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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8 19:19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정세균 의장 "김정은 귀 방망이 때려주고 싶은 심정"
정세균 의장 "김정은 귀 방망이 때려주고 싶은 심정"
  • 이호 대기자
  • 승인 2017.11.29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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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이란식 접근법 고려해야… 북한 신뢰하는 나라 없어”

 

새해가 다가오면 언제나 대망의 염원을 모두의 가슴에 담지만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대한민국이 소용돌이 친 한해가 되었다. 국민의 기대와 염원을 정치가 탄식의 늪으로 밀어 넣은 셈이다.

그나마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는 헌법이 중심을 지켜 송년의 석양을 바라보는 지금은 새 정부가 새로운 설계를 해나가는 중이다. 

언제나 송년은 아쉬운 이력서를 남긴다. 그렇더라도 희망을 지켜주는 국민의 이웃이 있어서 위로를 받게 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민의 친구로서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11월14일)은 반갑게도 정 의장의 생일이었다. 

의장님 생신날 뵙게 돼서 특별한 느낌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공교롭게 생일날 만났어요. 고맙습니다. 원래 생일은 부모님한테 감사 인사를 드리는 날이고, 공자는 나이를 생각하는 그날이 바로 생일이라고 했는데, 나이를 생각한다는 것은 지금 내 자신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채점해본다는 얘기거든. 그래서 생일을 축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해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는데 내가 지금 채점을 당하고 있다 생각하면 말이지, 하하.” 

조금 섭섭하게 들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정치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국민이 피곤에 젖어있고, 벌써 몇 개월째입니까. 연일 계속되는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라는 뉴스에 식상해 정치 무관심과 ‘너희는 남이다’라는 말이 퍼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국민이 답답해합니다. 그래서 한국에 정치원로는 여럿 있어도 현안을 풀어주고 지혜와 해법을 제시하는 정신적인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속상한 얘기가 나오는 지도 모릅니다. 국민의 혈압을 낮춰주고 답답한 가슴을 소화시켜주는 정치명인(政治名人)이나 정신적인 스승이 없다는 것은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새해를 앞두고 의장님의 경륜과 지혜를 듣고 싶습니다.

“가슴 아픈 얘기에요. 나도 많은 얘기를 듣고 있어요. 경제가 곧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줄인 말 아니에요? 세상과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니까 정치와 동격인 셈이지요. 사실 공무원 시험에 십 수만 명이 몰려들고, 청년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NEET族)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대안 제시도 없이 정쟁과 독설에만 몰입해 있다거나, 국회의원보다 못난 국민이 어디 있고 국회의원보다 지식과 상식이 부족한 국민이 어디 있느냐는 질책도 있다는 거 잘 듣고 있어요. 심지어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물 외형이 상여를 닮아서 그런지 문만 열면 곡소리 아니면 아우성이 터지고, 어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고 하는 얘기까지 한 때는 있었던 것도 알고 있어요. 많이 노력하고 개선하고 엄청나게 변화하는 국회활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도 있지요. 
국회의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은 일, 청년고용특별촉진법을 개정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미래준비를 하는 등 변화가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확고한 소신으로 내 자신부터 고심을 거듭하고 애를 써왔는데 소통이 부족했는지 국민의 채점은 좀 인색하고 후덕하지 않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내 탓이고 국민들께 미안하다는 마음을 늘 지니고 있습니다.”

