이닉스는 계열사 중 최다 승진자를 배출했다. 당시 SK그룹에선 163명이 승진했는데 이중 41명이 SK하이닉스 소속이었다. SK하이닉스는 2014년부터 4년째 그룹 내 최다 승진 기록을 세웠다. SK하이닉스 자체적으로도 2014년(43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승진자를 배출했다.

앞서 진행된 삼성전자 인사에서도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사상 최다 승진자가 나왔다. 2017년 11월 16일 진행된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서 전체 승진자 221명 가운데 44.8%인 99명이 DS부문에서 나왔다. DS부문에서 99명의 승진자가 배출된 것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또 앞서 진행된 사장단 인사에서도 승진자 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4명이 DS부문에서 나왔다.

반도체 업계의 승진잔치는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3분기까지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53조1500억 원과 영업이익 24조3000억 원을 기록했고 4분기에도 분기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까지 매출 21조819억 원과 영업이익 9조2555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달성했다.

메모리 슈퍼호황을 등에 업은 반도체 업계는 승진잔치와 함께 보너스 잔치도 벌였다.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23일 반도체 사업부문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의 400%를 특별 상여금으로 지급했고, 6개월(반기)마다 지급하는 목표달성장려금(최대 월 기본급의 100%)과 매년 1회 지급되는 초과이익성과급(최대 연봉의 50%) 등도 최대치를 예약해놓은 상태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요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로 성장하며 호황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혜가 집중되며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실적 성장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73조 원 규모로 역사상 가장 커질 것”이라며 “특히 D램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제조사와 서버업체들의 수요가 늘어나며 D램 가격 상승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D램 증설이 마무리되는 2019년 4분기부터 공급이 늘어 가격이 소폭 하락할 수도 있지만 심각한 공급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낸드플래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증설 경쟁 효과가 본격화되며 2019년 상반기부터 곧바로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어 가격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 낸드플래시의 수익성 악화를 D램 호황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로 충분히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18년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은 48조 원을 넘어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망치와 비교해 25% 늘어나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2018년 영업이익은 지난해 추정치보다 38% 증가한 19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D램 시장 호황기는 2019년까지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며 “D램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기남 삼성전자DS 사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동갑내기에 비슷한 경력과 학력, 엔지니어 출신 CEO라는 공통점에서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됐다. 김 사장과 박 부회장은 연구개발 업무만 30년 넘게 해온 자타 공인 엔지니어 CEO다. 김 사장은 차세대연구팀장과 D램개발실장, 종합기술원장을 지냈다. 박 부회장은 메모리연구소장과 연구개발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김 사장은 UCLA에서 전자공학 박사과정을, 박 부회장은 KAIST에서 재료공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두 CEO의 대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 호황’과 맞물려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격적 투자’ vs ‘약점 보완 총력’

반도체 업계 세계 1위에 등극한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초 격차 전략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시스템 반도체 확대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매출 80% 이상은 메모리 반도체다. 세계 시장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확고한 1위인 메모리 사업에서도 삼성전자는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 신공장 일부 시설에서 D램 생산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등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30조 원 가까이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생산 투자 때문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중국 경쟁 기업들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은 D램 시장점유율을 수년째 5 대 3 대 2 정도 비중으로 유지하며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D램 호황기가 장기화하며 모든 기업들이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점유율 확대를 노려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막대한 규모의 생산 투자를 벌여온 중화권 반도체 기업들이 이르면 내년부터 D램 시장 진출을 예고하며 판도에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 진출의 대응책으로 내년부터 D램 생산 투자를 대폭 늘리며 공격적 물량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낸드플래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아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이 더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앞두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이어 도시바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일제히 낸드플래시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내년부터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모두 압도적인 기술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D램에 치우친 포트폴리오가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D램 전문 업체로 시작해 세계 2위 시장점유율을 굳건히 지키며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지만 낸드플래시는 비교적 후발주자로 글로벌 주요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증권가와 업계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원가를 절감하는 3D낸드 생산 비중 확대와 양산 안정화에 일찍부터 성공한 만큼 경쟁기업보다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경쟁 반도체 기업들이 3D낸드 투자 확대로 격차를 좁히려 시도하기 전에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크게 늘리며 사업 확대 의지를 꺾으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공격적 투자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를 목표로 항해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 강화를 위해 새로운 TF팀을 출범하고 96단 3차원 낸드플래시 개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4월 개발 완료된 72단 제품도 연말 시장에 본격 공급하며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 기술력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파운드리 부문도 강화한다. 2017년 12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중국 내 합작회사 설립 및 공장 건설에 관해 논의하고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에 7000만 달러(약 756억 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중국 충칭법인에 2억5000만 달러(약 2723억 원)를 출자해 후공정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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