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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재는 포기할 수 없다”
“인재는 포기할 수 없다”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6.08.0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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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디 Midea

중국 가전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메이디(美的, Midea)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올 상반기 굵직굵직한 글로벌 기업을 연이어 집어삼키며 세계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로봇업체 쿠카(Kuka)의 대주주로 올라서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저성장으로 신음하고 있는 시기에 기하급수적으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메이디는 어떤 비결을 가지고 있을까?
  
‘11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쿠카, 중국으로 넘어가다’
지난달 3일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중국의 가전업체 메이디가 독일 로봇산업의 대표기업인 쿠카를 인수하는 내용의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하이얼(海爾, Haier)과 더불어 중국 가전산업을 이끌고 있는 메이디는 약 50년 전 향진기업에서 출발했다. 창업자 허샹젠(何享健)이 1968년 지역주민들과 5000위안(약 87만 원)을 모아 세운 메이디는 유리병과 플라스틱 뚜껑 제조업체로 시작했다. 
당시 농촌 향진기업(촌민들이 관리하던 소기업)에 지나지 않았던 이 소규모 공동체는 오늘날 중국 10대 민영기업이 됐다. 최근에는 그 행보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이디는 지난 3월부터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사업 부문과 이탈리아 가전기업 클리베, 독일의 산업용 로봇 1위인 쿠카의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농촌 향진기업에 지나지 않던 메이디가 오늘날 무서운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끊임없이 변화하며 기회 포착  

메이디가 벌이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운이 좋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타이밍이 적절했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메이디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기회를 포착한 것이 주효했다는 말이다.

메이디가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플라스틱 뚜껑과 유리병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메이디는 한창 떠오르던 분야인 전기전자 부품 산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1980년대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 정책을 본격화하기 시작하면서 주민소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메이디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가전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선풍기였다. 이미 전기전자 부품을 생산하던 기업이었던 만큼 선풍기를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때를 잘 만난 메이디는 선풍기 판매량을 빠르게 늘려 나갔다. 

메이디 선풍기 공장

그렇게 모은 자금으로 1985년 에어컨 사업을 시작하면서 변화를 모색했다. 중국이 고도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사무실과 호텔, 상가, 가정 등에서 에어컨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물론 에어컨 판매의 길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초에는 메이디 이외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에어컨 시장에 뛰어들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때 메이디는 판매 전략에 변화를 줬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에어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자 전기밥솥 사업에 뛰어들어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전자레인지 시장에도 달려들었다. 중국 가정의 전자레인지 보급률이 5%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향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또, 전자레인지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앞서 성공을 거둔 에어컨과 전기밥솥 시장에서 수익을 보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메이디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이는 다른 경쟁사들보다 메이디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메이디는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뒀다.

발상의 전환

메이디는 사업분야 뿐만 아니라 기업문화, 전략 등에 관해서도 꾸준한 변화와 혁신을 도모했다. 메이디가 한창 에어컨 사업에 몰두하고 있던 1990년대 초, 중국의 에어컨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춘란(春蘭), 화바오(華寶) 같은 중국 토종 기업들은 물론, 내로라 하는 해외 에어컨 생산업체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메이디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을 구사했다. 전국 인력시장에서 마케팅 경험이 있는 고급 인재들을 끌어모아 마케팅팀을 구성했고, 이들을 전국 각지로 파견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상세히 설명해주는 메이디의 마케팅 직원들을 통해 제품을 구매했다.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 싶었던 당시 중국 시장에서 메이디의 이런 전략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2000년대에 접어들며 에어컨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다른 기업들의 추격이 심해지자 메이디는 가격파괴 전략을 구사했다. 대당 4000위안 정도에 팔리던 에어컨을 2008년 3000위안 밑으로 판매하면서 다시 시장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었다. 불과 2년 만에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30% 가까이 높이면서 업계 1위를 탈환했다.
또, 메이디는 기업의 경영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40년 넘게 그룹을 경영해 온 허샹젠 전 회장은 2009년 여름, 그룹 회장직을 팡훙보(方洪波) 메이디 전기 회장에게 넘겨줬다. 주식회사형 기업의 역사가 짧은 중국에서 자신이 일군 기업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긴 사례는 극히 드물다. 메이디 같은 대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는 경영권을 넘긴 이후 지분 5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존재할 뿐, 회사에 출근하거나 경영에 간섭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장남 허젠펑(何劍峰)이 주주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그룹 이사회에 참석해 간간이 의견을 내고 있을 뿐이다.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는 많은 중국 업체들에게 메이디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 물론, 허 전 회장에게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자신과 동고동락해온 직원들에게 회사 경영을 맡겨도 문제가 없겠다는 판단을 내리는데 약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후에도 메이디의 성장세는 그치지 않았다. 현재 메이디그룹의 시가총액은 1300억 위안(한화 약 22조 7487억 원)으로, 지난 2년 동안 6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제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 피치는 메이디의 신용등급을 각각 A3, A, A-로 평가했으며, 향후 전망 또한 ‘안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대상이 된 중국 가전기업은 메이디가 유일하다. 

허샹젠

권한의 전폭적 위임

메이디의 성공에는 창업자 허샹젠의 독특한 기업가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경영철학은 “막대한 수입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유용한 인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말 한 마디로 요약된다. 실제로 메이디가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중국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계열사 사장들은 최소 1000만 위안 정도며, 사업부 임원들의 임금도 100만 위안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품 연구, 구매, 생산, 판매와 재정 등 많은 권한을 사업부 사장들에게 넘겨줘 전문경영인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대부분의 중국기업들의 회장의 독단적인 권한으로 운영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권한의 전폭적 위임’이라는 허 전 회장의 용인술은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에게 전권을 맡겨 촉나라를 세운 것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일을 맡기면 의심하지 않았고 인재를 키우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허 전 회장이 메이디에 인재 중심 경영철학을 심어 놓았다면 팡훙보 회장은 그 결과물이다. 평사원 출신으로 아직 50세가 되지 않은 팡 회장은 1992년 메이디그룹에 발을 들였다. 주로 에어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팡 회장은 2000년 에어컨 부문 사장, 2001년 그룹 부회장 등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이어 17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R&D+과감한 M&A 

메이디는 불황기에 연구개발(R&D)을 더욱 강화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회사 자체 힘으로 어렵다 싶을 때는 과감한 M&A전략도 구사했다. 메이디는 목표를 높게 잡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목소리만 크게 내는 구호식 경영을 남발하지는 않았다. 단계별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을 정확하게 예측한 뒤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실무적인 업무에 치중했다. 성장 전략이 워낙 명확했기 때문에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사업 다각화 오류에서 자유롭다. 
또한 경영방식도 아주 실용적이다. 해외 브랜드 제품을 도입해 처음에는 모방을 하다가 혁신을 거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추구한다. 그렇게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 수준을 높이면서 강조했던 경쟁력 제고가 메이디의 강점 중 하나다. 가전 완제품 뿐만 아니라 부품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덕분에 메이디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가열관과 모터 등 정수기와 관련된 컨버터 기술을 자체적으로 지니고 있을 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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