의장님은 알려진 것 보다 뚝심이 강하고 추진력이 만만찮다, 매사를 보는 눈이 치우치지 않는 양반이다, 그런 평가들이 야당에서도 나오던데 그건 국민이 기대를 걸어도 좋은 정치명인이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과찬이고, 정치는 정치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정치를 하는 겁니다. 정치하지 않는 국민은 죽은 국민이에요. 수단과 방법의 차이일 뿐이지 정치를 하지 않는데 댓글을 달고 민원을 넣고 정부를 탓할 수 없잖아요. 정치명인이 없다, 정치현인(政治賢人)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일본에는 국민의 정신적인 지주이면서 모든 정계의 거물들이 찾아가서 상의했던 야스오카 세이도쿠(安岡正篤)라는 분이 있었고, 일본의 연호인 평성(平成·헤이세이)을 작명해서 1989년을 헤이세이 원년(平成元年)이 되도록 했던 것이 야스오카 그 분인데, 하여간 저서도 많고 대단한 현인이지요. 미국의 경우에는 정권이 바뀌어도 키신저 같은 분이 국제문제는 항상 선생 노릇을 하고 있지 않아요? 
우리도 그런 분들이 여러 분야에서 나와야 하고, 정말 높은 경륜과 깊은 지혜를 가진 분들이 있어야 하는데 왜 보이지 않을까, 왜 없을까…. 옛날까지 들추지 않아도 그 전에는 그래도 존경받는 분들이 많이 있었는데, 김준엽 선생이라든지, 함석헌 선생, 언론인 최석채 선생도 곧은 분이었고…그런 분들을 젊은 세대는 무척 갈망하고 있을 거예요. 사회가 혼탁할수록 더 그립지. 그렇지만 그런 분들이 지금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가 찾아내고 존중하고 배우겠다는 자세만 가진다면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건 그런 분들이 나서지를 않는 게 아닌가, 그게 이 시대가 안고 있는 심각한 과제 아닌가 싶어요.” 

 “내편 아니면 깎아내리는 문화 고쳐야”

 

왜 그런 분들이 나서지 않는다고 보십니까.

 

“내 편이 아니면 깎아 내리는 거, 단적으로 얘기하는 거지만 사람 잡아요. 이게 국민성인지 문화인지 심각히 성찰하고 반성하는 교육이 있어야 돼. 이것부터 나는 고쳐야 된다고 봐요. 지성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내편 네편이 있어서 되겠어요? 설령 내편이 아니더라도 인정해주고 존중하고 좀 더 넓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우리들의 문화, 국민들의 높은 정신교육이 정말 급한 게 아닌가. 부끄러운 얘기지만 국회에서 연설을 했을 때 언론에서 박수가 몇 번 나왔는지 숫자를 적은 기사들이 있어요. 박수까지도 흉년이야. 오죽하면 박수 숫자를 세겠어요. 우리가 정말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국민이 협치를 하라고 요구해요. 나는 협치라는 걸 꼭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여야가 협동하라는 뜻으로 보지 않습니다. 협치는 정치가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하는 것이고, 인간은 관용과 배려로 좋은 성과를 도출해내는 지혜를 가졌을 때 대접을 받아요. 그러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게 협치에요. 결국 협치는 인간이 되자는 소립니다. 그런데 단점부터 찾아내야겠다는 눈빛으로 덤비면 현인이 보이겠어요? 명인이 나타나겠어요? 아무리 잘 익은 과일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어딘가에 흠이 있어요. 흠이 있다고 과일이 아닙니까? 흠이 있어도 당도가 아주 높을 수 있어요. 사람은 더 말할 거 없어요. 마이크로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대상에서 유일하게 제외되는 게 인간이라고 했어요.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나는 현인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현인을 볼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져야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국회에서는 현인에 가까운 인물이 보이십니까?

“여럿 보이지요. 그게 누구냐고 묻지는 마소. 거명이 안 되는 사람은 섭섭해 할 테니까, 하하. 나도 자신에 대해 엄격해야 되고 정말 스스로가 완벽해지려고 노력해야 된다고 늘 다짐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최대한 타인에 대해서는 넉넉하게 이해하려고 해요. 그게 또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고. 그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 정치인들 중에 훌륭한 분들 많아요. 문제는 그런 분들이 정말 하얀 눈길을 앞장서서 걸어가는 것처럼 뒤에 올 사람을 생각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데, 얼마 못가서 다 긁히고 상처를 입어요. 눈 덮인 길을 맨 앞에서 가봤어요? 뒤에 가는 사람은 앞 발자국을 보면서 위험을 피하고 편하게 가는 겁니다. 그런 앞서가는 사람을 내편이 아니면 깎아내리고 흠집을 내고 상처를 입히니 온전한 사람이 없어요. 우리 모두가 정말 절실하게 자성해봐야 합니다.” 

의장님 미소 속에 번쩍이는 결단의 칼이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평도 있습니다만 우리 국민이 의장님처럼 항상 미소를 보이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내 꿈입니다. 그러고 내 미소 속에 칼은 아니고 힘이 준비되어 있다면 맞지, 하하. 원래 나에 대한 애칭이 ‘미스터 스마일’ 아닙니까, 하하. (책상 위에 놓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를 가리키며)저게 나를 닮지 않았어요? 내 웃음하고 똑같아요. 근데 우리나라 정치인은 목소리도 커야 되고, 도둑놈 같은 심보도 있어야 되고, 또 호랑이 상이든지, 호상이 못되면 말상이라도 되어야 한다는데 나는 어떨 때 보면 너무 많이 웃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웃음). 

“단연코 정치보복은 없어야”

웃으면 보는 사람들도 마음이 편합니다. 그런 점에서도 이젠 좀 피곤한 일이 정리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적폐청산이다, 정치보복이다, 국민들의 피로감이 적지 않습니다. 의장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세상과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큰 뜻이 경세제민이고, 그것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정치인데, 보복을 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겁니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대답이 나올 수 없어요. 그러니 정치보복은 안될 일인 겁니다. 역사의 기록들을 들출 것까지도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설령 내가 보복을 당했다하더라도 내 선에서부터 보복을 끝내야 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옳은 결심입니다. 사실 내가 한때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우리가 지금은 집권을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전 여당이죠, 우리는 신 여당이고. 전 여당이 어떻게나 실망스럽게 하던지, 너희들 두고 보자, 내가 여당 되면 죽여 버린다(웃음), 한때 젊을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죽여 버렸습니까?

“여당이 되면 가슴이 넓어져야 돼요. 그걸 느끼게 됩디다. 나는 보복이 반복되면 끝이 없다는 아주 평범하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스톱을 걸었어요. 속된 말로 권력을 쥐면 흔들어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그 유혹이 대단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걸 짓누르고 소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웃고 또 웃으면서 삭였어요. 내가 편해져요. 남을 기쁘게 하면 내가 행복해진다는 명언이 있어요. 그걸 느낀 겁니다. 그래서 정치보복은 절대 안 된다는 점을 지금도 강조하는 사람이에요.” 

일각에서는 적폐청산과 결부시켜 정치보복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옹졸한 시각이에요. 좀 커다란 눈으로 봤으면 좋겠어. 새로운 시대, 오죽하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고 국민이 외쳤겠어요.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했잖아요. 그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비극이고 믿고 맡긴 국민들 자존심이 엄청난 상처를 입은 겁니다. 전부 속았어, 그래서 이걸 어떻게 청소하고 정돈하지? 그게 적폐청산이야. 반성이 깊어야지 정치보복은 무슨, 정치를 안 해본 사람들도 아니고 말이지. 내가 간단히 설명하지요. 국민은 여야를 갈라놓고 단순히 생각하면 정치보복 아니냐,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적폐청산하고 정치보복은 등식이 성립하는 게 아니에요. 정치보복이라는 것은 의도적으로, 능동적으로 허물을 찾아내서 원칙과 법칙을 무시하고 처벌하는 게 정치보복이에요. 적폐청산이라는 것은 국민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죄악이 드러나고, 드러난 문제에 대해 합법적이고 상식과 순리대로 문제를 제거하는 것이에요.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의 분명한 경계가 있는 겁니다. 
냉정히 보세요. 새로 집권한 정부에서 어떤 문제를 표적으로 하거나 목적의식을 가지고 찾아내는 게 있어요? 아직 내각도 다 구성이 안 될 정도고 집권 6개월밖에 안된 정권이에요. 그 사이에 뭘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언론에서도 지적이 돼왔고, 국민이 다 분노하고,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암 덩어리들이에요. 그런 문제들을 제거하겠다는데 그게 어떻게 정치보복입니까? 그러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무조건 다 덮고 가자? 같은 죄인 됩니다. 정부의 직무유기에요.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그렇게 한다면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근본은 고사하고 이 사회가 정의도 없고 뭐가 되겠어요. 그래서 경계가 모호한 것 같지만 전혀 모호하지 않고,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청산을 하는 거라고 나는 보는 겁니다.” 

전직 대통령도 정치보복의 의구심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 분은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의 구별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말씀하시는 거라고 봐야지요. 국민이 공감합니까? 아니잖아요. 학자들이 코멘트라도 합디까? 아니거든요. 국민이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적폐청산에 박수치지 않죠. 어떤 사안에 대해 이게 보복적인 성격이다 그러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지지를 얻지 못하지요. 권력의 진정한 힘은 국민의 지지 아닙니까? MB 정권이든 박근혜 정권이든 제대로 한 부분이 있으면 그건 계승 발전시켜야 하지만 개혁하고 혁신해야 하는 시대에 적폐를 청산하는데 그걸 보복이라 하면 국민부터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경계를 명확히 하고 원칙에 입각해 순서, 타이밍, 불가피했던 상황 여부, 법치의 정신에 부합하는 정도(程度)까지를 감안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봅니다.”

“적폐청산, 국민이 피로감 느끼면 안 돼”

의장님은 타이밍이라고 하셨는데, 적폐청산의 시계바늘이 언제까지 돌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내년에 평창동계올림픽도 있고,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화합과 열정이 매우 중요하고, 정치권도 화합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이유든 국민이 피로를 느끼면 안 되겠지요. 정부가 나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물론 옛날에는 집권하고 6개월 만에 개혁을 다 해야 된다고 얘기들을 했고 지금도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구나 여론의 지지가 얼마나 높습니까. 그래서 지지가 높을 때 더 몰아쳐야 한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순리대로, 너무 한꺼번에 몰아치면 먹고 살기도 힘든 국민들한테는 수용이 잘 안되고 방금 얘기대로 국민들이 피곤해질 수 있어요. 물론 성과가 많이 나타나니까 시원한 것도 많겠지요. 하지만 너무 시원하면 추워져요. 그러니까 예술이라는 건데, 그렇게 인위적으로 막 강박관념을 가지고 초기에 안하면 못한다고 그럴 거 없다는 얘깁니다. 더구나 대통령의 지지가 얼마나 높습니까. 지지가 낮으면 개혁을 하기 어렵고 좋은 정책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데 굉장히 높잖아요. 그러니 정권의 도덕성은 굳건히 유지하면서 원칙과 법의 절차대로 하면 되지 시점을 정한다는 건 반드시 무리가 따릅니다. 몰아칠 일이 아니지요. 다만 내가 좀 우려되는 건 언론보도야. 경쟁은 좋은데 과잉보도, 선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봐요. 그러면 많은 부작용이 생겨요.” 

언론도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정부가 제공을 하니까 보도하는 거 아닙니까. 

“내가 정부의 원인까지 포함해서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렇더라도 사실보도와 중립성과 독립적인 논평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에요. 정부에 친화적인 언론이 있고 비판적인 언론도 있지요. 세계 어느 나라나 그러니까. 장사를 안 할 수 없으니 신문은 독자 기호에 맞는 기사방향을 잡고 방송은 주 시청자들 입맛에 안 맞추면 채널이 돌아가니까 시청자들 입맛에 맞추고, 그러다보면 필력(筆力)을 갖추지 못하고 자극적인 화면을 찾게 되고 그러겠지요. 언론이 제4부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데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기사보다 어느 신문이나 비슷하게 획일적이고 과잉보도를 해서 되겠어요? 국민을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재임기간 동안 역사적인 모멘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탄핵소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국정농단 청문회, 야당 대통령 당선, 트럼프 대통령 국회연설, 개헌추진 등등. 특히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수용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각별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내가 (대통령 탄핵의) 원고에요. 실제로는 법사위원장이 가서 했지만 국회가 원고고 박근혜 대통령이 피고라고. 우리 역사에 처음 있는 대통령 파면인데, 그걸 이끌어내기 위해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으니까 내가 의장인데 얼마나 신경을 썼겠습니까. 결과는 다 아는 거지만 정말이지 대통령하고 겨룬 게 아니라 헌재하고 피 말리는 대결을 펼친 셈이에요. 법사위원장도 수고가 많았지만 사실 내가 잠을 못 잤어요. 인간적인 고뇌도 무척 심했고. 대통령을 파면시켜야 하는데, 허허.”

(탄핵이) 의장이 되시면서 피하고 싶었던 일 중의 하나였습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 무엇이었느냐고 묻는 것 같은데, 작년에 내가 고초를 많이 겪었잖아요. 그래서 남들이 참 독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의장이 되고 나서 의장을 어떻게 잘 할까, 정말 잘하고 싶다는 각오로 임했어요. 그래서 세 가지를 표방했어요. 첫 번째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이건 일 좀 하자, 누리기만 하지 말고 일하자는 뜻이에요. 두 번째는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이건 삼권분립을 얘기하는 겁니다. 국회가 청와대 앞잡이나 행정부 시녀, 이거 안 된다. 입법부가 확실하게 위상을 지키자. 세 번째가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누가 고민할건가? 국회가 해야 된다. 이 세 가지 목표를 표방해놓고 우선 입법부 위상을 확실하게 하기위해 작년에 정기국회 개회식이었을 거야 아마, 그때 내가 대통령한테 우병우 수석 빨리 바꾸시오, 두 번째는 검찰개혁 하시오, 공수처 설치합시다. 세 번째는 사드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시오. 그 세 가지를 얘기한 거 아니에요? 그래가지고 난리가 났지. 여기 쳐들어오고.”

“국민 눈높이 맞춰 비난 받는 것들 제거”

입법부 수장실을 쳐들어옵니까?

“국회의장실인데도 여기서 협박하고 난리가 났잖아요. 대통령한테 공개적으로 가장 예민한 사안들을 가지고 공격했다 이거지, 하하. 그렇지만 정세균 의장의 국회는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거야. 바뀌지 않으면 새 것이 오지 않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도 국민들 눈높이에 맞추고 비난이 될 사안들을 빨리 시정하고 제거했어요. 그래서 친인척 기용하는 것도 못한다, 민방위 안 받던 것도 받아라, 최근에는 증인실명제를 해야 마땅하다, 옛날에는 증인을 마구잡이로 불러서 앉혀놓기만 하고 질문 한번 안 받고 돌아간 사람들이 숱하게 많았잖아요. 국회 증인으로 나올 정도면 국가적으로 다 중요하고 바쁜 인물들인데 그런 갑질이 어딨어요.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증인으로 온 사람 한명 빼고 질문을 다 받았습니다. 그 한명도 사장이 안 오고 다른 사람이 와서 그 사람 가지고는 안 되겠다 해서 의원이 질문을 안 한 겁니다. 결국 증인실명제 시행해서 많이 달라졌어요. 그러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만든 것도 아주 잘 한 일이라 생각해요. 물론 일 하기 위해서 필요한 특권은 있어야 되지요. 일 하지 말고 세비나 받아먹고 있으라고 보낸 건 아니니까.” 

일하기 위해서라면 특권이 아니라 권한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국회의원 특권이 몇 가지나 됩니까?

“그게 재미있어요. 누구도 정확한 숫자를 내놓지 못해요. 특권 내려놓으라고 그만큼 질책을 하면서도 말이지요, 하하. 그런데 언론에서 전경련이 뽑아본 특권이 200여 가지나 된다고 하더라는 겁니다. 당장 받아오라고 했어요. 추진위원회도 살펴봐야 하니까. 근데 전경련에서 그런 거 뽑아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하하. 그래가지고 언론에서도 살펴보고 회의도 열고 해보니 서른 몇 가지가 나온다던가? 그것도 많으니까 최대한 줄이라고 했어요.” 

입법부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연설내용은 이미 공개가 다됐고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솔직히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와서 그동안 외신에서 본대로 막 기분 내키는 대로 내지르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어요, 그건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거든. 설마 남의 안방에 와서 그러지는 않겠지 하는 기대감도 가지면서 한편으로는 막 내질렀을 때 우리가 불쾌감을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기분 나빠서 우리 국익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우리 외교안보라인을 통해 미리 미국 쪽에 잘 좀 해달라는 정지작업을 하고, 그런 일이 좀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너무 잘 된 거야. 우리도 흡족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만족하고.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내 방 옆쪽에 접견실이 있어요. 연설하기 전에 잠깐 쉬면서 원고도 고치고 끝나서도 잠깐 쉬고 그러는 방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끝나고 응접실에 와서 직접 나를 찾아요. 나는 집무실에 있었는데. 응접실로 갔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일어나면서 손을 잡고 ‘오늘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 감사표시를 별도로 하더라고. 연설 끝났는데 가지 않고 일부러 응접실에 들러서 말이지요. 미국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 자리에는 누가 있었습니까? 

“트럼프 대통령하고 멜라니아 여사, 비서실장, 나 그렇게 있었지요. 물론 외교 사절들은 방청석에서 연설만 듣고 다 떠났고 연설하기 전에는 각 당의 원내대표까지 다들 와서 인사를 나눴고.” 

그 외 다른 말씀은 나누지 않았습니까?

“한마디 했어요. 원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떠날 때는 예정에 없었는데 깜짝쇼라고 해야 되나? DMZ에 가려고 했잖아요. 우리 대통령도 가셨고. 근데 기상악화로 트럼프 대통령이 못 갔잖아요. 그걸 생각하고 한마디 했지요. ‘이번에 한국 오신 거 무효다, 거기 못 갔으니까’ 그랬더니 대뜸 트럼프 대통령이 비서실장한테 지금 DMZ 못가냐? 물어요. 비서실장이 당황했을 거야. 시계를 보더니 중국 가는 시간 때문에 못 간다고 그럽디다. 그래서 내가 곧 다시 오셔야 된다, 이번은 무효라고 하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호쾌하게 웃으면서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해요. 트럼프 대통령이 꼭 가보고 싶었던 거야. 떠날 때 다시 오겠다고 코멘트 한 거는 응접실에서 나하고 했던 약속이지.”

멜라니아 여사는 특별한 멘트가 없었습니까? 

“표현이 좀 어떨지 모르겠지만 멜라니아 여사가 좀 새침데기더구만요. 여기 오셨을 때 처음에는 별로 웃지도 않고 굳은 표정이었어요. 국익도 국익이지만 분위기를 위해서도 표정이 펴지도록 해야 돼요. 그래서 우리가 소개를 할 때 ‘아름답고 지혜로운 멜라니아 여사’를 박수로 환영해달라고 했어요. 박수가 터졌어요. 내가 9년 동안 미국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아름답고 지혜롭다는 멘트를 싫어하는 여성은 없거든, 하하. 여사께서도 그 멘트가 아주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에요. 그때부터 얼굴이 피고 갈 때는 악수를 하는데 손을 꽉 잡아요. 환하게 웃고. 우리 대통령 부인하고도 친해졌다는데 가는 동안 비행기 안에서라도 트럼프 대통령한테 한국을 좋게 얘기 하지 않았겠어요? 그게 외교지 뭐, 하하.” 

“북한 제재는 대화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데…. 내가 작년부터 미국에 가서도 그랬고, 국제사회가 제재해야 된다, 압박도 해야 된다, 북한폭격도 거론되고,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그것은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지 제재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애기를 했어요. 아무리 제재를 강하게 해도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궁극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잖아요. 우리 목표는 한반도에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고, 대화부터 시작해 풀어야 한다는 거니까 모든 수단의 목표가 일단 대화일수밖에 없잖아요. 말은 쉽지만 정말 답답하지요. 김정은이 하는 짓을 보면 속상하고 내 동생 같으면 그냥 귀 방망이를 때려주고 싶은 그런 심정이고. 물론 일각에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 핵 전력화 어쩌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이론적인 논리는 될망정 실현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국제사회의 우려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비핵화가 깨지는 것 아니에요. 그걸 차단하려고 국제사회가 나서고 우리 스스로도 노력을 하는 거고. 근데 가장 큰 비극이 있어요. 북한을 신뢰하는 나라도 없지만 북한이 신뢰하는 나라도 없다는 사실이에요. 이게 가장 큰 현실적인 비극이야. 북한이 아무도 신뢰를 안 해요. 물론 국제사회와 우리도 북한을 신뢰 못하고. 그러니 이게 얼마나 어려운 겁니까.”

근원적으로 대화 자체가 불신의 벽 앞에 막혀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럼에도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방법과 의제를 찾으려고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아요. 다각적으로 세계적인 석학들 자문까지 받아가면서 연구해도 답답해요.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단념할 수도 없잖아요. 의장의 위치에 오르면 정말 중압감이 깊어집니다. 그래서 작년 추석 때 내가 미국 가서 이란식 접근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이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는 분위기도 있어서 그게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지만 이란이 독일하고 합의를 해서 핵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기로 했거든요? 우리도 그와 비슷한 접근법을 찾아내 북한이 어느 나라와 파트너가 되건 이 땅에 비핵화가 이뤄지고 평화체제가 구축이 되게끔 해보자, 별별 제안과 구상을 다해봤습니다. 심지어 작년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 때는 북한을 초대하고, IPU 총회 때도 북측 대표 만나려고 노력해보고, 무엇보다 대화를 시작해야 하니까. 이란 대통령 취임식 때도 이란 쪽에서 같이 자리에 앉히려고 노력하고, 이번에 러시아 쪽에서도 동석시켜보려고 애를 썼는데 결국 북한이 응하지를 않아요.”

국제회의 같은 장소에서 돈키호테적이랄까, 도전적으로 예고 없이 확 끌어당겨서 얘기해볼 수는 없는 겁니까?

“소설이나 영화 같은 얘기고, 내 입장에서는 원칙이 있습니다. 국민이 보기에 자존심 상하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왜 저렇게 저자세로 저러나, 가령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 왜 우리 대통령만 매번 평양으로 가느냐, 김일성이든 김정일이든 그쪽에서도 서울로 와야 할 거 아니냐, 그런 국민적 불쾌감이 많지 않았어요? 그건 옳은 지적이고 국제적으로도 상식화된 룰처럼 되어 있어요. 상호방문, 상호답방. 그게 원칙이에요. 그래서 나는 국민들 자존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공개적으로 저자세를 보이는 그런 행동은 안 해요. 물 밑에서 여러 노력을 해보는데 아직 성과를 못 내고 있습니다만.” 

신년에는 모든 국민의 소망이 기원으로 끝나지 않고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도전하고 결단하고 성공했으면 좋겠는데, 의장님도 결단의 순간들이 많으셨겠지요?

“진심으로 소망들이 꼭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국회도 노력을 많이 하겠습니다. 사실 나는 정말 잘 먹고 잘 살 때 고생하려고 결단을 했어요, 하하. 결단을 해야겠다는 때가 많았지만 한 가지만 얘기한다면 내가 대기업에서 잘 나가고 있을 때 정치입문 한다고 결단했어요. 정치무대에 나가서 내 역할을 제대로 한번 해봐야 되겠다고 말이지. 그래서 대기업 상무였는데 그런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고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 길을 택했어요. 말은 쉽지만 결단을 한다는 건 정말 잔인할 정도로 자신에 대한 고문이 뒤따라요. 가족들은 결사반대야. 집사람이 마음고생이 크고 깊었지. 그렇지만 남자는 죽는다는 걸 알아야 산다는 걸 알아요. 하여간 내가 뛸 운동장은 내가 만든다는 각오였으니까. 그때는 뭐 주변에서 해보라는 권유는 있었지만 확실하게 공천 준다는 보장도 없고 약속도 전혀 없었는데 덤볐어요. 혼자야. 독립독행(獨立獨行)이지. 솔직히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이미 결단은 내렸고, 가자, 해보는 거다, 덤빈 거예요.”

낙선하셨습니까.

“15대 국회 때부터 진안·무주·장수·임실이 지역구가 되는데 거기서 내리 4선을 했어요. 그 다음이 또 결단이야. 이건 책으로 써도 몇 권을 쓰겠지만 선거구를 종로로 옮길 때에요. 과장이 아니라 남들은 이름만 걸면 되는 지역구를 내놓고 왜 옮기려고 하느냐, 종로가 정치 1번지다, 거기가 어디라고 무덤 파러 가느냐고, 난리였어요. 실제로 우리 종로구는 13대 국회부터 소선구가 됐는데, 32년 동안 총선에서 우리당이 한 번도 된 적이 없었어요. 보궐선거에 노무현 후보가 한번 된 적이 있죠. 그러니까 우리한테는 불모지나 마찬가지니 당원들이든 지역민들이건 반대 안 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지요. 내 생각은 달랐어요. 내가 정치인으로서 기본은 했다, 4선을 했고 정책의장, 원내대표, 당대표도 했고 장관도 했다. 그런데 내가 지역주의에 의존해서 국회의원 선 수만 계속 쌓으면 무엇을 이루었다고 만족하겠나. 나는 뛰어넘어야할 세계가 있다, 그래가지고 선거구를 종로구로 옮긴 겁니다. 그때 당에서는 아무도 원하지를 않아서 지구당위원장으로 무혈입성을 했어요, 하하. 

 “종로서 낙선하면 정치 끝내겠다 결심” 

종로구로 옮길 때는 큰 결단을 내린 것인데 정치적인 목표가 있었겠군요.

“국회의장 하려고. 하하. 사실 종로에서 도전할 때 내가 각오를 한 게 있어요. 여기서 당선하면 정치를 계속하고 낙선하면 정치를 끝내겠다. 정치인으로서 기본은 했으니 도전해서 성공하지 못하면 떠나는 게 순리다.”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할 만큼 큰 결단을 하신 건데, 뭔가 분명한 목표가 없었다면 이상한 거 아닙니까. 

“하하,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요? 정치는 생물입니다. 생물을 먹고 사는 정치인은 먹이를 주는 국민의 종복이에요. 내가 무엇을 생각했을 거라고 짐작합니까? 그 대답을 나한테 해주면 그게 내 목표가 되겠지. 정치1번지라는 의미가 크지요. 정치의 모든 건 진행형이니까 이 정도로 말씀드리는 게 좋겠고. 하여간 종로구민들의 선택을 받았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박근혜 대표가 홍사덕 선배를 투입한 거 아닙니까. 그 전에는 여론조사를 해도 내가 넉넉하게 앞서갔는데 홍 후보를 투입하면서 박빙이에요. 피가 마른다는 말 알아요? 근데 투표함을 여니까 여유 있게 승리에요. 선거는 투표함 열기 전에는 누구도 모른다더니 실감했어요. 작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에서 작심하고 거물급을 내보낸다면서 센 사람을 나하고 붙였어요. 오세훈 후보. 근데 뭐 격전지 8곳의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됐는데 종로구는 누가 나와도 정세균이 압승한다고 그랬어요. 결과도 그렇게 나타났지만. 그게 제가 잘했다기보다 구민들께서 깊은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신 거지요. 지역구 정치인은 당선되는 순간 구민들한테 빚을 지는 겁니다. 보답의 빚.” 

그래도 질문해야겠습니다.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십니까.

“하여간, 뭔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니냐고 묻고 있는 것 같은데, 남북통일을 시켜 볼려구, 하하.” 

정세균 의장은 6선의 거물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분명 간단히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정 의장은 다시금 국민들께 신년의 대망성취를 기원했다. 기자는 자리를 정리하면서 한 가지 건의를 했다. 정의장도 습관이 된 것처럼 언급했지만 흔히 우리가 ‘한반도(韓半島)’라는 말을 의식 없이 쉽게 쓰는데 대한민국이 왜 ‘반도(半島)’냐고 지적해본 것이다. 반도는 반 쪼가리 섬이라는 뜻으로 일제 때 한국을 비하해서 만든 단어였다. 대한민국을 세계지도상에서 보면 대륙의 주춧돌이고, 우리나라에서 위쪽으로 보면 대륙을 향해 뻗어나가는 시발점이 되는데 어떤 근거로 대한민국을 반쪽짜리 섬인 ‘한반도’라고 하는지, 최소한 새해부터라도 시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건의한 것이다. 정 의장은 빨랐다. 즉각 ‘결코 권장할 단어가 아니로군’ 했다. 검토를 시켜야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역시 민원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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